[영화·드라마 촬영 명소 대구 .8 <끝>] 대구에 뿌리를 둔 영화

  • 이지용
  • |
  • 입력 2014-12-31   |  발행일 2014-12-31 제21면   |  수정 2014-12-31
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영화사 중심엔 대구가 있었다
20141231
1965년 개봉한 김수용 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당시 대구 명덕초등학교 학생이었던 이윤복의 수기를 영화한 작품이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이윤복 학생이 다니던 명덕초등학교가 주요 촬영지였다.
20141231
2011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제작된 스포츠 영화 ‘도약선생’은 이상화 고택(사진)을 비롯해 대구스타디움, 수성랜드, 동촌유원지 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20141231
대구 출신 김영한 감독의 2010년 영화 ‘위험한 사춘기’는 사회 전반에 걸친 청소년의 성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수성못 일대가 촬영지 중 한 곳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제작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첫 작품 ‘해의 비곡’(1924)은 대구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광복군 결사대 출신이었던 윤봉춘 감독의 데뷔작 ‘도적놈’(1930)도 대구 대동영화사에서 만들어졌다. 1932년 이규환 감독은 나운규 주연의 ‘임자 없는 나룻배’를 대구 일대에서 촬영했고, 나운규는 ‘대구영화촬영소’를 설립해 ‘종로’(1933), ‘칠번통소사건’(1937) 등을 대구에서 촬영했다. 마지막 무성영화인 윤대룡 감독의 ‘검사와 여선생’(1948)은 대구 용두방천(상동교와 중동교 사이)에서 촬영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초기 한국 영화의 중심에 대구가 있었다. 근대 대구의 달성, 종로, 중앙로, 동성로 등은 영화 촬영의 명소였다.



◆ 동란기 대구, 한국 영화 현장의 중심-민경식 감독의 ‘태양의 거리’(1952)

6·25전쟁이 터지자, 대구는 피란 영화인들의 활동으로 다시 한 번 한국 영화사의 중심이 된다. 전쟁 당시 제작된 영화는 14편, 그중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영화가 민경식 감독의 1952년 작 ‘태양의 거리’다. 1914년 대구 중구 대신동에서 태어난 민경식 감독은 어린 시절 촬영차 대구로 내려온 나운규 연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만경관과 자유극장 등에서 간판을 그리기도 했던 그는 전쟁 중 피란 영화인들과 함께 ‘태양의 거리’를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는 대구 피란민촌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불량한 아이들을 선도해 밝은 세상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박암, 전택, 민혜경 등이 출연했고, 피란시절의 동촌유원지, 신천동 일대의 판자촌, 대구역, 동성로 등을 무대로 만들어졌다. 그 후 민경식 감독은 ‘경상도 사나이’(1960)를 종로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대구에 피란 와 있던 신상옥 감독은 작품 ‘악야’(1952)를 ‘배우들이 모이면 그때그때 몇 컷씩 찍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녹음기와 편집기는 서너 대뿐이었고 현상실은 목욕탕과 지하실을 개조해서 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전후 한국영화 성장기 부흥의 기폭제가 된 작품은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1955)이었다. 감독은 가족과 함께 비산동 단칸방에 세 들어 살면서 대구극장 건너편 청기와 다방에 자주 머물렀고 영화 ‘춘향전’을 대구 가창과 화원유원지 등에서 촬영했다.



◆ 영화 ‘황진이’(1957)

1919년 대구에서 출생한 조긍하 감독은 전쟁이 끝나고 대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중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던 박재학, 서상만, 신달웅, 기획자 변종건 등의 친구들과 함께 1957년 영남 영화사를 설립, 장편영화‘ 황진이’를 대구에서 촬영했다. 이 영화로 데뷔한 여배우가 유명한 도금봉이다. 영화 황진이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전해지지만 현재 필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긍하 감독은 대구에 머물면서 ‘황진이’ 외에도 ‘가거라 슬픔이여’ ‘순정의 문을 열어다오’ ‘육체의 길’ 등을 제작했다. 포크가수 조동진이 그의 아들이다.



◆ 영화 ‘산적의 딸’(1957)

1957년 금성영화사 제작, 윤예담 감독, 나일, 오소화, 최준, 남일성, 석운아 등이 출연한 ‘산적의 딸’은 대구 달성공원에서 촬영된 영화로, 공원에 움막을 짓고 수개월 동안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흔치 않았던 스펙터클한 영화였다. 말을 타고 달리는 등의 어려운 장면은 대구기마경찰대 경찰들이 주연 배우의 의상을 입고 촬영을 했고, 실제 배우는 사과 상자를 타고 달리는 흉내만 냈다 한다. 영화를 촬영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달성공원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대구기마경찰대가 동원돼 관중을 해산시켰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김수용 감독의 1965년 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대구 명덕초등학교 5학년 이윤복 어린이가 쓴 수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견디며 바르게 살아가는 소년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다. 신영균, 조미령, 황정순 등 스타배우들과 당시 최고의 아역스타였던 김천만이 출연했다. 대구 명덕초등학교에서 촬영했으며 이윤복의 같은 반 친구였던 이창동 감독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28만5천명을 동원해 흥행기록을 세웠다. 현재 관객 수로 환산하면 1천만명에 해당한다고 한다. 영화 검열 과정에서 산동네의 비참한 모습을 부각시켰다는 이유로 보류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동안 충무로에서는 수기물을 각색한 영화가 대거 제작되기도 했다.

한국 영화사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었지만 필름이 유실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한국영상자료원(KOFA)이 대만에서 필름을 발견해 디지털로 복원했다. 영상자료원은 대만에 수출됐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조사 중, 중국영화로 분류돼 있던 ‘추상촌초심(秋霜寸草心)’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같다는 제보를 받고 검증한 결과 김수용 감독의 1965년 작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대만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을 빌려 보존용 프린트(필름)를 제작하고, 영상 및 음향에 대해 기초 복원작업을 거쳐 활용용 디지털 시네마(DCP)로 만들었다.

1970년 이상언 감독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속)를 다시 제작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84년에는 김수영 감독이 직접 리메이크하고 김수용, 서인석, 김인문 등이 출연했지만 원작의 흥행을 잇지는 못했다.



◆ 영화 ‘거짓말’(2000)

장선우 감독의 2000년 작 ‘거짓말’은 대구 출신 작가 장정일의 1996년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것이다. 장정일은 그 소설로 인해 법정 구속, 징역 10개월 형을 받았으며 출판사는 사과 광고를 싣고 책을 회수해 파기해야 했다. 영화는 18세 고교생 Y와 38세 조각가 J의 연애이야기로, 사회로부터 이탈해 철저하게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고 싶은 개인의 갈망을 강도 높은 에로스로 보여준다. 미성년자와의 섹스, 가학과 피학 등 온갖 금기항목이 총출동해 소설만큼이나 사회적인 경악과 분노를 일으켰다.

영화 속에는 열 곳이 넘는 여관이 등장한다. 실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동대구역 주변의 여관들을 골라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영화의 종반부 가학을 위한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곳은 수성못이다. 이외에도 동대구 투어리스트 호텔, 대백프라자 앞거리 등이 등장한다.

장선우 감독은 “세트를 하나도 안 썼다. 여관을 정하는 것도 편안함을 기준으로 배우들과 같이 정했다. 인물들의 시작과 몰락의 질감들을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영화 ‘아스라이’(2007)

30편이 넘는 단편영화를 제작한 독립영화 감독 김삼력의 첫 장편 ‘아스라이’는 대구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영화다. 영화를 하느라 고단하고 추운 사람들, 영화를 하는 가난한 20대 청년의 이야기다. 배경으로는 금호강, 동대구역, 정동고등학교,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 히로텔, 국채보상운동공원,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등이 등장한다.



◆ 영화 ‘위험한 사춘기’(2010)

대구 출신인 김영한 감독의 영화 ‘위험한 사춘기’는 사회 전반에 걸친 청소년의 성 문제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영화다. 제작 총지휘는 신재천 대구영화인협회장이 맡았고 이순재, 여운계, 현석, 김보미 등이 출연했다. 특히 지병으로 사망한 여배우 여운계의 유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동대구역과 수성못 일대에서 촬영이 시작되었고 그 외 대구역 앞, 신천 둔치, 중앙통 일대, 앞산 승마장, 두류공원, 달성공원 등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 영화 ‘도약선생’(2011)

대구와 육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출발한 영화 ‘도약선생’은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윤성호 감독 작품이다. 한국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이우정 등이 출연했다. ‘도약선생’은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만 스포츠 영화만은 아니다. 영화는 한국 육상계의 원대한 도약을 꿈꾸는 전영록 코치, 꿈과 사랑을 위해 장대높이뛰기에 도전하는 원식과 재영을 통해 청춘들이 도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구스타디움과 수성랜드, 이상화 시인의 고택, 동촌유원지, 동성아트홀 등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다.


◆ 영화 ‘기타가 웃는다’(2011)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전소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기타가 웃는다’는 100% 대구 로케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제작에서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작업이 대구를 근거지로 이뤄진 토종콘텐츠다. 주연배우는 드라마 ‘밀회’, 영화 ‘인간중독’ 등에 출연한 박혁권과 ‘웰컴 투 동막골’ 등에 출연한 이용이가 맡았다. 영화는 서울생활을 잠시 잊고 고향으로 내려온 노총각 로커 김우진과 그의 집으로 느닷없이 들이닥친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따뜻한 가족영화다. 주 촬영지는 수성구의 고모역 앞 동네로 전체 배경의 80%를 차지한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 기획 : 대구광역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