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저널리즘을 실천하겠습니다] 도시철도 3호선에 뺏긴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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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신인철 인턴기자 권혁준 인턴기자
  • 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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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보다 최대 24㎝ 좁은 ‘슬림 도로’…나란히 주행하면 ‘아슬’

지난해 12월29일 오후 5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 앞. 버스 한 대가 도로 가장자리 3차로에 그어진 노란색 차선을 물고 달리고 있었다. 차량 바퀴와 사람이 걸어가는 보도(步道) 사이의 거리는 30㎝도 안 돼 보였다. 이 버스가 이렇게 보도 가까이 붙어 위험천만하게 운행하는 이유는 차로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곳의 도로 폭은 법적기준인 3m에 못 미친다.

버스운전기사 A씨는 “도로 중간에 2m 넘는 교각과 화단이 생겼는데 예전과 똑같이 3차로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지나지만 그때마다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이곳을 통과하는 버스는 하루 7개 노선, 121대에 이른다. A씨는 그들 모두 자신과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구간 중 차로 폭이 법적 기준을 미치지 못하는 대표적인 곳은 프린스호텔 앞을 포함해 수성시장 역, 공단 역 주변 등 3곳이다. 수성시장 역도 6개 노선 108대의 버스가, 공단 역도 14개 노선 229대의 버스가 이런 위험한 운행을 하고 있다.


운전자·보행자 불안불안
교각 생겨도 차선數는 그대로
폭만 좁아져 곳곳 기준 미달
교각과 충돌 가능성도 높아

어떻게 이런 도로가 통과됐나
교통안전·영향분석 심의위
대구시·경찰청 중심으로 구성
심의때 문제 지적있었지만 통과


◆ 차로가 좁아진 까닭은?

도시철도 3호선 교각의 정확한 넓이는 1.61m, 화단까지 포함하면 총 넓이는 2.1m에 이른다. 하지만 전체 도로 넓이는 공사 전과 동일하고, 차로의 수도 같다. 이렇다 보니 각 차로의 폭을 법적 기준인 3m보다 적게 조금씩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확보해 둔 차도와 보도 사이 구간, 즉 ‘측구’를 좁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가장 바깥 차로의 경우, 버스전용차로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보도와 인접해 있어 아무래도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전주와 가로수까지 있어 대형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가장 안쪽 차로는 교각과 충돌하는 사고가 생길 위험이 높다. 30m마다 있는 교각 사이로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도 많고, 유턴을 하는 곳에서는 시야 확보도 어려워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이런 상황을 대비해 교각마다 안전펜스를 설치해두고 있지만, 대구는 아직 이런 안전 시설이 없다.

차로 폭이 좁아지면 운전을 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쏘나타를 비롯한 국산 중형차의 폭은 1.87m, 에쿠스 등 대형차량도 1.90m정도다. 현대 메가트럭 등 5t트럭의 차량 폭은 2.42m에 이른다.

차로 폭이 3m 이상 정도 되면 차로를옮길 때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m 이상의 여유공간이 있지만, 차로 폭이 규정보다 20~30㎝ 줄면 차가 나란히 서기 힘들어진다. 이때 운전자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철도 3호선 구간은 대구시민들이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교각이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사고 위험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한수 계명대 교수(교통공학과)는 “차로가 좁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조명이 적은 야간에 교각을 만나면 더 위험하게 느끼게 된다”며 “차로를 줄이고 폭을 넓히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일부 구간만 넓히면 좁아지는 구간에 병목현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적기준 미달돼도 건설됐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교통안전 심의위원회와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심의위원회가 모두 대구시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이를 막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통안전심의위원회는 대구경찰청 경비교통과장을 위원장으로 대구시청 공무원,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돼 있고,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은 대구시가 위촉한다. 또 이들이 차로 폭을 법정기준에 미달하게 결정해도 마땅히 처벌할 규정도 없다.

지난해 12월30일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심의과정에서 법적기준에 미달되는 차로 폭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그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차로 폭이 3m가 안 되는 곳이 없지 않다는 게 본부 측의 설명이다.

‘무리하게 3차로를 고집할 게 아니라 2차로로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근 주민들이 기존 차로 확보를 강력하게 요구해 알고도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민간 건설업체라면 공사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고, 만약 했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대구시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며 “명령을 내려야 할 주체가 위반을 했으니 셀프(스스로)로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좁아진 차로 탓에 사고가 나면 책임은 대구시의 몫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법을 어긴 좁은 차로 폭으로 차선을 물고 가다 사고를 냈다면 그 귀책 사유가 대구시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광주에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편도 1차로의 폭이 3m를 넘었을 때 중앙선을 그려야 하는데 2.8m 도로에 중앙선이 그려져 있다면 이를 침범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법무법인 동승의 김인석 변호사는 “만약 사고를 낸 운전자가 좁은 차로 탓에 어쩔 수 없이 차선을 물고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한다면 대구시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물론 모든 운전자가 사고를 당하는 것은 아닌 만큼 운전자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신인철·권혁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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