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아프타성 구강궤양은 대부분 양치질을 하다가 다치거나 스트레스, 비타민 B 또는 엽산 결핍 등에 의해 발생한다.(위쪽 사진) 하지만 베체트병은 구강궤양뿐만 아니라 소장의 끝 부위인 말단 회장에 궤양증상을 보이는 등 뇌, 눈, 혈관, 장기에도 침범해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다. |
아프타성 구강궤양은 인구의 약 10~20%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대부분 양치질을 하다가 다치거나 스트레스, 비타민B 또는 엽산 결핍 등에 의해 발생한다. 특정한 질환과는 관련이 없고, 며칠 이내에 저절로 낫게 된다.
그러나 드물게 아프타성 구강 궤양이 베체트병, 전신홍반 루푸스, 강직성 척추염, 크론씨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구강 궤양이 1년에 3회 이상 자주 심하게 발생하고 입천장, 편도, 후두부, 식도, 성기 궤양이 나타나거나 관절염, 눈의 염증, 피부 발진 등 다른 증상이 같이 나타나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입천장·편도·식도·성기 궤양에
관절염·눈의 염증·피부 발진 등
다른 증상 동반땐 전문가 상담을
상처 부위 잘 아물지 않고 곪아
장천공·시력상실·보행장애 등
발병 부위따라 심각한 후유증도
혈액검사만으로는 확진 힘들어
염증 위치·재발빈도 확인해야
◆잦은 구강염, 베체트병 의심
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남언정 교수는 “이 중에서도 베체트병은 아프타성 구강 궤양과 혼돈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베체트라는 터키 안과 의사가 구강 및 성기 궤양과 눈의 포도막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보고하면서 ‘베체트병’이라고 불리게 됐다. 이 질환은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기록될 정도로 오래된 질병이다. 우리나라 등 극동지방에서 중동지방을 거쳐 지중해 연안 국가까지 연결된 비단길에 인접한 나라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단길병’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라마다 나타나는 임상증상이 차이가 나 ‘베체트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베체트병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병 연령이 낮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이 생기며 질병의 중증도가 비교적 덜한 경향이 있다.
베체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환자에서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면역반응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남 교수는 “자가면역 질환이 주로 몸의 다양한 장기를 침범해 증상을 나타내며 이는 베체트병도 비슷하다”며 “아프타성 구강 궤양은 가장 중요하고 흔한 증상이다. 일반적인 아프타성 궤양과 비교하면 모양에는 차이가 없으나 심각한 구강궤양, 성기와 항문 주위 통증을 동반한 궤양은 베체트병의 흔한 증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베체트병이 발병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가장 먼저 구강 궤양이 나타나며 환자의 70% 정도는 구강 궤양 발생 이후 음부궤양이 나타난다. 이 경우 궤양은 구강 궤양보다 크고 깊으며 오래 지속되고 종종 흉터를 남기면서 치유된다.
◆장기에는 심각한 후유증
남 교수는 “장 궤양도 발생할 수 있는데, 주로 소장의 끝 부위인 말단 회장에 잘 생기고 크론씨 병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장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며 “피부 증상으로는 여드름 모양의 발진이 얼굴이나 몸에 발생하며, 동전 크기의 통증을 동반하는 결절성 홍반양 발진도 잘 동반된다”고 말했다.
베체트병 환자는 피부 상처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곪는 현상을 보인다. 이를 ‘패서지 현상’이라고 하는데, 내부 장기에 나타나면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곪게 될 수 있다. 눈을 침범한 경우에는 심하면 시력상실이 유발될 수 있으며 뇌를 침범하면 발음 장애, 보행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강력한 면역억제제 치료가 필요하다. 혈관염도 동반될 수 있는데, 동맥염의 경우에는 혈관이 늘어나는 동맥류가 발생할 수 있고 정맥염의 경우에는 주로 혈전증으로 나타난다. 이외에 가벼운 증상으로 무릎이나 발목 관절 등 주로 하지 관절에 관절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관절 파괴는 없다.
![]() |
이 때문에 베체트병은 1년에 3번 이상 재발하는 구강 궤양은 필수항목이다. 이외에 성기 궤양, 다양한 피부발진, 포도막염을 포함한 눈의 염증 및 패서지 현상에 대한 양성 반응 중 두 가지 이상이 존재하면 베체트병으로 진단한다.
베체트병의 치료로는 다양한 약제가 사용된다. 구강 및 성기 궤양에는 콜키신이 효과적이며 뇌, 눈, 혈관, 장 등에 발생하면 면역억제제 및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플리시맵이라는 약제가 개발되어 치료가 어려운 증상에 대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남 교수는 “병에 대한 많은 정보는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큰 불안감만 키우는 우를 범하게 된다”며 “베체트병을 포함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는 등 치료 효과는 더욱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