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돼지숯불구이 ‘두툼’ 권용환·지윤정 부부

  • 이춘호
  • |
  • 입력 2015-01-30   |  발행일 2015-01-30 제41면   |  수정 2015-01-30
셰프의 현란한 가위질·재벌구이 후 목심은 잘 익은 오리고기처럼 된다
20150130
현란한 손놀림으로 350℃ 그릴에서 초벌구이 한 돼지고기를 먹기 알맞게 잘라 익혀주는 권용환 오너셰프. 경주 현대호텔 사내 커플로 권 셰프를 만난 아내 지윤정씨는 날렵하고 다정다감한 서빙으로 단골을 사로잡는다. 두툼은 지역에선 초벌돼지구이 브랜드의 선두주자로 곁반찬은 모두 국내산 수제품이다.

권용환(43)·지윤정(38) 오너셰프 부부. 경주 현대호텔 외식부 사내 커플이다. 부부가 온갖 시련을 딛고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한 구석에 숯불초벌 돼지고기 전문점 ‘두툼’을 열기까지 겪은 경험담은 모든 식당 예비창업자에겐 참으로 귀중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현란한 권 셰프의 가위질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고수의 가위질이 스쳐가면 고기맛이 색다르게 변한다. 2인용 돼지목심은 꼭 빨랫비누만 하다. 하지만 초벌구이 직후 손님 식탁에서 재벌구이를 할 때 철판요리 전문 셰프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에 목심은 낙엽처럼 불판에 뒹군다. 그의 가위질 끝에 탄생한 돼지고기가 잘 익은 오리고기처럼 둔갑해 있다. 호텔리어 부부는 어떻게 돼지숯불구이집을 오픈하게 됐을까.

권 셰프는 경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에 들어간다. 당시 호텔산업이 융성했고 호텔학과도 경희대, 경주대 등 전국에 몇 개밖에 없어 장래가 밝아보였다. 졸업한 뒤 경주 현대호텔에 5년간 근무를 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타일이 혼합된 레스토랑 ‘피사’에서 근무한다.


경주 현대호텔 외식부 사내 커플
권 셰프는 국빈만찬 서비스도 3회

한돈마크의 1등급 신선한 냉장육
두번 구운 숯과 그릴에 초벌구이
달인의 경지 이른 가위질 후
불판 위에서 다시 직접 잘라 구워


당시 가장 무서운 단골은 정주영 명예회장. 그는 ‘왕회장’의 모든 걸 꿰차고 있었다. 그의 지정석, 좋아하는 메인 메뉴와 디저트, 말투까지도. 정 회장이 오면 전담 서비스맨이 따라붙는다. 왕회장은 정말 성격이 급했다. 2시간 이상인 풀코스 디너를 백반정식 먹듯 30분 만에 끝낸다. 울산 등 계열사 사장이 왕회장이 레스토랑을 나갈 때가지 근접 서비스를 담당했다.

권 셰프는 국빈만찬 서비스도 3회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 울산시청과 경주 엑스포 방문 직후 경주 현대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호텔리어 시절은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2001년 동양제과 외식사업부에 속해 있었던 외국계 다국적 패스트푸드였던 베니건스에 입사한다. 그해 7월 베니건스 자체 연수 프로그램이었던 ‘매니저 인 트레이닝(MIT)’을 6개월간 받는다. 외식업계의 해병대 캠프를 방불케 했다. 호텔 서비스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호텔 서비스는 호텔을 벗어나는 순간 적용불가였다. 상황별 서비스가 달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베니건스 매니저로 발령받는다. 대구 대백 본점 맞은편 동성로점 매니저로 시작한다. 3년 정도 있다가 다시 황금점 점장으로 발령난다.

렉서스 대구외식사업팀이 꾸려가는 ‘호면당(올가닉 누들바)’ 점장으로 간다. 이때 유기농에 대해 많이 공부한다. 당시 대구에 유기농 전문 식당이라면 ‘이플’ 정도였다.

뭔가 감이 잡혀 독립을 시도한다.

큰 꿈을 갖고 ‘그린 스토리 키친’이란 유기농 건강자연주의 음식을 팔아보려고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상인프라자 1층 대구은행 옆 건물에 입점했다. 2001년 5월이었다. 도시농부 로컬푸드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당시 그 건물 옥상에 채소를 재배하는 ‘빌딩팜’이 있었다. 옥상에서는 상추, 청경채, 비타민, 부추, 시금치, 양상추 등 15종이 나왔다. 옥상에서 나온 채소를 소비할 수 있는 식당이 바로 그린 스토리였다. 청운의 꿈을 품었다. 동네상권보다 많이 비싸게 팔았다. 경쟁력으로 밀고 나갔다. 그런데 소비자 분석에 실패했다. 당시 지역 방송에도 크게 소개됐지만 식당 내부 관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유기농 레스토랑이란 자부심만 있었지, 실제 규모의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매장 관리비, 인건비, 원가분석 등에서도 실패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빠듯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사실 고가의 유기농 식단은 ‘먼 나라 얘기’일 수 있었다. 결국 6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6개월을 허송세월한다. 자책감에 시달린다. 가게를 접고 집에 오니 집사람이 불을 끄고 울고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친구 후배가 돼지고기 구이집을 잘 꾸려가고 있었다. 시내 중구청 옆 ‘오구왕소금구이’였다. 엄청 붐볐다. 그는 그 후배에게 매달렸다. 월급도 없이 알바 신분으로 3개월 정도 돼지구이에 대한 기술을 축적해 나갔다.

그 집은 생고기를 직접 숯불에 구웠지만 그는 더 응용했다. 당시 생소했던 초벌구이로 승부수를 띄웠다. 초벌구이란 초·재벌구이를 거쳐 주인이 직접 절정의 고기를 잘라주는 것.

20150130
20150130
20150130

2013년 5월에 현재 자리에서 오픈했다. 맛있는 고기를 내기 위한 ‘두툼’만의 ‘골든룰’이 있다. 일단 고기부터 좋을 걸 선택해야 한다. 1등급의 신선한 냉장육, 한돈마크가 있는 걸 사용한다. 두 번 구운 숯을 사용한다. 한 번 구운 숯에 발암물질이 더 많다는 보고도 있어 재벌 숯을 사용한다. 7㎏ 한 상자에 2만6천원 선.

초벌구이는 350℃ 예열(30분)된 그릴에서 진행된다. 권 셰프가 예전 호텔에서 스테이크 만들 때의 필살기가 동원된다. 격자 모양으로 구워준다. 초벌 시간은 25초씩 양면을 두 번씩 빨리 구워준다. 일명 ‘포 스텝’이라고 한다. 초벌구이용 고기를 보면 칼집이 유난히 깊게 들어가 있다. 이는 고기를 구울 때 신속하게 굽는 용도도 있지만, 기름이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목적도 있다. 이 집 고기가 담백한 이유는 센 불로 육즙을 중심부로 몰아넣고, 그와 더불어 열에 약한 기름을 빨리 밖으로 추출해내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 두께는 3.5㎝인데, 목살은 4~5㎝.

숙성은 보통 14일이지만, 업체에서 열흘 정도 이미 숙성해 온 상태라 고기가 들어온 지 나흘 되는 분량만 돌린다.

그의 가위질은 달인의 경지. 너무 많이 가위질을 해 손가락에 영광의 상처가 있다. 오른손 엄지 첫마디, 셋째와 넷째 손가락, 중지와 약지에 사마귀 모양의 굳은살이 선연하다. 기존 불판 온도는 250℃. 바닥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고기 두께를 동일하게 해야 골고루 익는다. 손님은 두껍거나 얇게 자른다. 굽기가 들쭉날쭉해서 맛이 없다. 그걸 막기 위해 힘은 들지만 직접 잘라서 구워준다. 3인분 기준으로 20번 정도 빠르게 가위질을 한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식당은 많다. 하지만 프로답게 직접 오너셰프가 철판요리처럼 365일 가게를 지키면서 잘라주는 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벽에 그의 다짐이 영어로 적혀 있다. ‘Just like my mother used to cook’. 엄마표 음식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수성구 지산동 1212-9번지. (053)783-8685 연중무휴.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 된장국수도 인기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돼지숯불구이 ‘두툼’ 곁반찬 이야기

두절 콩나물무침이 느끼함을 많이 제거해 준다. 매일 구입해서 2시간 전에 삶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콩나물은 삶은 상태에서 바로 내면 비린내가 날 수 있다. 좀 거치해야 수분도 빠지고 아삭한 맛도 더해진다. 고춧가루, 마늘, 배, 사과 등 10여 가지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콩나물무침이 꼭 콩나물샐러드 같다.

묵은지찌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양념된 묵은지가 들어오면 그걸 씻는다. 거기서 양념이 걸러진다. 씻은 묵은지는 반찬으로 내고, 그 국물에 자투리 돼지고기를 넣어서 2시간 정도 고아서 기본 육수를 낸다. 그 육수에 씻지 않은 양념 묵은지를 넣고 갖은 양념을 더해 한소끔 끓여낸다. 200인분씩 말통에 끓인다. 주 1회 정도. 마늘장아찌, 깻잎장아찌, 마늘쫑장아찌, 양배추지 등은 장모가 직접 만들어 보내준다. 국수 모양의 노란 무채는 무를 국수처럼 길게 잘라서 식초와 설탕, 겨자소스를 넣어 6시간 숙성시켜 낸다. 피클 같은 맛이다.고기용 소스도 두 종류. 매운고추씨 양념장과 검은 소스는 양파간장소스를 베이스로 한다. 삼겹살은 달달한 간장소스, 목살은 빨간 고추씨소스에 찍어 먹는다. 간장소스는 이 동네에서 ‘마약소스’로 유명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