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역을 넘어 세계로] 수용성 하이드로 겔 마스크팩으로 세계 제패한 유현오 <주>제닉 대표

  • 이창호
  • |
  • 입력 2015-01-31 07:36  |  수정 2015-01-31 07:37  |  발행일 2015-01-31 제5면
잔주름 잡는 마스크팩 개발해 지구촌 주름 잡는 ‘창업 롤모델’
20150131
유현오 대표가 제닉 본사에 전시된 각종 마스크팩 상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지난해 9월24일 오후 1시30분 영남대 상경관 강의실. 수강생들이 미국의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폭스를 쏙 빼닮은 한 젊은 CEO의 특강에 푹 빠져있었다. 그는 수강생에게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의 또 다른 모델이 바로 ‘창업’”이라고 역설했다. 연단의 주인공은 이 대학 섬유공학과 91학번 출신의 유현오 대표(46). 여성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일명 ‘하유미팩’(셀더마 마스크팩·수용성 하이드로 겔 마스크팩)을 개발해 지구촌 마스크팩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벤처 성공신화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인물이다. 2001년 1인 기업에서 출발해 지금 연 매출 1천억원대의 회사로 성장시킨 유 대표는 2013년 예비창업가 1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창업가 롤모델’ 1위에 올랐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제닉 본사에서 유 대표를 만나 꿈, 땀, 열정으로 써온 그의 창업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20150131

대학때 배낭여행 폭염 속 알바
화끈거리는 얼굴 식히며 영감

IMF로 취업 포기 창업에 도전
1인 기업 출발한지 10년 만에
年매출 1000억대로 쾌속 성장
세계적 1등 전문기업 자부심

벤처기업 성공 신화 키워드
긍정적 사고·열정·겸손 꼽아


-3수 끝에 대학에 진학하셨네요. 당시 각오가 남달랐겠습니다. 지금 대박내고 있는 마스크팩도 대학 시절에 품은 꿈이었습니까.

“늦게 들어갔으니 시쳇말로 ‘을’이 됐죠. 나이 어린 사진 동아리(사우회) 선배에게도 “선배, 선배” 하며 사진을 배웠죠. 늦은 만큼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캠퍼스 생활을 했습니다. 대학 4년 때 호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무일푼 신세가 돼 막노동 알바를 한 적이 있었어요. 폭염 속에서 일하다보니 얼굴이 화상을 입을 정도로 타버렸죠. 그때 함께 일하던 외국인 친구가 준 물수건을 얼굴에 올리니 진정이 되더라고요. 제 인생의 첫 ‘유레카’였습니다.”

-학부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공부하셨네요.

“제 인생에서 가장 원없이 공부한 시기였죠. 명문대 출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두 배 세 배 더 ‘열공’했습니다. KIST에서 위촉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세계적 권위의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저널에 3편의 논문을 냈습니다. 그런데 낙관했던 취업전선에 빨간불이 켜져버렸어요. IMF 외환위기 때문이었죠. 낙심이 컸죠.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취업 못하면 창업하면 되지! 이 생각이 ‘제닉’의 출발선이 된 것입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1인기업으로 창업한 ‘제닉’의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하이드로 겔 타입의 상처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비용부담에 임상실험을 못해 포기했죠. 바로 여기서 제 첫 역발상이 나왔습니다. 화장품인 마스크팩으로 급전환을 한 것입니다. 일단 제가 먹고는 살아야 했으니까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영업하러 서울 강남의 피부과란 피부과는 다 돌아다녔지요. 하나같이 잡상인 취급하더라고요.(웃음) 대기업에 찾아가도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헝그리 정신이 좀 있거든요. 매일 출근 때 다짐했습니다. ‘집에 나올 때 간, 쓸개 다 빼고 나오고 그 자리에 돈을 벌어 넣자’고.”

-미국에서 사업의 터닝포인트가 마련됐다고 하는데.

“그때가 서른둘이었습니다. 혈기왕성할 때였죠. 제가 개발한 제품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꼭 뚫어보겠다고 욕심을 냈습니다. 수출사절단에 참여해 밴을 빌려 미국 동쪽을 종단하며 바이어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점차 관심을 갖더라고요. 여기서 또 역발상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광고를 냈는데 모델을 할머니로 썼습니다. ‘내가 이 제품을 일찍 알았다면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을 텐데…’라는 카피가 대박을 친 거죠. 2003년 미국 전역 8천여개의 대형마트로의 납품이 이뤄졌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름을 단 마스크팩 수출은 처음이었습니다. 그토록 우릴 무시하던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도 태도를 바꿔 파트너십을 제안해오기 시작했습니다.”

20150131

-천하의 ‘하유미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2007년 홈쇼핑에서 대히트를 쳤습니다. 탤런트 하유미씨의 깐깐한 이미지와 팩의 우수성이 맞아 떨어진 거죠.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수용성에 있습니다. 파스나 패치처럼 유효성분이 피부에 빨리 흡수됩니다. ‘하유미팩’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으로 2012년 ‘1천억 벤처클럽’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위기는 없었습니까.

“2007년에 기초화장품 사업을 하다 많은 적자를 냈습니다. 광고만 하면 다 잘될 줄 알았죠. 조금 성공했다고 교만해진 탓입니다. 이때 직원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술도 끊고 일에 전념했지요.”

-지금 중국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던데요.

“중국은 제닉의 무한성장을 이끌 최대 버팀목입니다. 그곳 시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의 한 해 마스크팩 수요가 1천300만장인 데 비해 중국은 한 업체의 주문량이 1천만장을 육박하고 있을 정도지요. 상하이에 공장을 설립해 가동중이고 향후 상하이에 한 군데 더 지을 계획입니다.”

-유 대표의 성공 철학을 요약한다면.

“첫째는 긍정적인 마인드입니다. 그다음으로 겸손과 열정입니다.”

-유 대표의 중소기업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중소기업요? 전 중소기업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작고 어중간한 기업이란 말인데 이는 잘못됐습니다. ‘전문기업’이란 이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4만달러로 가려면 특허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많아야 합니다. 자랑같지만 이 점에서 우리 ‘제닉’은 세계 1등의 전문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영남대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후배 중엔 아마 ‘인(in) 서울’을 못해 좌절감을 느낀 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은 쉽게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 영남대에서 제 인생의 창의성을 길렀습니다. 좋은 인프라를 가진 제 모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후배들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선배들이 열심히 도울 생각입니다. 먼 훗날 ‘창업하려면 영남대로 가라’는 말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


“직원‘1인 1악기 운동’통해 성취감·동기 부여”
■ 유 대표의 ‘감성·문화경영’

유현오 대표는 2010년부터 ‘1인 1악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젠 직원 대부분이 바이올린, 플루트, 기타 중 한 악기는 수준급으로 다뤄 체임버오케스트라까지 꾸리고 있다. 벤처기업 송년회나 전직원 워크숍 등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유 대표는 “직원이 악기연주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다 보면 업무에 대한 도전의식과 창의성도 절로 생기는 등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직원과 함께 한강, 금강, 낙동강 등을 잇는 자전거 종주에 나서기도 했다.

제닉은 해마다 회사 이익이 나면 우수사원을 선정해 아파트를 구입, 10년간 무상임대를 하는 파격적 복지혜택을 내놓고 있다.

유 대표는 “서울에서 집을 구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소 겪었다”며 “이 같은 사원복지제도로 직원의 애사심이 강해지고 우수한 인재도 많이 들어오는 등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코스닥에 상장된 제닉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창업 이후 ‘장영실상’ ‘세계일류상품상’ ‘100대 우수특허상’ ‘벤처기업 대상’ 등 숱한 상을 받았다.

고향은 김천이며 대구 경운초등, 경운중, 계성고와 영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부인 정희경씨(42)와의 사이에 딸 셋을 두고 있다.

기자 이미지

이창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