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 노래 무려 11곡…‘대구역 떠나는 완행열차’ 하춘화가 6세에 녹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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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  발행일 2015-02-06 제34면   |  수정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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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순 영남대 교수 기고
희귀한 음원자료를 찾아내기 위해 전국을 뒤지고 다녔다.

음원소장자를 만나서 음원제공 협조를 얻어내기가 몹시 힘들었다. 대구를 배경으로 다룬 노래들을 하나둘 수집해보니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선 적지만 대략 60곡 이상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중복된 테마, 예술성이나 작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배제하고 뽑은 것이 마흔 곡이다.

이 음원자료들을 이번에 ‘대구+기억-대구테마노래 40선’이란 제목으로 발간하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첫째, 이런 시도 자체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초유의 성과다. 서울, 부산 등 어느 지역에서도 한 지역만의 노래를 모아서 정리한 시도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다.

둘째, 이 음원자료를 통해 대구의 근대문화, 근대역사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훌륭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30년대 초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지역의 대표 가요작품을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코스에서 가요사와 관련된 코스들을 추가해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고모령과 고모령노래비를 비롯하여 대구에 세워진 노래비 순례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50년대 초반 그 유명했던 ‘굳세어라 금순아’의 발표장소 오리엔트레코드사의 현장을 방문하는 코스도 보탤 수 있다.

40곡 중 ‘비 내리는 고모령’과 ‘능금꽃 피는 고향’ 정도만 많이 알려졌다. 상당수가 그동안 별반 유행을 타지 못했다. 왜 우리 대구 노래들은 서울이나 부산, 목포의 노래들처럼 전국적 명성과 인지도를 얻지 못하는가. 우리 지역에서 대중문화를 다소 폄훼해 왔던 것은 아닌지 이 기회를 통해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대구·경북을 주제로 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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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테마 노래 40선 CD.

이동순 영남대 교수 발굴 정리

대구 배경으로 한 첫 대중가요
‘비내리는 고모령’등
고모령 들어가는 노래는 4편

사과 주제 노래도 다수
사과 특산지로서의 대구 부각
패티김‘능금꽃 피는 고향’대표적


지난해 11월, 참으로 귀한 음반이 하나 나왔다. 대구시의 의뢰를 받아 이동순 영남대 교수가 어렵사리 발굴해 만든 ‘대구테마노래 40선’이다.

그는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인의 작품을 정리해 백석시전집을 발간한 중견 시인이다. 이후 가요사 연구가로 나선 그는 가요에세이 ‘번지 없는 주막-한국가요사의 잃어버린 번지를 찾아서’로 주목받는다. 대구MBC 라디오 ‘이동순의 재미있는 가요이야기’ 코너를 2003년부터 5년간 진행했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의 전국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DC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라디오프로 ‘남북이 같이 듣는 노래’를 인터넷 녹음으로 진행 중이다.

그는 오래된 SP, LP음반을 일일이 찾아서 뒤지고 거기에 녹음된 자료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혹시라도 대구를 다룬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은 없을까 조사하였다. 많은 사람은 서울, 부산 등을 다룬 노래는 많지만 ‘대구를 다룬 노래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예상 외로 대구를 테마로 한 노래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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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테마송을 찾아서

명시 ‘봄은 고양이로다’를 지은 고월 이장희 시인의 조카였던 이재욱은 경성제국대학을 다니던 중 1929년 영남지역 전체를 직접 다니면서 민요를 채록해 필사본 ‘영남전래민요집’으로 정리한다.

대구가 배출한 최초의 대중가수는 대봉동에서 태어난 장옥조. 그녀는 1935년 리갈레코드를 통해 유행가 ‘고향아 잘 있거라’로 데뷔했다. 50년대 6·25전쟁 시기에는 대구가 한국대중문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권위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의 작곡가 고(故) 이병주에 의해 설립된 오리엔트레코드사에서는 귀국선, 전우야 잘 자라,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아내의 노래, 님 계신 전선, 미사의 노래, 고향초 등 한국가요사에 길이 빛나는 노래들을 대구에서 만들어 발표하였다.

기록상에 나타난 최초의 대구 테마노래는 1936년 서울 밀리온레코드에서 CM806번 음반으로 발간된 최계란의 노래 ‘대구아리랑’이다. 금호강에서 사랑하는 님과 이별하는 광경을 다루고 있다. 대구를 배경으로 다룬 최초의 대중가요는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럭키레코드)이다.

이번 테마송 40선 가사의 특성을 분석해보면 꽤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첫째로 대구역을 다룬 노래가 무려 11편이라는 점이다. 님 떠난 대구역(강정문 작사·작곡, 시민철 노래, 1960), 대구역 떠나는 완행열차(오종하 작사, 형석기 작곡, 하춘화 노래, 1961), 비 내리는 대구역(김진수 작사, 김현 작곡, 김효순 노래, 1961), 대구블루스(천지엽 작사, 진성화 작곡, 남호심 노래, 1962), 그리운 대구역(반야월 작사, 손목인 작곡, 유성진 노래, 1965), 대구역 이별(반야월 작사, 나화랑 작곡, 남일해 노래, 1965), 대구역 밤 11시(작사 미상, 김화영 작곡, 오기택 노래, 1966), 이별의 대구정거장(호심 작사, 고봉산 작곡, 고봉산 남강수 노래, 1966), 밤 깊은 대구역(이동근 작사, 백영호 작곡, 강영철 노래, 1966), 이별의 대구역(작사 미상, 이시우 작곡, 양수창 노래, 1967), 못 잊을 대구정거장(작사 미상, 황하룡 작곡, 김두곤 노래, 1967) 등이다.

‘대구역 떠나는 완행열차’는 가수 하춘화가 1961년, 불과 여섯 살에 울먹이는 듯 애처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대사도 직접 녹음했다. 대다수의 노래가 60년대에 발표되었지만 상당수 작품의 배경은 6·25전쟁 격동기를 그려낸다. 가사 속 열차는 대개 밤에 떠나는 야간열차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노래들의 가사에서 역사적 긴장이나 절실함은 크게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구란 지명을 서울이나 다른 곳으로 바꾸어도 별다르지 않다. 대구라는 지역 고유성이 그만큼 희석되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둘째로는 고모령을 다룬 노래가 4편이나 된다는 점이다. 비 내리는 고모령(호동아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1948), 잘 있거라 고모령(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현인 노래, 1955), 고모령 아가씨(천지엽 작사, 김광 작곡, 권미숙 노래, 1965), 고모령을 넘을 때(월견초 작사, 박시춘 작곡, 이미자 노래, 1969) 등이다. 고모령은 ‘령’자를 붙이기엔 너무 낮고 작은 언덕길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이런 언덕길에 어마어마한 ‘령’자가 붙은 것일까? 한국인이 넘어왔던 ‘아리랑고개’였던 것이다.

셋째로 다수의 작품을 산출했던 테마로는 ‘능금’, 즉 사과의 특산지로서 대구를 부각시키고 있다. 능금 따는 아가씨(반야월 작사, 김화영 작곡, 차은희 노래, 1960), 대구아가씨(남국인 작사, 백영호 작곡, 박재란 노래, 1966), 능금나무집 아가씨(작사 ·작곡 미상, 최유진 노래, 1967), 대구의 연가(야인초 작사, 임문규 작곡, 박일남 노래, 1969), 능금꽃 피는 고향(길옥윤 작사 ·작곡, 패티김 노래, 1971) 등이다. 동산의료원 정원에는 1899년 개원당시 미국 미주리 주에서 의료선교사가 들여온 한국 최초의 서양사과나무 자손목이 있으며 이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과 테마노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는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이다.

60년대에 접어들어 대구시에서 직접 ‘대구시민의 노래’(백기만 작사, 유제덕 작곡)와 ‘대구시 건설행진곡’(이호우 작사, 김진균 작곡, 블루벨즈 이씨스터즈 노래)도 제작했다. 대구시민의 노래는 대구가 배출한 대표적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목우 백기만 시인의 노랫말이다.

이 밖에 대구의 지명이나 고유성을 지닌 달성공원, 팔공산, 비슬산, 금호강, 동촌, 아양교, 향촌동, 반야월, 동화사, 갓바위, 약사여래불, 수성못, 동성로, 청라언덕, 두류공원, 달구벌 등의 공간배경이 노래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갓바위(이영선 작사, 서정아 작곡, 김동아 노래, 1987), 동성로의 밤(김채열 작사, 박성훈 작곡, 박성미 노래, 1989), 비내리는 동성로(권혁식 작사, 남국인 작곡, 문희옥 노래, 1990), 내 고향 대구(유정 작사, 이승무 작곡, 신광우 노래, 1995), 컬러풀 대구(조정환 작사, 최수민 작곡, 최수민 노래, 2009) 등이다.

최근에는 가수 신유의 아버지이자 작곡가 겸 대한가수협회 경북지회장인 신웅씨(63)도 향토 테마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첫 곡으로 국내 첫 피아노가 들어온(당시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였던 사이드 보텀(한국명 사보담)이 1900년 3월26일에 들여옴) 달성군 화원유원지 사문진을 배경으로 한 ‘사문진 엘레지’를 전 GG밴드 리드 싱어였다가 솔로로 전향한 가수 박라연씨에게 주었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도움말=이동순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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