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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1일 취임한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이 13일 오전 변호사회(수성구 범어동)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과 제10조의 내용이다. 이 같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법조 3륜’이라 불리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중 변호사는 사법부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억울한 국민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돕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도 모두 52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대형 로펌의 영역 확장으로 입지가 줄어든 실정이다. 이에 지역 변호사계는 시민과의 거리감 좁히기에 나섰다.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을 만나 지역 변호사들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수임체계 바로잡기
변호사 정보 정확히 줘야
브로커 입지 줄일 수 있어
전관예우는 잘못된 관념
시민들 의식부터 바꿔야
지역변호사와 대형로펌
수도권 대형법무법인에
사건 뺏기는 경우 늘 수도
전문성 더욱 세분화해야
지역변호사 경쟁력 강화
사법시험 존치 반대
신분상승의 도구는 옛말
사시 반성 결과가 로스쿨
두 제도 병행하면 혼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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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대구변호사회 회장
1959년 경남 밀양 출생. 계성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3년 변호사 개업 이후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 전화 대표이사, 대구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 제1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취임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지역변호사들의 수장을 맡게 된 소감은.
“그동안 대구·경북의 법조 관련 기관이나 경제단체를 방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변호사에 대한 걱정도 많고, 바라는 점도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롭게 추진해야 할 일이 많아 마음이 무겁다.”
-최근 대한변협회장이 사법시험(司法試驗)존치를 주장한 인물이 당선됐다. 로스쿨과 사시존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신임 대한변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사시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쪽이다. 사시폐지는 앞으로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시존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는 사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신분상승의 도구’로 사시를 존치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법조인이 되면 신분이 상승한다는 것 자체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 같다. 두 제도가 병존하게 되면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큰 혼란을 주고,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분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 출신도 늘고 있다. 이에 따른 변화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다양한 전공과 사회적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법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전문분야에서 차별성을 갖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법정경험도 많이 부족하고,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있기에 적응이 쉽지 않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더불어 변호사 과잉시대란 말이 나온다. 수도권 대형 로펌의 영역확장에 대한 대처방법은.
“변호사 수가 늘어났지만, 과잉인지 아닌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경로를 통해 과다한 수임료를 지불하는 등의 피해를 입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 대형 법무법인에 사건을 빼앗기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지역 변호사도 보다 세분화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지역 변호사들이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면.
“변호사 수는 많이 늘어났지만 일반 시민과의 거리감은 여전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변호사들도 기존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자세를 낮춰 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호사는 단순한 자영업이 아닌데도 공익적 기능이 망각되는 경우가 많다. 대구지방변호사회에서는 최근 경북대 총장 사태와 관련해 교육부장관의 조속한 임명제청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내용의 정당함이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와 상관이 없는 일에 관여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변호사는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갈 의무를 가지고 있고, 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지역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이 있다면 헌법과 법률을 다루는 변호사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시민들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
-변호사 수임체계 질서가 어지럽다는 말이 많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변호사 수가 늘면서 중간 브로커가 활동할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법률소비자인 시민이 변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어야 수임질서가 바로잡힌다. 앞으로 대구변호사회에서도 시민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변호사와 연결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판사·검사출신 변호사에게 수임이 몰리는 것에 대한 방안은.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전관예우 근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형사사건이 전관으로 구성된 특정 법무법인에 몰려 법원에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 전관예우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의식 속에 뿌리 박혀있는 잘못된 관념이다. 이는 결국 과도한 수임료로 이어지고 피해는 시민이 입게 된다. 전관예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도록 협회 차원에서 홍보활동을 펼쳐야 한다.”
-대구법원 이전에 대한 생각은.
“대구법원 이전은 법원의 소관이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법원 이전은 변호사가 법관보다 더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설 부지의 확보 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불편하면 결국 법원의 손해다. 이전한다면 이전지 선정 등에 관해 참여의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재임기간 포부가 있다면.
“시민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변호사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법조계의 문턱을 낮주고, 사회공헌 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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