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세상] 청년 노인들이 나서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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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6   |  발행일 2015-03-06 제22면   |  수정 2015-03-06
20150306

도전의식 약한 ‘체념젊은이’
고령화문제보다 더욱 심각
6·25전쟁·산업화 등 경험한
불굴의 그 정신력 가르쳐야
역동적인 청년문화로 변화

며칠 전 서울에서 90세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장래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미래를 계획하고 도전하는 것은 청년의 특징이다. 새로운 미래에 도전하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진정한 ‘푸르른 나이(靑年)’, 즉 청년이다. 그런데 정반대 추세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 중 만만찮은 현실에 치여 급기야 꿈과 도전을 포기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살아가는 체념족이 급증한다고 한다.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큰 사회적 위기다.

현재 한국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율로 성장의 주축인 20~30대 인구가 급감하는 고령화다. 그런데 고령화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체념족 젊은이의 급증이다. 고실업 상황에서도 스스로 창업하거나 중소기업에 가서 그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도전의식은 약하며, 공무원이나 교사직 등 상대적으로 노후보장이 안정적인 직업이 인기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능성에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미래보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노인들의 심리다.

체념족 젊은이가 늘어나면 설사 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청년정신을 회복시키는 것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데, 누군가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를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청년문화로 전환시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시대적 과업에 적합한 집단은 역설적으로 90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할머니 같은 청년정신을 가진 노년층이다. 우리 노년층은 일제강점기와 6·25,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경험을 가져서 이 소중한 정신적 자산을 꺼져가는 청년정신을 회복시키는 소명에 활용해야 한다.

의술의 발전으로 노년층은 그런 시대적 과업을 수행할 충분한 육체적 능력을 갖게 됐다. 5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55% 이상 급증했다. 대략 현재 80세는 과거 52세에 해당된다. 게다가 이들은 오랜 삶에서 축적된 풍부한 경륜을 가지고 있다. 체념족 젊은이들이 스스로 회복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청년 노인들이 나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청년노인의 예는 동서고금에 무수하다. 성서의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귀향을 위해 신의 부름을 받고 나섰을 때가 80세였다. 삼국지의 조자룡은 마지막 중원정벌 때 70세가 넘었지만 스스로 선봉에 나서 대승을 거두어 용맹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적 조각가 브르주와나 화가 오키프는 100세의 나이로 작고하기 직전까지 걸작들을 쏟아냈다. 우리나라도 평생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광복과 함께 귀국했을 때 이승만의 나이는 71세였으며, 이때부터 격변하는 국내외 정국을 주도하며 3년 후 기어코 건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 12년간 장기 집권했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이런 청년 노인들의 특징은 시야를 과거보다 미래에 두는 것이다. 이들은 남은 날들을 계산하며 인생을 섣불리 정리하려 하지 않고 ‘내일 지구의 종말의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태도로 항상 미래를 계획하고 멈추지 않고 도전한다. 알렉산더에게 햇볕을 가리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이제 나이가 많으니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쉬면서 일생을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그는 “달리기 경주를 하는데 결승선에 다 와 간다고 달리기를 멈추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나이가 들었어도 미래에 대한 꿈과 열정, 패기가 오히려 더 굳건해지는 이런 청년 노인들이 미래에 대한 도전의 모범을 보이면 체념족 젊은이들도 그 롤모델을 따라 청년정신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회상이나 정리는 당장 잊어버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즉시 미래를 계획하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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