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전’ 한쪽은 땅치고 한쪽은 박수쳐

  • 이연정,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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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01 07:39  |  수정 2015-04-01 07:39  |  발행일 2015-04-01 제9면
■ 대구시민운동장 상권 희비
20150401
2016년 시즌부터 프로야구 경기는 대구시 수성구의 새 야구장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북구 고성동의 시민야구장 주변 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시민야구장 건너편의 한 중화요리점 앞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50만5천45명.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시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 수다. 올해도 시민운동장에는 지역은 물론 전국 야구팬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민운동장의 분위기는 급변할 전망이다. 2016년 시즌부터 프로야구 경기가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 인근 새 야구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운동장 주변 상권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30여년간 이 일대를 지켜온 상인의 반응은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 식당·슈퍼마켓 ‘울상’

지난달 30일 찾은 시민운동장 야구장 정문쪽 대로는 한산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눈에 띄게 적었고 길가에 차량만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다. 야구 경기가 진행된 지난 주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야구장 맞은편에 자리 잡은 한 중화요리점 앞에 ‘임대’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점심시간이 임박했지만 주변 식당에는 손님이 뜸했다. 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일 이사간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시민운동장 주변 상인 대부분은 야구장 이전을 아쉬워했다.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경기를 보러온 팬뿐만 아니라 선수, 관계자도 자주 찾아와 나름의 특수를 누렸는데 내년부터는 매출이 급감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는 것.


“내년 옮기면 매출 급감 뻔해”
식당·슈퍼마켓 벌써 한숨만
재개발 사업 등에 기대 걸어

축구용품 위주 스포츠매장은
“주차난 해소 손님 늘 것” 반색


야구장 정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옥임씨(55)는 “임차료가 싼 편이 아닌데도 야구장만 바라보고 27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 야구장 이전 소식이 알려진 뒤로 다들 장사를 그만두려는 분위기”이라고 설명했다.

야구장 이전에 따른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곳은 삼성라이온즈 용품 공식 판매처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라이온즈 공식 판매처 직원인 홍모씨(47)는 “삼성 용품 판매처도 새 야구장 입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야구장과 함께 이전하지 않으면 매출 급감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 스포츠용품점 ‘화색’

반면, 대구구장 주변에 위치한 10여개의 스포츠용품점은 이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즌 중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손님이 주차난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H스포츠용품점 직원 김동욱씨(35)는 “경기가 있는 날은 고성동 일대 골목이 주차된 차로 인해 무척 복잡하다”며 “축구용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단골 손님은 일부러 경기 있는 날을 피해 올 정도”라고 했다.

또다른 스포츠용품점의 한 직원은 “시즌 중에는 뜨내기 손님이 몰린다. 한 가게에서는 물건을 도난 당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대구지역에서 스포츠 용품, 유니폼이 집적된 곳으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손님 편의를 위해서는 야구장 이전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리모델링만이 살길

시민운동장 주변 상인들은 야구장 이전 뒤 고성동 재개발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 야구장 부근으로의 업소 이전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신축 야구장이 들어서는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 일대에는 아직 상가건물 조성계획이 없을뿐더러 20여년 넘게 기반을 닦아온 고성동을 떠나기가 쉽지 않아서다.

더욱이 새 야구장 구내 매장은 운영권을 가진 삼성 구단측의 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반 상인의 입점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고성동 재개발 사업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8)는 “고성동 일대는 이미 노후됐기 때문에 사람을 지속적으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민운동장 주변 상권은 금세 죽어버릴 것”이라며 “주변 상인 대다수가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사업계획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동 재개발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주민 이모씨(72)는“고성동 재개발은 벌써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현안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현장소통실에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있는데 야구장 이전을 계기로 하루 빨리 고성동 주변 환경이 새롭게 변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구시도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조속한 시일 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상반기 중에는 청사진을 내놓겠다는 것.

이도현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야구 동호인과 프로축구 관중 등 유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해 주변 상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리모델링 기간이 지나면 프로야구 시즌에만 사람이 몰리는 지금보다 상권이 더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시민운동장 야구장을 연중 운영이 가능한 사회인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하고 활용도가 낮은 주경기장과 씨름장, 보조경기장 등을 축구전용 경기장과 다목적 실내체육관 등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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