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조종수 서한 대표이사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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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09   |  발행일 2015-05-09 제22면   |  수정 2015-05-09
“재개발·재건축은 지역의 힘으로 해야…대구건설은 대구에 맡겨달라”
20150509
내달 제14대 대구건설협회장에 취임하는 조종수 <주>서한 대표이사 사장은 “대구의 건설업계가 일치단결해 향토건설의 화려했던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서한 제공>


◇내달 건설협회장 취임 각오는
외지업체 무분별한 진출 막으려면
덤핑 자제…건물다운 건물 지어야

◇12세 시골소년의 꿈 이뤄
청송 골짜기에 길 뚫리는 게 소망
어릴때 꿈이 토목공학과 선택 계기

◇40년 건설인생 요약한다면
지산·범물·시지 택지조성 기억남아
손주들 더 크면 엑스코 자랑할 터

◇소박한 꿈이 있다면…
‘스토리 거리’ 건설에도 관심 많아
대구출신 안성기의 거리 만들고파



1960년대초 청송 골짜기의 12세 소년은 야무진 꿈을 갖고 있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 시원한 길이 뚫리고 집도 새단장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었다. 그 꿈을 놓지 않았던 소년은 어느덧 반백년의 세월이 흘러 대구지역 건설업계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그 주인공은 제14대 대구건설협회장에 추대되어 내달 26일 취임하는 조종수 <주>서한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난 12대에 이어 두 번째 회장직을 맡게됐다. 지난 4일 대구 수성구 서한 본사에서 조 사장을 만나 청춘과 열정을 바쳐온 지난 ‘40년 건설인생’과 여전히 목마른 ‘남은 건설의 꿈’을 들어봤다.


-우선 신임 대구건설협회장에 추대된 소감과 포부를 피력해 주십시오.

“그동안 많은 외지 건설업체가 대구 건설마당을 잠식했는데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대구 건설업체의 단합과 경쟁력 강화입니다. 중·소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 건설업계가 어떻게든 힘을 모아 대구경제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대학(영남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건설분야에 관심이 남달랐습니까.

“어릴 적 제가 살던 동네 이름이 ‘도평’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죠. 어느날 졸업생 선배들이 학교에 찾아와 강연을 하면서 ‘후배들은 꼭 이 골짜기를 마을 이름 도평처럼 사람들이 오가는 데 평안한 길을 닦아라’고 당부하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훗날 제가 대학 토목공학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웃음)”

-1983년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서한에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요.

“ROTC 공군 중위로 예편한 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5년간 일했습니다. 어느날 ‘소꼬리보다 닭머리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공부한 터전에서 갈고닦은 건설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서한엔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서한의 주택본부장이자 고향 중학 선배인 조특래 전 청구산업개발 대표로부터 아파트 건설의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의 조종수’를 있게 한 제 삶의 멘토였습니다.”

-서한은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습니까. 당시의 소회를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상무를 맡았던 때입니다. 청구·우방·보성 등 빅 3가 무너진 상황에서 서한만큼은 살려야 된다는 지역 상공인들의 마음이 ‘서한 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 공사대금과 월급을 제때 못 받은 협력업체와 직원들의 헌신적인 양해가 없었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두고두고 고마울 따름이죠.”

-2003년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법정관리 졸업 후라 각오가 남달랐겠습니다.

“‘지역’과 ‘협력업체’ 그리고 ‘직원’에 대한 생각이 새로워졌습니다. 서한이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하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죠. 우선 서한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직원들에겐 해마다 해외연수의 자리를 마련해 줬습니다. 특히 저도 과거에 과장으로 입사해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알죠. 직원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신명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흐뭇했습니다.”

-지난해 서한의 매출과 올해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작년엔 5천억원의 매출실적을 거뒀습니다. 올핸 6천억원이 목표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성과를 통해 우리의 잠재력과 능력을 확인했고, 올해도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한의 분양계획은 어떤지요.

“우선 다음달 중 대구수목원 앞 대곡2지구 C-1블록에 총 850가구 중 551가구를 전용면적 101㎡로 구성한 ‘수목원 서한이다음 아보르’를 공급합니다. LH가 앞으로 3년간 신도시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4~5년간 도심속 공영택지의 희소가치는 매우 높을 겁니다. 하반기엔 수성구 사월지구 400여 가구, 동구 각산동 350여 가구 등 올해 총 1천600여 가구의 분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대구건설협회장에 추대된 뒤 지역 건설인들로부터 어떤 당부의 말을 들었습니까.

“지역 건설업계를 든든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외지업체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아달라는 얘기죠. 이를 위해선 대구 건설업체가 지역에서 덤핑수주를 자제하고 ‘건물다운 건물’을 지으려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노력이 쌓이면 대구시민도 지역 건설업체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대구의 건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입니까.

“지난해 전국 건설 매출액 100조원 가운데 대구의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외지업체가 대구를 공략한 탓이 컸지요. 이들 외지업체는 자금력을 무기로 대구에 들어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빠져나가 대구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더는 넋놓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우리 힘으로 해야합니다. ‘대구 건설은 대구에 맡겨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절실한 것이죠. 기업 스스로 몸집과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하고, 지자체나 학계도 지역 건설업체에 많은 도움을 줘야할 것입니다.”

-건설인생 4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공사는 무엇이죠.

“뭐니해도 지산·범물·시지 택지조성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죠. 지금 번듯한 신도시가 돼 있는 걸 보면 흐뭇합니다. 엑스코 건물도 참여했는데 손주들이 조금 더 크면 데리고 와 자랑할 계획입니다.(웃음)”

-남은 건설인생에서 소박한 꿈이 있다면….

“요즘 대구에 ‘김광석 거리’가 뜨고 있지요. 꾸며 놓은 게 솔직히 성에 안차지만…. 작년에 ROTC 동기인 국민배우 안성기에게 ‘안성기 거리’ 조성을 제안 한 적이 있습니다. 성기가 대구 중구에서 태어났거든요. 동구 아양교 근처 벚꽃터널 초입에 있는 패티김 노래비도 우리 서한이 기증한 것이죠. 전 ‘스토리 거리’ 건설에 관심이 많습니다. ‘안성기 거리’를 만약 한다면 멋지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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