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트래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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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  발행일 2015-05-15 제42면   |  수정 2015-07-10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30년만의 귀환… 더 확고해진 묵시론적 SF세계관

20150515

거장의 귀환은 더없이 화려하고 강렬했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1985년 ‘매드맥스3’ 이후 무려 30년 만에 완성한 ‘매드맥스’ 시리즈의 후속편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감독한 조지 밀러가 연출자로 다시 이름을 올렸고, 첨단 기술과 진보된 액션에 힘입어 볼거리에 충실한 액션 미학으로 완성됐다.

영화는 세계가 종말을 맞은 지 45년이 지난 22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핵전쟁 발발로 초토화된 지구. 운 좋게 살아 남은 자들은 오로지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 사랑과 기쁨, 연민의 감정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이를 대신한 건 배고픔과 갈증, 고통의 감정뿐이다. 인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맥스(톰 하디)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었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싸우며 홀로 이 세계를 배회하는 중이다.


오리지널 시리즈 조지 밀러 메가폰
스턴트·배우들의 리얼 액션 볼거리
삭발 연기 샤를리즈 테론 강렬한 인상


사람들은 물과 기름을 얻을 수 있는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 번)의 시타델에 모여 산다. 임모탄은 유전적으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인류를 구하는 동시에 이미 병 들어 버린 자신의 혈족과 신인류인 워보이를 지키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선 신선한 O형 피를 가진 맥스가 필요하다. 맥스는 그들에게 납치돼 피주머니 노예가 된다. 한편,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녀를 쫓는 무리 중에 임모탄의 전사로 장렬한 죽음을 원했던 워보이 눅스(니콜라스 홀트)가 있다. 그는 피주머니를 차에 매달고 퓨리오사의 뒤를 쫓게 되는데, 맥스는 이를 탈출의 기회로 삼는다.

“세상이 멸망하면서 누가 더 미친 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나인지. 이 세상인지.” 영화의 시작과 함께 깔리는 맥스의 내레이션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관통하는 핵심 명제다. 이미 ‘매드맥스2’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미지의 한 전형을 구축한 조지 밀러는 이번 영화를 통해 묵시론적 SF세계관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덕분에 음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한층 깊고 분명해졌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완성하고 싶었던 건 과거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액션 스펙터클이다. 결과적으로 “액션 영화는 시각적인 음악”이라는 그의 지론처럼 시종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액션 스케일은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장면이 스턴트와 배우의 리얼 액션으로 완성되었다는 점. 액션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반적인 히어로물과 달리 ‘매드맥스’ 시리즈에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복수를 위해 발버둥치는 반영웅만이 존재할 뿐이다. 삭막하고 타락한 풍경이 배경인 이 작품에 방황하는 반영웅의 이미지는 그 점에서 적역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의 톰 하디가 멜 깁슨의 바통을 이어 음울한 반영웅으로 탄생했다. 톰 하디의 맥스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비교하면 분명 다르지만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또 삭발투혼까지 감행한 샤를리즈 테론은 퓨리오사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조지 밀러마저 보고 놀랐다고 말했을 만큼 나미비아 불사의 사막에서 펼쳐진 이 액션 향연은 실로 경이로움의 연속이다.(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트래쉬
우정 위해 위험 무릅쓴 빈민층 세 소년의 숨가쁜 여정

20150515

라파엘(릭슨 테베즈)은 브라질 리우의 대형 쓰레기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14살 소년이다. 매일같이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그는 우연히 붉은 지갑 하나를 발견한다. 지갑에는 약간의 현금과 신분증, 그리고 소녀의 사진과 열쇠 하나가 들어있다. 뜻밖의 횡재에 기뻐하며 친구 가르도(에두아르도 루이스)와 돈을 분배한 라파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장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현상금을 걸고 지갑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무언가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 라파엘은 보상금을 더 받을 요량으로 지갑을 들쥐(가브리엘 와인스타인)로 불리는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하지만 라파엘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경찰 반장(셀튼 멜로)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앤디 멀리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래쉬’는 정의와 진실, 우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빈민층 세 소년의 숨 가쁜 여정을 쫓는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라파엘이 획득한 지갑에는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낼 단서가 들어 있다. 마음 편하게 지갑을 돌려주고 현상금을 받으면 그만일 텐데, 소년들은 지갑에 얽힌 비밀을 직접 풀기 시작하면서 일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어른들을 대신한 이들의 행동은 분명 치기 어린 영웅심으로 비칠 만큼 당돌하고 무모하다. 하지만 당당하다. “왜 이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게 옳은 일이니까”라고 답할 만큼.


앤디 멀리건의 동명 소설이 원작
쓰레기장 뒤지며 살던 14세 소년
붉은 지갑 발견…위험한 비밀풀기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은 관련 정치인과 그를 배후에 둔 비리 경찰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영화는 이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와 추리극으로 담는다. 쫓고 쫓기는 이야기의 중심에 소년들이 있고, 브라질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영화적 흐름은 영락없이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그것이다. 주목할 건 워킹 타이틀이 제작을,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등의 각본가 리차드 커티스와 ‘빌리 엘리어트’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등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각각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일단 전작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적 접근은 흥미롭다. 자기 성찰과 확신이 필요한 인물들을 주인공 삼아, 딜레마에 빠뜨리고 그 모습을 관찰해왔던 그가 명쾌한 이분법적인 구도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방향을 튼 것이다. 덕분에 인물의 내면을 심도 있게 파고드는 섬세함은 다소 줄었지만 리듬감과 경쾌함은 전에 없이 활기차다. ‘트래쉬’의 배경은 원작의 필리핀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옮겨졌다. 탁월한 선택이다. 부패와 갈등, 이로 인한 빈부격차로 혼재된 브라질의 모습은 빈곤과 혐오, 불의로 가득한 원작의 세계관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영화가 빛날 수 있었던 건 현지에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아역배우 덕이다. 실제로 빈민가 출신인 그들은 연기는 물론,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지만 노력과 열정으로 톡톡히 제 몫을 해냈다. 특히 이들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은 다양한 음악, 다채로운 색채와 어우러져 이 영화의 경쾌한 동력이 됐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다소 평면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상쇄시킬 만큼 장르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건 분명 미덕이다. 소년들의 꿈과 열정을 희망적인 메시지로 담아낸 엔딩 장면 역시 그 점에서 인상적이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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