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감감무소식…‘전문대 U턴 전략’ 다시 뜬다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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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6   |  발행일 2015-05-16 제1면   |  수정 2015-05-16
대졸자, 올 전문대 지원 10%↑
기계·전자·IT계열 등 인기몰이
기술직 중심 일자리 찾기 총력
20150516

구미시에 사는 이모씨(24)는 올해 초 지역 4년제 일반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규모가 제법 큰 기관 몇 군데에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쉬운 곳은 업무강도에 비해 처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취업이 꺼려졌다”며 “차라리 기술을 배워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아버지의 권유로 고민 끝에 학력 U턴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학력 U턴’이 다시 늘고 있다. ‘학력 U턴’은 전문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가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과 고용당국은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최악의 취업난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15학년도 전문대학 입시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127개 대학에 모두 5천489명의 대졸자(전문대학 포함)가 지원해 이 가운데 1천379명이 등록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는 10.1%(505명), 등록자는 7.5%(96명) 늘어난 수치다.

지역 전문대학도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보건대의 경우, 지난해 480명이었던 학력 U턴 지원자가 올해 626명으로 증가했다. 학력 U턴 지원자 중 최종 등록한 인원도 지난해 102명에서 올해 107명으로 늘었다. 영진전문대도 지난해 학력 U턴 지원자 181명·등록자 51명에서 올해 지원자 253명·등록자 75명으로 증가했다. 다른 전문대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정원외 전형 가운데 대졸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력 U턴자는 통계에 잡히지만, 지원률 등을 고려해 일반전형으로 지원해 입학한 학생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일부 학과의 경우 군필자가 절반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학력 U턴자는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학력 U턴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경기침체와 취업난에 따른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구고용센터 이상복 소장은 “학력 U턴이 한동안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다”며 “불황이 지속되면서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취업을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전문대로 U턴을 결심한 구직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력 U턴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일부 손실이 있겠지만, 주로 기술을 배우는 만큼 대부분 취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학력 U턴자 가운데 남성은 주로 기계·전자·IT계열, 여성은 보건·간호계열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는 분야다.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를 졸업한 뒤 포항의 대기업 계열사에 취직한 김모씨(29)는 “예전에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취업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른바 ‘열정페이’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며 “지금은 대기업 기술직으로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고 업무에도 만족한다. 학력 U턴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 박무수 교학처장은 “학력 U턴자들의 경우 취업에 대한 목표의식이 강한 편”이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입학한 학생보다 수업 태도가 좋고 성적도 좋아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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