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30]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사공홍주 이사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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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9   |  발행일 2015-05-19 제23면   |  수정 2015-05-19
정치인과 서예가 닮은꼴 없는 두사람…하룻밤 만남으로 10년째 친분을 맺다
[인연 .30]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사공홍주 이사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대표(왼쪽)과 사공홍주 이사장이 최근 팔공산 등산을 하면서 갓바위를 찾은 모습. <손학규 전대표 제공>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사공홍주 이사장(58)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68)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정치계의 거물급 인사였기 때문에 신문, TV 등에서 자주 봐왔지만 그를 처음 대면한 것은 2006년 10월2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손 전 대표와의 만남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그 당시 한나라당에 있었던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직자와 함께 그의 집(대구 수성구 만촌동 현동서화연구소)으로 찾아왔다.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친 뒤 농어촌과 탄광 등 전국 곳곳을 돌아보는 ‘100일 민심대장정’을 시도했는데, 10월2일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그때 대구에서 하룻밤을 머물 숙소로 한나라당 당직자가 사공 이사장의 집을 추천한 것이 이들 만남의 계기가 됐다.


◇두사람 알게된 건 언제쯤
2006년 민심 대장정때 대구 방문
숙소 제공 인연이 ‘신뢰’로 이어져

◇孫이 본 사공홍주는…
늘 한결같은 ‘영남선비’분위기
예술인을 가까이 볼 수 있어 행운

◇사공홍주, 孫위한 모임 결성
소탈하고 넉넉한 인품에 반해
정치와 상관없이 30여명 활동

“처음 손 전 대표를 봤을 때 언론을 통해 본 모습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친근하면서도 소탈하고 소박한 느낌이었지요.” 사공홍주 이사장은 손 전 대표와의 첫 만남이 남긴 기억을 이렇게 밝혔다.


“그날 손 전 대표는 배낭을 지고 그을린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수염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청하는 모습에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속까지 깊이 꿰뚫어 보는 듯한 빛나는 눈빛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했지요.”

[인연 .30]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사공홍주 이사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06년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면서 대구 일정 때 사공홍주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장 집에 와서 묵을 당시의 사진. <손학규 전대표 제공>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기분 좋은 느낌은 손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민심 대장정을 하면서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당시 대구에 도착했을때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사공홍주 이사장은 피곤함이 손 전 대표의 표정에서 느껴졌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사공홍주 이사장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나니 피로가 모두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무척 상쾌해졌다고 했다. 집에 좋은 기운이 넘쳤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이런 좋은 기운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 좋은 사람이 사는 집이었으니 당연히 그 집의 기운도 좋았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손 전 대표는 사공 이사장에 대한 첫 인상을 ‘영남 선비’라는 한마디 말로 압축했다.

“영남을 흔히 ‘선비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사공홍주 이사장을 보면서 그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을 봤는데도 늘 한결 같습니다. 흔들림이 없는 고요한 바다나 거대한 나무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기운이 첫 만남에서도 보여지더군요.”

손 전 대표가 사공 이사장을 고요한 바다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가 고요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깊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파도가 일지 않는 고요한 바다는 한번 파도가 치면 노도처럼 무섭게 철썩이지요. 사공홍주 이사장은 고요하면서도 한번 일어날 때 무섭게 일어나는, 열정이 넘치는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영남 선비라는 말이 나오자 사공 이사장은 영남지역 사람의 기질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였다.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영남지역 사람의 기질이 몸에 배어있는 이는 섣불리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마음을 주고 나면 끝까지 신뢰를 보내는 우직함이 있다. 사공 이사장은 영남 사람들의 이런 특징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말 끝에 사공 이사장은 몇년 전 경북대에서 있었던 손 전 대표와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했다. 손 전 대표는 기억을 잘하지 못했지만 사공홍주 이사장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고 했다.

“경북대에서 손 전 대표님의 초청특강이 있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에 비까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대표님은 대학 정문에 잠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 경비원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비가 오는데 고생하는 분들을 보니 꼭 안부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손 전 대표가 이렇듯 시민들을 챙기는 것은 사실 이 날만이 아니었다. 작은 식당을 가도 주방에서 일하거나 주차를 하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의 소탈하고 배려심 깊은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는 것이 사공 이사장의 설명이다.

“4선의 국회의원, 도지사 등을 지낸 분이 이처럼 시민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정치인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또 모임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상대방이 손 전 대표님이 아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손 전 대표님은 그 일을 안다는 티 하나 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줍니다. 경청의 중요성을 그 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현재까지도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사공 이사장 집을 찾는다는 손 전 대표와의 긴 인연은 늘 기분 좋은 일과 함께 함으로써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손 전 대표가 사공홍주 이사장 집을 처음 찾은 다음날, 즉 2006년 10월3일은 사공 이사장의 생일이었다. 그 당시 생일상을 손 전 대표와 같이 받았다.

손 전 대표는 사공 이사장의 개인전이 있으면 늘 참석했다. 몇 년 전 사공 이사장의 개인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왔는데 마침 손 전 대표의 생일이라 개막식에서 생일파티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두 사람이 만나는 날에는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함께해서 더 좋은 추억이 많다는 것이 두 사람의 이야기다.

사공 이사장은 손 전 대표의 예술사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암자에서 생활하고 있는 손 전 대표에게 찾아가 서예 도구를 선물로 주었다. 평소에 서예를 즐겨하고 그 수준도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사공 이사장이 너무 좋은 말만 한다며 학교 때 배운 서예를 취미 삼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전 대표의 겸손한 말에 사공 이사장은 서예도 수준급이지만 예술인을 사랑하는 마음도 이에 못지않다는 말도 했다.

“손 전 대표님은 학교 다닐 때 악대부 활동을 했을 정도로 예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 개인전만이 아니라 대구경북서예가협회의 행사에도 수시로 참석해 격려의 말을 하십니다. 굳이 대구까지 안 와도 되는데, 바쁜 분이 그렇게 짬을 내서 와주시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난해 12월 협회의 행사 때는 강진에서 오셨지요.”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예술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말로 답했다.

“예술은 우리의 삶에서 따로 있지 않고 바로 우리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이 예술과 예술인입니다. 이런 믿음을 사공 이사장을 보면서 재확인하게 됩니다. 사공홍주 이사장과 오랫동안 만나고 그의 작업하는 모습, 작품 등을 많이 봐서 그런지 요즘은 어떤 일에 몰두하면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글을 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서예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게 된 것도 모두 사공 이사장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손 전 대표의 인품에 매료된 사공 이사장은 그를 위한 모임까지 결성했다. 2007년 결성한 ‘손학규와 함께 하는 대구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현재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중 정치인은 한명도 없단다. 그래도 손 전 대표가 대구에 내려오면 꼭 식사 한끼는 같이하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손 전 대표님은 대구와는 지연, 학연 등 어떤 인연도 없습니다. 그래도 만나보니 정치인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제 지인들로 모임을 구성했는데 손 전 대표에게 느끼는 점이 다들 비슷합니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 분의 인품을 좋아하는 분들이고, 변함없이 손 전 대표에게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손 전 대표도 대구에 와서는 정치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사공이사장도 정치인이 아니라 더욱 격의없이 지내고 그 만남이 오래갈 수 있었다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은 현재 대구와 강진이라는 전혀 다른 곳, 거리상으로 상당히 먼 곳에 있다. 지난 10년간도 그렇게 거리상으로 먼 곳에 있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바로 곁에 있는 듯이 가깝기만 하다. 서로에 대한 애정, 신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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