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의료진 포기 캐나다인 경북대병원서 수술 후 완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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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5 07:45  |  수정 2015-05-25 07:45  |  발행일 2015-05-25 제7면
한국인 아내가 고향으로 데려와
12시간 걸쳐 종양 깨끗이 제거
모국 의료진 포기 캐나다인 경북대병원서 수술 후 완치
한국인 아내를 둔 제르드 트루벤바크씨가 경북대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는 소식이 최근 캐나다 CBC방송에 소개됐다.
<캐나다 CBC방송 화면>

모국에서 암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던 70대 캐나다인이 아내 고향인 대구의 경북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완치돼 화제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밴쿠버지역에 사는 제르드 트루벤바크씨(71)는 현지 병원에서 목 뒤쪽에서 자라는 암 덩어리 수술을 사실상 포기하자 한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의 한국행 사연은 진료 대기 시간, 특히 암 환자의 수술 일정 대기 기간이 길어 생사를 다투기도 하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어 시선을 끈다. 트루벤바크씨가 목 뒤쪽(림프절) 혹이 악성 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당시 검사 기록은 8㎝ 크기의 암 덩어리가 급속히 자라고 있었다.

문제는 그의 암이 명칭도 생소한 ‘경부 원발미상암’이라는 것. 즉, 처음 암이 생긴 곳은 알 수 없고, 전이된 곳의 암을 먼저 발견한 것이다. 최초의 암 위치를 모르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았다. 여기다 림프절로 전이된 암이 점점 커져 피부조직 밖으로 노출된 데다 감염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지 암병원에서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도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암 덩어리에 붕대와 반창고를 붙여주고는 그를 귀가시켰다. 그는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위해 추가로 8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만 들었다. 또한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셈이었다.

트루벤바크씨의 부인 나오미 김씨는 캐나다에서 마냥 기다리다간 남편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고향이 대구인 김씨는 친지를 통해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손진호 교수가 이 분야의 권위자라는 사실을 알고 남편과 함께 지난해 9월 대구에 왔다. 같은 달 15일 손 교수의 집도로 12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암 덩어리를 깨끗이 제거했다. 이때 그의 암 조직은 처음 진단 때의 두 배 넘는 20㎝까지 자라 있었다.

수술 후 트루벤바크씨는 경북대병원에서 3개월을 더 머물며 방사선 치료까지 받고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트루벤바크씨는 캐나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그대로 있었다면 암이 뇌와 다른 곳으로 번져 죽었을 것”이라며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아내 김씨는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운도 좋았지만 남편이 지금 살아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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