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목 김규련 선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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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1   |  발행일 2015-06-11 제29면   |  수정 2015-06-11
[기고] 소목 김규련 선생을 추모하며

소목 김규련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나 저쪽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제는 그의 낮고 부드러운 음성도 들을 수 없고, 다감했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없는 빈자리, 슬픔과 함께 속절없는 그리움이 밀려온다.

소목은 1929년 경남 하동의 가난한 선비 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일제강점기에 부산의 명문 경남중학에 입학한 수재였다. 대학 재학 중 6·25전란을 겪으면서 검정고시로 일반사회와 영어교사 자격증을 얻었고, 초임지로 경북 군위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했다. 이후 경북도 교육연구사,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등을 거쳐 초대 경북교육연수원장을 역임한 후, 포항고 교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대부분의 세월을 경북 오지의 교육장으로 있으면서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분잡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생활이 그에게는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토양이 되었다. 이 기간에 창작된 작품들은 관조와 달관의 경지로 자연 속에 몰입해 있다. 어느 비평가의 표현대로 마음에 고여 있는 맑은 심성을 투명한 언어로 쏟아내고, 깊은 사색과 철학이 담긴 보석같이 아름다운 문어(文語)와 어휘로 구상화된 작품들이다.

소목은 교육자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45년을 봉직하면서 최고의 영예인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했고, 모 방송국이 주최하는 ‘서암 교육자 대상’까지 받았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소감을 묻는 진행자에게 ‘젊은 날에는 일시 갈등과 회의도 있었지만, 평생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고, 은퇴를 앞둔 지금의 감회는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없다’고 고백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학계에서는 경희대 법과대학 김무홍 교수를, 정계에서는 홍사덕 전 국회의원을, 그리고 군(軍)에서는 당시 2군사령관이었던 박세환 대장을 소개했다.

말년에 병상에서 뵈었던 소목은 육신의 아픔보다 무위(無爲)에서 오는 외로움을 더 고통스러워했다. “인생이 별것 아니다. 허무하다. 참으로 인생이 무상하다”고 읊조렸다. 정한에 사무친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잠언이 되어 긴 여운을 남긴다.윤종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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