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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를 원료로 한 다양한 가공제품은 초기에는 대부분 문경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개발됐다. |
특정 농산물이 제대로 소비되려면 가공산업이 번창하고 유통도 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오미자처럼 새로운 작목의 성공여부는 가공산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 3월 문경지역 사과나 오미자 등의 가공업체들이 뭉쳐 문경로컬푸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공동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유통이나 판매 등에서도 협력을 얻기 위해서 뜻을 모은 결정체다. 출범 당시 15개 업체였으나 지금은 회원수가 늘어 24개 업체가 됐고 이들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오미자 가공과 관련된 업체다. 문경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특산물이 오미자이듯 농산물 가공산업도 오미자 관련업종이 대세다. 하지만 가공업체들은 영농조합 형태나 개인 기업형으로 대부분 영세한 규모다.
◆오미자 가공제품 60여가지
문경시에 따르면 현재 문경지역 오미자 가공업체는 모두 26곳으로 연간 생오미자 804t, 건오미자 38t(생오미자로 환산 시 190t)을 소비한다.
연간 문경지역 오미자 생산량은 5천500여t으로 대부분 농가에서 생과로 팔거나 당절임으로 판매하고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1천여t만 지역 내에서 가공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가공사업에 대한 문경시의 지원이 대폭 이뤄질 때는 가공업체가 50여곳에 달했으나 운영비 부족 등의 이유로 절반 가까이 문을 닫거나 오미자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시판되거나 개발 중인 제품까지 합치면 오미자 가공제품은 60여가지에 이른다. 가장 흔한 오미자청을 비롯해 와인·맥주·막걸리 등 술과 고추장·된장 등 발효식품, 한과·초콜릿·빵 등 제과류, 음료, 양념소스, 기능성 의약품이나 식품, 화장품 등은 개발 중인 것이 많다.
문경오미자를 활용한 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문경오미자의 태생지인 동로면의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대표 박종락)이다.
지난 3월 서울에 자체 연구소까지 만들어 기능성 스포츠음료 개발과 건강기능성 식품을 대학과 손잡고 개발 중이다. 시판 중인 제품이 생청·건청·와인·식초·건강청·비빔밥이나 냉면 등의 양념소스 등 15가지에 이른다.
프랑스나 중국으로 수출길도 뚫었고 메가마트, 월마트 등 글로벌기업을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박종락 대표가 ‘오미자제품은 세계시장을 노크할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굳게 믿고 땀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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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마성면 오색담(대표 정인식)도 가공제품 개발과 판로개척에 노력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오는 10월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참가자들과 중동시장 진출을 목표로 지난 2월 오미자제품에 대해 할랄제품 인증을 받았다.
할랄(Halal) 제품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과일·채소·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패류 등 모든 해산물과 같이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이다.
정 대표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 중동지역의 식품박람회도 다녀오고 오미자를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은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한 바이어와의 접촉도 계속하고 있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인 창조기업이다 보니 규모는 작지만 최근 발효기와 농축기 등 장비도 새로 들이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미자청과 식초 등을 주력으로 하던 이 업체는 최근 오미자 주스와 잼을 새로 개발했다.
문경읍 문경새재 입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오미자와인 생산업체인 오미나라(대표 이종기)도 문경오미자 가공업체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세계물포럼 개막일 환영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된 ‘오미로제 프리미어와인’과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건배주인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 지난해 부산 ITU 전권회의 개막 만찬주로 사용된 오미로제 스파클링스페셜와인 등이 모두 오미나라의 제품이다.
올해 초에는 오미자 브랜디도 개발해 선보였다. 대학교수를 지낸 이종기 대표는 와인업계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문경오미자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대량 소비 제품 개발과 소비가 필요하다”며 “오미자와인이 대표적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시설·판매망 영세성 못면해
이처럼 많은 오미자 가공업체들이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산시설이나 판매망 등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중견 기능성음료 생산업체인 <주>종근당건강이 문경에 오미자가공음료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산양면 산양제2농공단지 2만4천200㎡에 대해 입주계약까지 맺었으나 업체 사정 등의 이유로 아직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문경의 오미자 산업 호황을 지켜본 자치단체들도 후발주자로 재배면적 확대와 가공산업지원에 나서면서 문경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올해 오미자 생산에서부터 가공·판매·체험까지 관련 산업의 융·복합 기틀 마련을 위해 행정력을 쏟고 있으며, 장수군도 몇 년 전부터 오미자식품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등 가공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도 오미자를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6차 산업화에 나서고 있으며, 제주나 강원도·충청도 등의 자치단체들도 저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하면 문경이 오미자 생산량의 우위나 시장 선점의 효과를 누리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 가공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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