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권정생 동화나라’로 인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 인터넷뉴스팀,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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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08:02  |  수정 2015-06-29 08:02  |  발행일 2015-06-29 제19면
‘강아지똥’처럼 자신의 소중함 깨달아 보세요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권정생 동화나라’로 인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자존감 낮으면 “쓸모없다” 생각
뭔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작가의 삶·생각을 현장에서 확인
책만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이 배워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권정생 동화나라에 인문학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안동 일직남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권정생 동화나라로 꾸몄고, 층층이 계단의 오른쪽 화단에는 커다란 강아지똥과 민들레꽃 한 쌍이 있고, 왼쪽에는 몽실언니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강아지똥을 안고 웃으며 사진을 찍고, 민들레의 잎을 살짝 비켜가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혹시 권정생 작가의 동화 ‘강아지똥’을 아시나요? 오늘은 강아지똥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길 외딴 구석에 똥을 누었어요. 흰둥이가 조그마한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지요. 날아가던 참새가 보더니 “똥! 에그, 더러워”하며 날아가 버리자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어요. 바로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가 곁눈질로 흘금 쳐다보고 웃었어요. “뭣 땜에 웃니, 넌?” 강아지똥이 화가 나서 대들었어요. “똥을 똥이라 않고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강아지는 그만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한참이 지났어요. 소달구지 아저씨가 흙덩이를 주워 담아 떠나자, 강아지똥이 혼자 남았어요.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텐데…."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그때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둘은 서로 자기 소개를 하였어요. 강아지똥은 민들레 싹이 부러웠어요. 그때 민들레 싹이 강아지똥에게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말해 주었어요.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강아지똥은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민들레 싹 속에 들어갔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그리고 민들레꽃은 홀씨가 되어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게 되지요.

처음에 강아지똥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듣습니다. 모두 더럽고, 쓸모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강아지똥은 자신이 아무 가치도 없는 하찮은 존재라며 좌절합니다. 그러나 민들레 싹이 꽃을 피우는데 거름이 되어달라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기꺼이 내줌으로써 예쁜 민들레꽃을 피웁니다.

우리들 중에도 강아지똥처럼 자존감이 낮아서 쓸모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인문학 기행을 통해서 아이들은 강아지똥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뭔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통해서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소중한 것을 먼저 깨달아야 타인의 존재도 귀하게 생각할 줄 압니다.

세상 속에 마구 부대끼면서 ‘나의 존재 가치는 뭐지?’라는 질문이 생길 때 강아지똥이 겪었던 낙심과 절망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민들레가 내민 손길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민들레꽃을 피운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우리도 강아지똥처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내 안에서 민들레꽃을 피우고, 또 민들레꽃이 홀씨를 세상 저 멀리까지 퍼뜨리듯이 아이들도 그렇게 민들레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려 보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인문학 기행에서 동화책처럼 작가의 삶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삶이 묻어있는 동네를 다니며, 동화를 온몸으로 읽었습니다. 권정생 작가 생가의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털신과 고무신에서 그분의 단출하면서도 검소한 삶을 단박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남긴 유언장에서 이 땅의 아이들뿐 아니라 북한과 해외의 어린이를 향한 사랑을 한 구절 한 구절 읽었습니다.

인문학 기행을 다녀오면서 아이들은 이 땅의 어린이를 향한 권정생 작가의 사랑을 가득 담아왔습니다. 그곳에서 마음껏 뛰고 놀며 이 땅의 아이들이 민들레꽃을 피우도록 기꺼이 강아지똥이 되어 비에 자신을 자잘하게 부수어내린 작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홀씨를 멀리멀리 날려야 할 민들레꽃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강아지똥이 되어준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자신도 강아지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교실에서 읽던 동화책의 재미보다 직접 가보고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인문학 기행이었습니다. 교실에서 읽는 것보다 현장에서 살아있는 책을 읽는 인문학 기행을 추천합니다. 함께 떠나보시지요.

원미옥<대구 포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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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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