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의 그늘 ‘老老학대(노인들간의 왕따와 폭력)’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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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23 07:20  |  수정 2015-07-23 08:51  |  발행일 2015-07-23 제1면
돈 없다고…자식자랑한다고…최근 5년간 사례 꾸준히 늘어
“인지능력 급격히 저하된 노인 보복 가할땐 심각한 상황 초래”
20150723

포항의 한 경로당에 다니는 A할머니는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행색이 초라해 보이거나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경로당 노인들에게 들키면 따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경로당에 다니는 B할머니는 틈만 나면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탓에 이미 할머니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 지 오래다. 이를 지켜본 한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 사이에도 왕따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따돌림 받는 어르신들은 연로한 탓에 유독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 발생 원인이 노인간 따돌림이나 다툼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명 ‘노노(老老)학대’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노학대’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다른 고령자를 괴롭히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노인 왕따’를 비롯해 ‘배우자 학대’ ‘고령의 자녀에 의한 부모 학대’ 등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사례 중 노노학대는 2010년 944건, 2011년 1천169건, 2012년 1천314건, 2013년 1천374건, 2014년 1천562건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노인들이 따돌림을 당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미령 대구대 교수(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는 “노인들끼리 왕따를 할 경우 당사자는 큰 상처를 받는다. 자신을 괴롭힌 노인에게 상해를 입힌다거나 자살을 택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인지능력이 예전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보복을 가할 경우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과 자주 접하는 생활관리사나 요양보호사 등을 ‘노인학대 모니터링’요원으로 지정해 노노학대를 파악할 계획이다. 또 노인관계개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올 하반기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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