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셜임팩트비즈니스 시대다 .4] 기업 CSR의 진화로 본 일본의 소셜임팩트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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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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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역사회·소비자뿐만 아니라 종업원 챙기기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식

간판 관련 중소기업인 일본의 아오이 네온의 도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간판 닥터로 간판의 내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사회적책임(CSR·Corpe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다 이런 활동이 기업의 생명력을 더 길게 만든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성장’이다. 특히 예전 ‘성장’에 쏠렸던 기업의 관심은 이제 ‘지속가능’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고 빠르게 진화하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년 이상 된 장수 기업은 총 57개국에 7천212개사다. 이 중 일본 기업이 3천113개사로 43.2%를 차지했고, 2위인 독일(1천563개사)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반면 국내에는 200년 이상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호세이대학 구보타 쇼이치 교수는 건강한 장수 기업의 특징으로 첫째는 명확한 기업 이념과 경영 원칙을 세워 반드시 준수, 둘째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 셋째는 전통을 중요시하면서 혁신을 추구, 그리고 마지막은 회사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움직임은 현재 기업의 CSR와 CSV를 포함한 소셜임팩트비즈니스에 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 소비자의 요구는 최적의 사업아이템

지역사회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CSR뿐만 아니라 직원에 대한 CSR에 집중하고 있는 하베스는 2012년 사이타마시로부터 CSR챌린지 기업 인증(3년)을 받았고, 올해도 재인증을 받았다. 2015년 사이타마시로부터 받은 CSR챌린지 인증서.
직원이 만족해야 고객 만족
고객 만족하면 사회도 만족
복리후생을 중요하게 생각

산림보호 운동 등 지원 앞장
중소기업도 CSR 적극 동참


지난 5월25일 일본 도쿄의 ‘아오이 네온’ 본사. 입구로 들어서자 직원을 위한 자동제세동기(AED)가 설치돼 있었다. 근무 중 직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간판을 설치한 곳 인근에도 자동제세동기를 설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온사인과 간판 등을 만드는 이 회사의 직원 수는 60여명 정도.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2005년부터 CSR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LED를 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조명수를 줄이고 있다. TV 화상회의도 도입했다. 각 지점에서 회의를 하러 올 경우 차량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낡은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부상당하자 내시경처럼 간판 내부를 볼 수 있는 간판닥터 시스템도 만들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본의 간판 점검은 2~3년 등 점검 주기만 정해져 있을 뿐 내부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식의 세부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다.

미비한 법적 기준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길거리를 걷는 시민의 안전과 기업의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 것이다.

이 회사 요코야마 대표는 “최근 건물에 달린 간판이 길가던 20대 여성에게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30년 이상 된 간판인데 내부는 보지 않고 겉에서만 보는 식으로 검사가 이뤄져 얼마나 낡았는지 알지 못했던 것”라며 “이를 막기 위해 간판 내부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은 아니겠지만 CSR를 통해 회사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소비자는 그 물건을 찾게 되고 이는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직원도 기업이 챙겨야 할 소비자

특수윤활제·탄산수 등을 만드는 일본 사이타마시의 ‘하베스’. 지난해 일본의 아베 총리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만났을 때도 이 회사의 탄산수가 테이블에 올랐다. 회사의 기업 이념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기업의 실현’. 여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바로 내부 직원이다. 종업원이 만족해야 고객이 만족하게 되고, 고객이 만족하면 회사를 둘러싼 사회도 만족한다는 생각에서다.

직원은 정규직 80명을 포함해 총 110명 정도. 30여명의 계약직이 있지만, 2년 후 본인이 원하면 거의 100%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물론 계약직일 때도 복리후생은 정규직과 똑같다.

직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직원의 만족도가 회사의 경쟁력과 비례한다는 판단에서다. 직원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경상이익에서 세금을 제외한 25%를 상여금으로 준다. 여성 사원의 연봉은 사이타마시 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세계 200년 이상된 장수기업 중
일본기업이 절반 가까이 차지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문화
기업의 생명력 더 길게 만들고
지속가능 성장의 튼튼한 토대


휴무일도 법률상은 105일이지만 이 회사는 더 많다. 여름과 겨울에 각각 9일간, 입사 6개월 이후 10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유급휴가 중 70% 이상은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게 사장의 업무명령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생일·육아·간호 휴가도 2년 전부터 생겼다. 35세까지는 월세의 50%를 회사가 내주고, 회사가 쉬는 날 회사 차량도 이용할 수 있다.

비상장 기업이지만 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매년 20%를 현금 배당한다. 정직원 80명이 대부분이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직원들의 가장 큰 부담인 육아휴직 후 복직도 걱정없다. 현재까지 복직률은 100%여서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거의 없고, 1년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전부 다 사용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화장실을 따로 쓰는 것 외에 근무환경을 똑같이 만드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매년 3~5명 정도의 신입사원 선발 때 800명가량이 지원한다.

이 회사 도쿠나가 스이치로 총무부장은 “거래처들도 회사의 브랜드를 인정해주고, 인재도 몰리고 있다”면서 “CSR는 기업이 커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CSR 전문 사이트까지 만드는 기업

연 매출 50억엔(500억원), 15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 ‘아미타’는 각종 쓰레기를 시멘트 원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기업이다. 40년 전통의 이 회사는 2002년부터 CSR를 시작해 사회적기업과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 또 산림 보호, 수산물 남획 금지 등의 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다 2010년에는 아예 기업들의 CSR보고서 등을 올려 다른 기업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포털사이트 ‘CSR재팬’을 열고, 편집장 등 2명의 전담 직원을 두고 있다. 각 기업의 CSR보고서가 그냥 버려지고 있어 이를 좀 더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공간을 마련한 것. 유료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의 월 이용료는 20만~50만원 정도로, 현재 300개가량의 회사가 등록돼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에서 CSR운동이 본격화되면 지역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99%가 중소기업이고, 86%가량이 이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 덩달아 생활도 풍족해질 것이라는 것.

이노마타 요이치 CSR 재팬 편집장은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월 이용료를 1천엔 등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운영하고, 현재 기업 위주의 이용객을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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