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리가 지켜야 할 것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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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30   |  발행일 2015-07-30 제30면   |  수정 2015-07-30
[취재수첩] 우리가 지켜야 할 것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성경 속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와 명예, 건강, 가족, 직장, 친구 등을 말이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지킬 만한 다른 것보다도 우선 자신의 마음을 지키라고 한다.

현대사회의 많은 이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일이나 타인으로부터 당하는 기분 나쁜 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때문에 일상적인 다른 생활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 생각에서 파생되는 고통스러운 감정의 폭풍 속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기자는 이와 관련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기자는 폐기물 매립장으로 인해 1년여 넘게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삼산2리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심정을 들어보았다. 각종 현장조사 과정에서는 매립장의 악취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가 심하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악에 받친다”라며 고통 속에서 스스로가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전히 삼산2리 주민들은 지난날 악취로 인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주민들의 삶 자체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계속되는 집회와 시위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고통의 감정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함정에서 점점 더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이제 주민들은 이러한 생각을 입으로 시인하며 그 생각을 사실로 인정하고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자는 묻고 싶다. 행정당국은 주민들의 요구가 일관성이 없고 터무니없다고 해서 언제까지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매립장에서는 주민들과 대화가 되질 않는다고 해서 언제까지 보상을 미루고 모른 척 할 것인가. 더욱더 한심한 것은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 아래 부정적인 생각들을 주입시켜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고 있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정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은 주민들의 이런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자유 의지가 있다. 주민들도 이젠 부정적인 생각은 스스로가 내려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성주군과 매립장은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특히 억눌린 주민들의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세력은 더 이상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어야 할 것이다.

석현철기자 <2사회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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