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대구 범어4동 헤어갤러리 원장 박미숙씨

  • 윤영미 시민
  • |
  • 입력 2015-08-26   |  발행일 2015-08-26 제12면   |  수정 2015-08-26
미용실은 갤러리…“고객들 마음에 쉼 얻고 가세요”
20150826
박미숙 원장이 고객의 머리를 만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내 곳곳 회화·조각 등 전시
화랑서 볼 수 있는 대작 눈길
“머리하러 왔다가 예술세계 빠져”
고객들 호평에 참여작가 늘어

동네 미용실에서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대구지역 화단에서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전시회다. 서양화가 장이규씨(계명대 미술과 교수) 등 중견 화가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곳은 대구시 수성구 범어 4동 ‘박미숙 헤어갤러리’. 왜 화가들은 자기 분신 같은 작품을 기꺼이 이곳 미용실에 전시하는 걸까.

입소문만 듣고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미용실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큰 간판도, 그 흔한 사인볼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꽃을 든 사람을 형상화한 모던 스타일의 철제 조형물이 찾아오는 이를 반기듯 서있다.

출입문을 열고 미용실 안에 들어서면서 한 번 더 놀란다. 미용실이란 걸 잠시 잊게 하는 갤러리 같은 실내 분위기 때문이다. 무채색 톤의 벽면에는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미술작품이 벽면마다 전시돼 있다. 80호 크기의 대작도 눈에 띈다. 소나무 풍경을 소재로 한 구상, 현대풍의 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비구상, 사람과 새의 형상을 단순화한 조각 작품 등 장르도 다양하다.

이곳이 단골 사이에 ‘갤러리 미용실’로 불리게 된 건 원장인 박미숙씨(52)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마인드 때문이다.

“미용실이 말 그대로 미용만을 위한 공간으로 머문다는 데 언제부턴가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지요. 잠시 머물러도 공간이 편안하게 다가와 마음까지 힐링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싶더군요.”

그래서 박 원장이 선택한 것은 바로 그림이다. 처음에는 형부인 서양화가 김상용씨(56)의 작품부터 미용실 벽에 걸기로 했다. 김 화백이 처제인 박 원장의 이런 제안에 흔쾌히 응할 수 있었던 건 작품을 누군가와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거기다 박 원장은 누구보다 작품을 아끼는 미술 애호가라는 걸 김 화백은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처음에는 의외라는 듯 진품이 맞는지 묻던 고객들이 미용실에 올 때마다 여러 작품을 보게 되면서 점점 감상에 익숙해졌다.

김지연씨(여·53·대구 수성구 만촌동)는 “큰 마음 먹고 화랑에 가야 볼 수 있는 고급 미술작품을 늘 오는 가까운 미용실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머리하면서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의 이러한 시도가 알려지면서 뜻을 함께하는 미술인들이 하나둘 합류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시기획자이기도 한 서양화가 이근화씨는 계절마다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선별해 변화를 주며 그림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명등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조절해 준다고 한다. 이쯤되니 ‘까칠한’ 화가들조차 자기 그림이 이곳에 전시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박미숙 원장은 “시간 내서 전시장에 가기 어려운 바쁜 고객들이 미술작품을 통해 마음에 쉼을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누구나 편하게 와서 문화작품을 향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포부를 말했다.

글·사진=윤영미 시민기자 via5732@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