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3만6천666리 4 끝] ‘유라시아 친선특급’17일간의 여정 돌아보며…

  •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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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2   |  발행일 2015-09-12 제4면   |  수정 2015-09-12
대구서도 베를린行 鐵馬타고 北으로 대륙으로 갈 날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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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현지시각) 오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의 문 앞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 음악회’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형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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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단원들이 원정 마지막 날인 지난 7월31일 독일 베를린 ‘6·17거리’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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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종착역인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한 원정대원들이 무지개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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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상징’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일원으로 참가한 경북도 실크로드 탐험대원들이 행진을 앞두고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지구 둘레의 3분의 1 거리 달려가
통일 성지 베를린서 희망의 행진
평화통일 외치며 우리문화 전파

서울∼평양 고작 2∼3시간 거리
북한구간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
끊어진 남북종단철도 이어졌으면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보낸 보름여간은 ‘통일’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유라시아 친선 특급 열차는 분단 70년 세월이 망각시킨 ‘대한민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중국과 몽골,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 5개국을 통과했다. 3만6천666리, 지구 둘레 3분의 1 거리를 16박17일간 내달렸다. 1945년 우리와 함께 분단됐지만, 25년 전에 통일을 이룩한 독일 통일의 성지 베를린에 도착했다.

지난 7월3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독일로 향하는 열차 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친선특급에 참가한 20대 다섯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3.3㎡ 남짓한 4인용 객실에 앉아 유라시아 친선 특급을 타고 대륙을 횡단한 소감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등에 대해 50여분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간담회에 참가한 백지은씨는 “유라시아 친선 특급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분단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만 배웠지 왜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장 살아가기도 벅찬데 골치 아픈 이야기를 왜 해야 하지’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유라시아 친선 특급을 통해 우리와 유라시아 대륙이 얼마나 가까운지, 고려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통일이 왜 필요한지를 배울 수 있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남지현씨는 “심리와 외교를 공부하는데 친선 특급에 타고 처음으로 철도가 대외관계에서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철로를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고, 경제·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분단 전에는 한국에서 열차를 타면 대륙으로 갈 수 있었는데 철길이 끊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길이 모두에게 잊혔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그 기억을 복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한 철도 구간이 연결된다면 단순히 길을 연결하는 이상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한국의 철도를 설치하면 유지와 보수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통일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유럽은 기차를 타고 한 시간만 가면 다른 나라이고, 유럽연합 28개국이 한 나라처럼 됐지만 다양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유라시아도 친구이자 이웃사촌이 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철도가 연결되면 2∼3시간이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갈 수 있다. 동·서독은 철로로 20∼30년간 끊임없이 교류를 지속했기에 통일이 빨라졌다. 인프라를 깔고 같이 사용하다 보면 그것이 신뢰의 인프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31일 오후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원들은 독일 통일의 상징 거리인 베를린 6·17거리에서 국악단 ‘소리개’의 신명나는 길놀이를 앞세우고 베를린 시민, 각국에서 온 관광객 등과 함께 ‘하나의 유라시아’ ‘평화통일’을 외치며 브란덴부르크문까지 2㎞를 행진했다.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 음악회에선 한독 합동 오케스트라와 조수미, 백건우,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음악회가 끝난 직후 객석에서부터 ‘우리의 소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원정대원 몇 명이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내 광장을 가득 메운 한국인과 현지인이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로 9m, 세로 6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관객들 위로 서서히 펼쳐졌다. 태극기는 원정대원과 교민, 현지인 등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까지 올라갔고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펄럭였다. 이 태극기는 원정대원과 그들이 거쳐온 러시아·중국·몽골·폴란드·독일 시민 등 1천여 명이 통일의 여망을 담아 쓴 천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씨와 참가자들이 여정 내내 바느질을 했다.

태극기 안엔 ‘아침은 평양에서 점심은 서울, 저녁은 부산에서 먹고 싶다’ ‘유라시아 친선 특급을 통해 남과 북을 연결하는 꿈의 철도가 개통되기를 기원합니다’ ‘부산역에서 베를린까지 모두 함께 다시 갈 날을 기다립니다’ 등의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친선특급 열차의 실제 출발지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였기에 북한을 통과하지 못한 짙은 아쉬움이 태극기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남북은 ‘국민의 정부’ 때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종단철도(TKR) 연결에 합의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놓을 때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구상을 함께 발표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철도 노선은 관련국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취지였다. 당초 정부는 올해 외교안보 분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종단 및 대륙 철도 시범 운행’을 북한에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당국 간 대화에 응하지 않아 철도 연결 제안조차 하지 못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당국간 대화 진전,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화해와 협력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철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조속한 시일 내 유라시아 열차가 도라산역을 지나 평화를 향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그날을 그려본다.

글·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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