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일 대구시 수성구 사회적기업 ‘숲’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가수 김민교씨(왼쪽 첫째)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처음부터 알 순 없는 거야.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내일. 마지막에 비로소 나 웃는 그날까지. 포기는 안 해 내겐 꿈이 있잖아.”
16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숲’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숲베이커리) 3층 작업장. 스피커에서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김민교씨가 마이크를 잡고 열창하고 있다. 관객은 이곳에서 일하는 20~50대의 발달·지적장애인 35명.
김씨의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의자에 앉아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씨가 마이크를 넘겨주자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이어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는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김씨는 자신의 노래 ‘일편단심’으로 화답했다. 김씨의 앙코르에 이어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답가를 부른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 주고받기는 30분 이상 이어졌다. 김씨는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재영씨(22·지적장애)는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가수가 직접 와서 불러주니까 더 좋고, 정말 힘이 난다. 팬클럽에 가입하고 싶다”며 “다음에 올 때는 에이핑크와 소녀시대를 데리고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제 노래를 잘 모르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정말 즐거워해서 제가 더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올 것이며 다른 가수들도 함께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가 이날 연고도 없는 대구의 한 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을 찾아 재능기부에 나선 것은 손영미 원장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손 원장은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며 영남일보 소원을 말해봐 코너(wish@yeongnam.com)에 사연을 보내왔다. 또 김씨가 재능기부를 하러 온다는 소식에 평소 김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교촌치킨 황금점 윤민환 대표는 치킨 50마리와 콜라 등을 들고 찾아와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2013년 문을 연 ‘숲’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은 1천343㎡(약 406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작업장, 제과제빵 제조실, 재활상담실, 휴게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친환경 쿠키, 빵 등을 만들고 있다. 밀가루가 아닌 100% 쌀을 이용하고 있다. 노력과 정성을 담기 위해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제품의 질은 자신하지만, 아직까지 관공서 등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안타깝다. 그런 탓에 35명 중 월 40만원 정도를 받는 근로자가 20명쯤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손 원장은 “품질에는 자신이 있는데 홍보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면서 “장애인 근로자들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빵이 잘 팔려야 한다. 매출 증대에는 홍보가 절대적인 만큼 소문을 많이 내달라”고 영남일보에 당부했다.
‘숲’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은 이번 추석에 맞춰 국내산 쌀로 만든 쿠키선물세트(1만8천원), 롤케이크(1만2천원)도 팔고 있다. (053)795-9777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이현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