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캠페인’·마라톤 뛰는 의사…이영주 요셉성형외과 원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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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5   |  발행일 2015-09-25 제38면   |  수정 2015-09-25
“걸어도 인정해주는 종목이 마라톤…5년 동안 31차례 풀코스 완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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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요셉성형외과 원장은 대구마라톤협회 홍보위원장이다. 11월22일 낙동강 강정보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많이 참가해 달라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다름’과 ‘틀림’을 오용하는 경우가 있다. ‘덕분(德分)’과 ‘때문’이라는 말도 그렇다. ‘~때문에’는 ‘~탓’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덕분에’는 도움을 준 사람과 사물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담고 있다. 이영주 요셉성형외과원장(50)은 수년 전부터 ‘덕분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의사다. ‘IOU(I Owe You)’란 제목으로 메디컬 에세이를 내기도 한 그는 ‘~때문에’라는 말 대신 무의식적으로라도 ‘~덕분에’를 주문처럼 말하면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베스트 도네이터(Donator)’가 됐다. 불티나게 팔린 게 아니라 너도 나도 책을 원해 6천권을 추가로 찍어 배포했다.

이 원장은 또한 책벌레다. 1주일에 평균 2~3권은 읽는다. 팍팍한 시간 속에 짬을 내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외워 수술실로 향하기도 한다. 고교시절엔 창비를 읽으며 문학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가 읽는 책은 전공서적뿐만이 아니다. 한의학, 동양철학, 주역, 심리학, 운동서적 등 다양하다. 공통된 주제는 사람과 건강이다. 그는 ‘IOU’(2009) 외에 ‘마음의 여유’(2006), ‘요술램프 문지르기’(2010)와 같은 수상록도 출간했다. 7년 전부터는 ‘IOU야간산악회’를 만들어 매주 1회 야간산행을 다닌다. 300회 이상 앞산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녀 이젠 깜깜한 밤에도 랜턴 없이 오를 수 있을 정도다. 등산 외에 그는 5년 전부터 달리기에 입문해 지금까지 총 31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를 아는 지인은 그를 가리켜 ‘막사발’ ‘삼돌이’ ‘톰소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간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의과대학(계명대) 시절 산악부 회장을 했다. 체력엔 자신이 있었지만 수련의와 개원의 시절 불규칙적인 생활로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만이 됐다. 40대 중반에 우연히 후배가 갓바위를 한번 오르자고 권유해 갔는데 정말 힘들더라. 후배 보기에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혼자 일주일 내내 안지랑골과 고산골을 올랐다. 지금은 매주 월요일 밤 앞산을 오른다. 질소는 45세가 되면 인체에서 서서히 생산이 줄어든다. 만성피로가 오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내친 김에 담배를 끊고 술도 줄였다. 그렇게 하니 체력이 좋아지더라. 의사가 체력이 약해 골골거리면 고스란히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성형외과는 정신외과이자 성형내과이기도 하다. 육체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 수술이 잘 안 돼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마음속 병도 함께 치료해 줘야 한다.”

▲비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비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비만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뚱뚱한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너는 게을러서 그렇게 됐다’란 말이다. 그들은 대개 돌아서면 먹고 싶고, 배가 부른데도 또 음식에 손이 가는 사람이다. 필요한 물건 외에 더 구매하는 것을 ‘사재기’라 하는데 비만은 몸에 사재기를 한 것이다. 날씬하고자 원한다면 집착을 버리는 마음 공부가 우선이다.”

▲‘IOU’란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

“‘비밀(secret)’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책에선 성공의 비밀을 이야기했는데 무엇을 이루고 싶다고 갈망할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자기최면을 걸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의식과 무의식 부분으로 나뉜다. 무의식이란 부분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숨어있다. 하루에 10번씩 ‘덕분입니다’와 ‘덕택입니다’를 말해 보라. 변화가 생길 것이다. 상상하고 생각하면 이루어진다. ‘내 탓이오’ 같은 말도 같은 맥락이다.”

▲어릴 적에도 의사가 되고 싶었나.

“아니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사람은 양 손에 재주가 있어야 먹고 산다고 했다. 물려줄 재산이 별로 없으니 의대에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 갔다.”

그는 의대학생회에서 간부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도 많이 다녔다. 전공서적만 판 게 아니라 산악부에 가입해 다양한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이 원장은 그게 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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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구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이영주 원장. <이영주 원장 제공>

영남일보 마라톤 통해
하프코스 첫 도전
대구마라톤협회 가입
코치자격증도 취득해

‘덕분입니다’
하루 10번씩 말해보라
삶에 변화 생길 것이다

▲성형외과의 이름이 요셉이다. 요셉은 성경 속 인물이 아닌가. 왜 요셉이라고 했나.

“친가는 개신교, 처가는 가톨릭이니 크리스천이다. 하지만 주역책도 읽고, 한방, 민간요법, 초능력 등에도 관심이 많다. 주역을 공부해보니 ‘너무 기뻐도 너무 크게 웃지 말고, 너무 슬퍼도 너무 크게 슬퍼하지 말라’는 게 주된 내용이더라. 야곱의 아들 요셉이 그런 사람이다. 최하층에서부터 시작해 애급의 국무총리까지 됐으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살았다. 인생에서도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이 있다. 항상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난 6명 원장 가운데 넘버 스리다.”(웃음)

▲마라톤 마니아인데, 어떤 계기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나.

“야간산행을 2년 정도 하다 보니 다리 근력이 좋아지더라. 그러다 우연히 3명이 모여 신천변을 달리기로 했다. 혼자서 달리는 사람을 ‘독립군’이라 하는데, 1년 정도 하다 호기심이 생겨 마라톤대회에 나갔다. 10㎞는 시시했고, 풀코스는 겁이 났다. 그래서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그게 영남일보가 주최한 하프마라톤 대회일 거다. 하프코스를 2~3회 뛰다 독립군 생활을 접고 2011년 가을, 대구마라톤협회에 가입했다. 가끔 왜 그렇게 많이 달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름 힘들지 않게 42.195㎞를 완주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안 다치고 즐겁게 오래 달리고 싶어 달리기 공부를 하는 거다.”

이 원장은 마라톤코치자격증도 땄다. 병원 내 진료실 서가에는 마라톤과 관련한 책이 100권 넘어보인다. 다음 번 책은 마라톤을 하면서 겪고 느낀 점을 모아 책으로 엮고싶다고 했다.

▲힘들지 않게 42.195㎞를 완주하는 방법은 무언가.

“첫 풀코스 완주를 위해 100일간 매일 새벽에 10㎞를 달린 적이 있었다. 100일 훈련을 마칠 무렵, 대구마라톤협회 홈페이지에 흥미로운 글이 실린 걸 봤다. 전 미국 마라톤 챔피언이었던 제프 겔러웨이가 쓴 ‘워크브레이크 주법’이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이 주법에 따라 4시간30분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이 주법은 일정거리를 달리다 걷고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30㎞ 지점에서 생기는 벽을 극복할 수 있다. 나도 똑같이 그렇게 했는데 전력질주와 워크브레이크의 시간 차이가 겨우 3분이었고, 피로도는 50%에 지나지 않았다. 이 주법으로 경산에서 열린 전국마라톤대회에 참가해 3시간49분초로 3등을 했다. 너무도 신기해 대구중앙도서관을 찾아 워크브레이크에 관한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한 달 뒤 서울중앙마라톤대회에 참가해 3시간36분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라톤이 무조건 뛰는 종목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걸어도 인정해 주는 종목이 마라톤이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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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이 마라톤 풀코스 완주기념으로 받은 메달.

■ 이영주 원장이 추천하는 마라톤비법

① 마라톤 시작 2㎞ 이전엔 반드시 걸을 것. 단 1㎞나 1.6㎞지점에서 걸어도 되나 결코 2㎞를 지나면 안 됨.

② 반드시 1분을 걸을 것. 30초·40초·50초가 아니라 반드시 1분이어야 한다. 그 1분은 몸에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시켜 에너지 원료인 당으로 전환시키는 시간이다.

③ 첫 브레이크를 한 뒤 초보는 3분을 달리고 1분을 걸어라. 견딜 만하면 서서히 1분씩 추가하라. 훈련량이 많은 고수는 10분을 달리고 1분을 걷는 패턴으로 시작해도 된다.

④ 30㎞ 지점에 이르러 다리에 무리가 없다면 걷지 말고 전력을 다해 결승선까지 달려라.

⑤ 최대한 무릎을 구부리고 달려라. 만약 무릎 아래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 좀 더 구부리고 달려라. 몸이 지면에 더 가까워지고 보폭이 커지면서 속도가 증가한다.

⑥ 몸과 싸우지 말고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운동은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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