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외식상권 이야기 - (2) 신천시장 옆 치킨거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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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2   |  발행일 2015-10-02 제41면   |  수정 2015-10-02
문어와 치킨을 매치시킨 바로화덕치킨, ‘먹자라인’동선을 뜨겁게 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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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쟁구도에서 조금 벗어나 틈새마케팅 전략이 돋보였던 신천시장 근처 바로화덕치킨. 이 곳은 기존 프라이드치킨에 튀긴 통문어를 매칭해 문어치킨 돌풍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주위에 있는 대구통닭, 교촌치킨 등 여러 치킨 업소 등까지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다.
‘약한 것들은 뭉쳐 다니고 강한 놈은 따로 논다.’

얼마 전까지 외식 창업자에게는 이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파리바게뜨, 스타벅스, 다빈치, 카페베네 등 강한 커피·제빵 브랜드는 평당 1천만원 메이저급 네거리만 공략한다. 올챙이군단은 높은 임차료 때문에 대로변에서 밀려나 뒷골목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구에서 새로운 안목과 마케팅 기법으로 신규 식당을 기획오픈해 주목받는 대표적인 외식 전문 컨설턴트가 있다. 파워푸드블로거, <주>모짱 대표이사, 푸드디렉터, 창업·SNS마케팅전략 전문강사, 영남대학교 커리어개발센터 고문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전문양씨다. 그녀가 새로운 상권 형성에 일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 퍼플오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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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개발한 바로화덕치킨의 히트 메뉴인 ‘문어치킨’.

지난해 여름쯤 대구시 동구 신천시장 인근 프라이드치킨거리에 투하됐다. 문어치킨은 새로운 식재료와의 콜라보 전략의 산물. 치킨과 튀김 통문어가 궁합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어 전문 요리가 점점 기세를 올리는 걸 보고 그걸 프라이드치킨과 결부시킨 것.

 

외식전문 컨설턴트 전문양씨
퍼플오션 마케팅 주효
하루매출 최고 600만원 기록
미리 자리잡고 있던 치킨집과
하나의 상권으로 엮이기 시작
일대 권리금은 30% 이상 상승

 


이런 마케팅 기법을 전문가는 ‘퍼플오션 전략’이란다. 레드오션(경쟁시장)과 블루오션(미개척시장)을 파고드는 기법이다. 퍼플오션은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새로운 가치가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을 일컫는 용어로 기존 시장에서 발상을 전환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퍼플오션으로는 즉석밥 ‘햇반’이 손꼽힌다. 1994년 처음 출시된 햇반은 출시 8년 만에 매출 1천억원을 넘어섰다. 햇반의 성공은 즉석밥 시장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즉석밥 시장은 2010년 856억원에서 2013년 1천676억원으로 커졌다. 그중 햇반이 평균 7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부산에서 올라와 국내는 물론 중국에까지 60여 개 가맹점을 낼 정도로 초대박을 친 ‘설빙’. 성공포인트는 차별화 전략. 인절미와 콩가루를 가미한 메뉴를 내세워 다른 빙수와 차별화한 것. 설빙의 메뉴를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은 떡이다. 한국 전통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떡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인절미와 콩가루를 우유얼음 위에 푸짐히 올렸다.

‘치맥(치킨+맥주)’도 퍼플오션에 해당된다. 치킨과 맥주의 결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실제 중국에 있는 한국식 치킨전문점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치맥의 영향은 피맥(피자+맥주), 참맥(참치+맥주), 소맥(소시지+맥주) 등 다양한 결합 상품으로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창출 중이다.

◆ 문어가 치킨을 만났을 때

아무튼 문어치킨은 수성구 신천시장 양편 도로의 ‘먹자라인’ 동선을 뜨겁게 한다. 하루 70만원의 평균 매상을 올리던 ‘바로화덕치킨’은 하루 매출 최고 600만원을 기록했다. 대기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서울과 부산의 치킨 시장에도 문어 특수를 불러일으켰다. 이 일대의 권리금이 30% 이상 상승했다. 근처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대구통닭, 교촌치킨, 윤치킨, 노랑치킨, 화르화르, 오꾸닭에까지 영향을 미쳐 하나의 상권으로 엮이기 시작한다.

70년대 대구발 신개념 ‘빨간양념통닭’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 대구통닭 본점. 문어치킨과 함께 이 거리를 신개념 치킨타운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씨가 요즘 뜨는 상권의 본질을 콕 집어준다.

“일단 신규 대단지 아파트 상가가 들어서면 중심상권이 생긴다. 소위 상권의 전문가라고 하는 은행,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이 우선적으로 이들 점포를 선점한다.”

이름 위주에서 메뉴 위주로 변하는 외식문화의 흐름까지 정리해준다.

“2~3년 전만 해도 줄 서는 식당 상호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지만 이제는 이름이 관건이 아니라 메뉴다. 다시 말해 어느 식당으로 가자는 대신 더 정확한 음식 이름 정보를 갖고 소비자들이 움직인다.”

이젠 대박 식당이 한 개만 생겨도 단번에 먹자골목으로 부푼다. 그만큼 되는 메뉴에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그럼 곧 권리금이 치솟고 임대계약이 끝나면 임차료까지 상승한다. 물론 인기메뉴의 인기 수명도 갈수록 짧다. 채 3년이 안 돼 추락한다. 쉽게 들끓다가 쉬 거품이 빠진다. 스타메뉴가 새롭게 등장한다. 그러니 언제 뛰어들고 추락 시점에 어떤 신메뉴로 돌파구를 찾는가 하는 ‘타이밍 잡는 감각’이 관건인 것 같다. 그게 둔감하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치킨거리 바로 북쪽은 막창 및 각종 숯불구이 골목으로 변모 중이다. 이러다가 문어치킨거리 사이에 ‘튀김막창’ 혹은 ‘막창치킨’이란 신메뉴가 태어날 것 같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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