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착한 빵집을 찾아서 - (2) 포항 이동 베이커리 카페‘스위트 스텝’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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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9   |  발행일 2015-10-09 제41면   |  수정 2015-10-09
베이커리 카페로는 드물게 프로밧 로스팅기계 2대로 커피원두 직접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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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도시 포항에 처음으로 베이커리 카페 특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남구 이동 스위트 스텝. 자극적인 설탕을 가급적 피하고 착한 당분으로 알려진 ‘트레할로스’를 첨가할 정도로 힐링 유전자가 넘친다. 스페셜커피와 궁합이 맞는 크렌베리크림치즈빵은 이 집의 대표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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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건다는 것. 그것은 숭고하면서도 일견 ‘처절’하다. 하지만 거기서 ‘카타르시스’가 발생한다. 철강도시 포항에도 최근 베이커리 카페 특수가 일고 있다.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남구 이동 베이커리 카페 ‘스위트 스텝(Sweet Step)’. 상업지역 이면 도로에 있다. 지난해 4월 그랜드오픈했다. 주인 부부 김경덕(58)·김수희씨(52)의 ‘배수진 마케팅 전략’ 덕인지는 몰라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 커피와 빵이 1대 1의 비중으로 균형을 이룬다. 빵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여느 베이커리 카페와는 포스가 다르다. 주차장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도가 적은 마이너 브랜드로 초기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는 것. 한마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극복 중이다. 착한 마음씨와 열정 덕이다.

◆ 부부는 은행원 출신

부부는 은행원 출신. 포항 동지상고를 나온 남편은 1998년 대동은행에서 퇴출된다. 그는 경력을 십분 활용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조선소관리본부장, 모 철강회사 전무이사에 이어 2005년에는 부동산개발사를 창업했다가 물을 먹는다. 2007년 상경해 기업인수합병 및 재무분석 관련업에 종사하고, 2009년 모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 운영했지만 2010년 또 파산했다. 절망의 끝에서 잡은 것이 커피였다.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강릉 테라로사 커피숍의 김용덕 대표를 매주 찾아가 커피 사업의 핵심을 배운다. 2013년 한해 그는 커피 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특히 로스팅 공부에 올인했다.

카페 ‘스위트 스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ㄷ’ 자 구조에 오픈 테라스까지 겸비한, 물찬제비처럼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동선. 입구 왼쪽 로스팅룸은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놀이터다. 그가 4년째 기록한 로스팅 일지를 보여준다. 직접 드립한 커피에는 묵직한 산미(酸味)가 살아 있다. 향에 날이 서 있다. 재료가 좋지 않으면 절대 그런 맛이 안 나온다. 한 사람이 커피와 제과제빵에 능통할 수는 없다. 아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은행원 출신 부부가 올인 운영

빵은 천연발효종 만들어 굽고
모든 시럽은 매장에서
자일로스 설탕 직접 끓여 사용
가수 양하영이 알고 찾을 정도

포항대와 산학협력 계약 체결
가게 모든 시설 학생들에 개방

11월쯤 북구에 직영 2호점 오픈
공연장과 전시실까지 갖출 예정

커피와 빵교실도 운영할 방침
5천만원 목표 장학금도 적립중


아내는 포항 동지여상, 포항대 유아교육과를 나오고 남편처럼 IMF 외환위기 때 대구은행을 떠난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일단 조선왕조궁중요리로 인간문화재가 된 고(故) 황혜승 문하에 들어가 1999년까지 한식요리를 배웠다. 일본 도쿄제과학교의 1급 제빵기술자인 해운대 데이지 빵집 성지현 대표를 사사한다. 매일 부산으로 달려가 오후 7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공부하고 돌아왔다. 사부는 “빵 기술이란 것은 책을 봐서 해결되지 않고 단기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익혀지지 않는다. 오직 세월 속에서 터득된다”면서 부부를 긴장시켰다. 서울 서래마을에서 유명한 디저트카페인 마망갸또도 사사하며 일본 왕실의 제과 흐름도 엿본다.

부부는 항상 그렇게 다짐했다. ‘모르면 지배당한다. 알면 기술자를 부릴 수 있다. 만연돼 있는 조리사의 횡포도 결국 기술은 없고 욕심뿐인 식당주가 만든 것이다.’

남편은 아내가 제빵에 대해 공부를 할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동참한다. 아내도 남편의 로스팅 기술을 함께 익혔다. 그래야 서로를 즉시 지원사격해 줄 수 있다.

부부의 지난 2년간은 병영생활과 진배없었다. 동창은 물론 지인과의 사소한 모임도 다 뒤로 돌렸다. 도움을 청할 데는 ‘하늘’밖에 없다고 믿었다. ‘하늘이 아무나 도와주나. 자신을 돕는 자만을 돕기 때문에 전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도 바치지 않으면 진다’고 채찍질했다.

◆ 좌충우돌 창업기

기존 프랜차이즈점은 대부분 대로를 끼고 있는 점에 착안, 가게를 골목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평생을 같이해온 친구들뿐만 아니라 친척들의 반대와 우려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꺾이지 않았다. 자기만의 베이커리 카페를 구축하고 싶었다. 비록 포항이지만 최강의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당시 유명하다는 커피점은 전국 어디를 가봐도 정상의 풍미를 가진 ‘스페셜커피’를 사용하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며,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접목했다.

일단 남들이 다 하는 뻔한 실내인테리어는 멀리했다. 테라스 같은 정원을 갖추고 바위수국, 꽃무릇, 노랑할미꽃 등 10여종의 야생초를 심었다. 광장 같으면서도 옥탑방 분위기가 나고, 그러면서도 다중이 모여 오순도순 수다를 떨 수 있는 복층 구조의 스페이시한 건물이었다. 통유리창도 잘 배치시켜 어디에 앉아도 정원이 보일 수 있게 했다. 로비·옥탑방·밀실·미팅룸·가족실·커플실 등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3층에는 10~30명이 모여 회의나 세미나까지 가능하다. 멀티플렉스 스타일의 베이커리 카페가 탄생한 것. 부부의 세심하고 꼼꼼한 안목이 없다면 시도 못할 사업이었다.

◆ 이 집만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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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두는 케냐 AA 니에르 루기·과테말라 에르모사·코스타리카 헬사·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콩가·인디아 아티칸·브라질 사오주다스 등 모두 9종이 있다.

이 집의 대표 블렌딩 커피는 산미가 좋은 ‘몰비도스텝’이다. 케냐AA 예가체프 콩가·코스타리카 헬사·과테말라 에르모사·COE(Cup Of Excellence·올해의 커피란 뜻을 갖고 있는데 국제 커핑 심사관들의 향미 평가를 통해 순위에 입상한 커피)를 혼합해 만든다. ‘스윗스페소’는 단맛을 추구한 블렌딩커피로, 케냐AA·브라질·과테말라·인도 커피를 사용해 라테·카푸치노·마키아토의 베이스로 사용한다.

가장 큰 장점은 2대의 수천만원대 독일산 로스팅기계인 ‘프라밧(PROBAT)’을 갖고 매일 15㎏의 생두를 볶아낸다는 사실. 매 시간 원두의 표면 상태를 관찰한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그런 인프라를 발견하기란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

‘착한 빵집’답게 그날 만든 빵은 그날 모두 판다. ‘재고를 없애’는 것이 원칙이다. 수제(手製)와 저당(低糖) 등 특히 재료라인이 믿음직하다. 과일 등으로 천연발효종을 만들어 빵을 만든다. 강원도 양구 민통선 부근에서 생산한 아까시 벌꿀과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과자 만들 때 사용한다. 기존 설탕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 ‘트레할로스’를 사용한다. 이건 효모나 어떤 종류의 균류에서 얻어지는 백색 결정상의 비환원성 천연 이당류. 버섯, 해초류, 수산물 등에서 추출하므로 중국에서는 해초당, 유럽에서는 ‘머시룸당’으로 불린다.

음료에 들어가는 모든 시럽은 자일로스 설탕을 사용하여 매장에서 직접 끓여 사용한다. 바닐라시럽은 바닐라빈을 구입하여 매장에서 직접 끓인 것을 소스로 사용한다. 세 가지 과일티(슈퍼베리티·레몬티·딸기티)에는 자일로스 설탕을 사용한다. 빙수에 들어가는 팥은 매장에서 직접 삶아 숙성시킨 것. 서울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수제잼류도 있다.

숙성 발효를 이용한 반죽에 절인 크랜베리와 크림치즈를 넣은 ‘크랜베리크림치즈’, 열반죽으로 식감을 더해 쫀득한 반죽에 크림치즈가 들어간 ‘모찌모찌’, 국산 단호박과 고구마를 절여 사용하며 발효종을 이용한 ‘고구마·단호박 바게트’, 경주 농장에서 매일 수확하는 딸기와 부드러운 시트와 천연 생크림을 이용한 ‘딸기생크림케이크’, 레몬과 오렌지를 3일간 삶고, 보름간 숙성시켜 파운드를 만들어 시럽을 바른 후 장식한 ‘파운드케이크’ 등이 인기 있다.

재료가 깐깐해서일까, 입맛이 깐깐한 가수 양하영씨도 일부러 여길 찾아와 감동받고 갔다. 지역에선 방부제와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은 빵집으로 소문난 상태.

수익금의 일부는 부부의 몫이 아니란다.

포항대학 외식학과 계열과 산학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가게의 모든 시설을 학생들에게 개방한 바 있다. 청년 채용 기회를 늘리고 5천만원의 장학금까지 축적 중이다. 커피와 빵 교실도 운영할 방침이며 11월쯤 북구에 공연장과 전시 시설을 갖춘 양덕동 2호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 포항시 남구 이동 657-1. (054)276-002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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