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정보원 지원받아 탄탄대로 대구 성공사례 2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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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7   |  발행일 2015-10-27 제17면   |  수정 2015-10-27
“복잡한 절차 없이 공공저작물 이용…지역대표 기업 될 것”

공공저작물을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구지역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공공저작물에 대한 표준 제도가 없는 탓에 이를 이용하려는 창업자 등은 각 기관에 저작권 사용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저작권법 개정으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정보원은 공공누리(www.kogl.or.kr) 사이트를 통해 공공저작물을 활용한 중소기업과 1인 창조기업을 지원하는 ‘공공저작물 활용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대구지역 2개를 포함해 전국 15개 기업이 공공저작물 매칭·상품디자인, 마케팅 컨설팅, 홍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에 따르면 이렇게 공개된 공공저작물은 제1유형 약 130만건, 2유형(상업적 이용 금지) 6만건, 3유형(변경 금지) 2만건, 4유형(상업적이용+변경 금지) 272만 건이고, 공공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면 최대 2조800억여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양행진 공공사업부장은 “앞으로 공공저작물을 활용한 더 많은 중소기업의 성공사례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원 대상 기업이 아니어도 공공누리 사이트의 제1유형 공공저작물은 별도의 절차 없이 변형 등 2차 가공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정보원 지원받아 탄탄대로 대구 성공사례 2題
지역 특산물인 인견에 우리나라 고유의 문양을 넣어 만든 인견 여성복 ‘soona’의 김순화 대표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soona’
영주 특산물 인견에 민화 넣어
‘무봉제공법’으로 의류 만들어
日긴자 입점 등 해외반응 좋아
“고향 대구서 성공이 1차 목표”


◆인견에 공공저작물의 날개 달다.

“예전에는 전통문양 하나를 찾기 위해 직접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갔죠. 찾아도 허락받기도 힘들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클릭 몇번으로 가능해요. 그리고 모르던 전통문양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죠.”

인견 여성복 브랜드 ‘soona’의 김순화 대표(여·37)는 공공저작물 활용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한국문화정보원의 ‘공공저작물 활용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 중 한 곳이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 대표는 서울 유명 패션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제2의 패션인생을 위해 2006년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지만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1년8개월만에 돌아왔다. 2011년 동성로에 편집숍 형태의 옷가게를 열어 당시 국내 수입되지 않던 브랜드 등을 팔았다. 59㎡(약 18평) 크기의 가게에는 손님이 다 들어오지 못해 밖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집 주인이 “자신이 하겠다”며 비워달라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새로운 것,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갖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게 2013년 탄생한 브랜드 ‘soona’다. 영주 특산물 인견에 한글과 한국 민화에 나오는 그림을 넣어 기존에 없던 여성복을 만들어낸 것. 인견을 소재로 하다 보니 봉제가 어려웠다. 이에 제봉틀이 아닌 레이저로 원단을 자르고 접착하는 무봉제공법을 도입했다. “인견은 어른들이 파자마와 속옷 정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여성복을 탄생시켰다.

현재 국내보다는 국제박람회와 일본 등지 수출에 더 집중하고 있고 반응도 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일본 긴자 편집숍에 입점했고, 우크라이나와 인도네시아 등지의 외국 바이어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 오사카의 한 대형백화점과도 매장 개설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알려질 기회가 많았지만 김 대표가 거절했다. 일부 유명 브랜드들이 OEM형태를 요구하거나 제품의 로고 등은 빼고 디자이너 이름만 작게 넣는 형태로 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품의 가치를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 국내로 역수입되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고향인 대구에서 성공, 서울에 지사를 내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정보원 지원받아 탄탄대로 대구 성공사례 2題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 교육을 위해 만든 북아트를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재탄생한 ‘ODS다문화교육연구소’의 이나현 대표가 대구 중구 근대골목코스 북아트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ODS다문화교육연구소’
저작권 문제 해결 콘텐츠 마련
다문화 가정 교육 북아트 제작
베트남 등 11개國 문화 소개
“다양한 주제로 영역 확장할 것”

◆북아트로 재미나게 한국문화 공부

대구시 중구 공평동에 있는 ‘ODS다문화교육연구소’는 다문화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9년 교육기관에 강사를 파견하는 일반기업으로 출발했다. 이 회사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을 교육현장의 다문화이해교육 강사로 육성하는 세계문화지도사 양성과정이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 한국사과정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어렵고 낯선 용어들로 가득한 한국사는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들에게는 어려운 과목이었다.

이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북아트를 도입했다. 이후 결혼이주여성들은 거의 보지 않던 사극드라마를 보며 가족과 수월하게 소통하기에 이르렀고, 한국사를 지루하고 어렵게 느끼던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전해 한국문화와 다문화 가정의 문화를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교육프로그램과 교재를 북아트로 제작하는 전문 회사로 탈바꿈했다.

다양한 사진을 오려 붙이면서 한국역사를 공부하면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는 생겼지만 문제는 여기에 들어갈 공공저작물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에 이 회사도 한국문화정보원의 문을 두드렸고 ‘공공저작물 활용 중소기업 지원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큰 숙제를 해결했다.

현재 시대순으로 광개토대왕·세종대왕·조선왕조실록 등의 내용을 담은 초급과정, 임진왜란·병자호란·조선후기 문화사 등을 다루는 중급, 그리고 탑으로의 여행·대구 중구 근대골목으로의 여행·근현대의 인물·독도야 안녕 등을 담은 특강용 등 3가지로 만들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설명해주는 각국의 교재도 만들고 있다. 현재 베트남·중국·일본·러시아·필리핀 5개국에 이어 캄보디아·몽골·태국·아프리카·영국·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북아트 교재를 만들어 다문화 사회에 대한 편견을 좁혀나갈 계획이다.

또 대구 달서구와 영천·예천 등에서는 북아트를 활용하는 지도자 양성과정도 진행 중이고, 지난해에는 서구에서 이 같은 수업을 진행했다.

이나현 대표(여·43)는 “한국 역사는 물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다양한 국가의 역사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역사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주제의 북아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말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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