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요리연구가 제이미 올리버가 처음 초등학교 급식개혁 운동에 나섰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가공육과 정크푸드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건강한 요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먹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궁리 저런 궁리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제이미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 너깃을 직접 만들어 보여주기로 한다. 닭 껍질과 질 안 좋은 고기를 섞고 여기에 지방을 넣고 믹서에 간 뒤 기름에 튀긴 것이 치킨 너깃이라고 학생들에게 보여 준다. 그동안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맛있게만 먹던 학생들은 그 만드는 과정을 보고는 경악했다고 한다. 이후 학생들은 가공식품이나 정크푸드보다는 제이미가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초등학생 급식 개선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국 초등학교의 식단은 예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정크푸드가 차츰 사라지면서 학생들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음식의 공공성에 관심 있는 요리사의 영향력이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햄·핫도그, 쇠고기 통조림, 말린 고기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서는 끼니마다 가공육이 하나쯤은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급식 식단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예산 마련 없이 서둘러 시행한 학교급식이 급식 질 저하를 불러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무상급식 논쟁은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정작 학교급식을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단으로 바꿀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점점 나빠져가는 학교급식을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지켜봐야 하는가. 답답한 마음에 요즘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셰프들이 자기 솜씨만 자랑하지 말고 학교급식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도 제이미 올리버 같은 음식의 공공성을 갖춘 요리연구가 등장이 절실하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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