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NCS전문가’ 곽승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

  • 이효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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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31   |  발행일 2015-10-31 제22면   |  수정 2015-10-31
“NCS는 스펙의 취사선택 돕는 길라잡이…또다른 취업스펙 아니다”
[Y인터뷰] ‘NCS전문가’ 곽승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
곽승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이 스펙 중심 채용방식의 문제점과 NCS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한국의 취업 시장은 ‘스펙’으로 얼룩져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70%가 이번 하반기 주요 대기업 공채 지원과정에서 학력·자격증·어학연수·어학점수 등 스펙을 기입했다고 응답했다. 국내 취업준비생이 평균 5.2개의 스펙을 준비 중이고 취업용 수강료로 월평균 130만4천원을 지출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 같은 과도한 스펙경쟁을 해소하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마련했지만, 아직은 별다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호한 기준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7일 곽승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을 만나 현재 취업시장의 문제점과 NCS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NCS의 미래는…
公기관·公기업 내년부터 의무화
상당수 민간 대기업도 적용할 듯
롯데는 상반기 채용서 이미 도입

대학의 역할은…
대학생이 당면한 과제는 취업인데
교수 대부분 NCS 인지조차 못해
대학도 사회문제 해결 책임 있어

취업준비생에게…
학벌이 고액연봉 보장하지 않아
대기업에 목매지 말고 눈을 낮춰
적성에 맞는 일자리 찾아야 성공

[Y인터뷰] ‘NCS전문가’ 곽승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이사장

-올해부터 공공기관들이 본격 도입하고 있는 NCS, 정확히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가가 직업군별 필요한 직무능력을 표준화해 만든 학습모듈이다.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 능력을 국가가 산업·수준별로 표준화한 데이터베이스다. 즉, 개인이 특정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취업을 한다면 기존엔 업체별로 준비를 해야 했지만 이것이 도입되면 NCS에서 제시한 학습모듈을 익혀 같은 직업군의 채용에 한꺼번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NCS는 R&D 분야를 제외한 직업의 80%(797개)를 커버할 수 있다.”

-NCS는 왜 필요한가.

“궁극적으로는 학력에 의해서만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수준에 따라 인정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별로 각각의 직무능력 테스트가 다르다면 취업준비생도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느라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공통된 직무능력 관련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의 NCS 적용은 의무인가, 아니면 참고로 하는 기준인가.

“의무는 아니지만, 채용시 단순히 참고로 하는 기준이라고도 볼 수 없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국내 130개 공공기관 장(長)이 만나 NCS 활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능력 중심 채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공공기관 및 공기업과 교육·훈련기관은 내년부터 도입이 의무화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 대기업에도 상당 부분 적용될 것으로 본다. 롯데의 경우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의 모든 모집분야에 NCS를 도입한 바 있다.”

-또 다른 스펙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제2의 스펙’이 아니라 반대로 그동안 무분별하게 쌓아왔던 스펙에 대해 취사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길라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기존 채용방식에서 NCS로 넘어가는 동안 과도기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동참하는 것은 물론 교육제도와 연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들은 어떤 입장인가.

“유명대학 총장 중에도 NCS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교수도 대부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오로지 취업을 위한 전문기관이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 지역에서 열린 한 세마나에서 내가 ‘대학 교육과정에 NCS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 지역대학 교수가 ‘학문을 가르쳐야 할 대학이 무슨 취업 스펙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하냐’며 발끈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 학문보다 취업이다. 지금 구조에선 대학보다 대학원에서 진짜 학문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더니 더 이상 논쟁이 되지 않았다. 대다수 학생이 졸업 후 대학원보다 취업을 희망하고 있고 대학평가에서도 취업률을 보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취업전문기관은 아니지만 120만명이 넘는 청년실업문제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갈 책임은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잘 활용하고 있는 해외 사례가 있는가.

“세계 150여개 국가는 나름의 NCS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NOS(National Occupational Standards), 호주의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일본의 VAAS(Vocational Ability Assessment Standards)가 대표적이다. 특히 호주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관련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일관된 직업교육의 질이 보장되고 있다.”

-직업전문학교를 20년 넘게 이끌어오고 있다.

“그동안 3만명이 넘는 학생에게 취업 훈련을 했다. 이들은 비 진학생을 비롯해 중장년층·장애인 등이며, 평균 85%가 취업에 성공했다. 2004년, 2005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전국 최우수 훈련기관으로 선정됐고, 2002년 9월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등 직업훈련에 관한 한 최고의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한국 최초로 4개 정부부처(교육과학기술부장관·지식경제부장관·고용노동부장관·중소기업청장)가 동시에 인증하는 인적자원개발우수기관(Best HRD)으로 인증받았다. 지난해 말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NCS활용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요즘 같은 스펙 위주의 취업시장에서 직업학교 운영이 어떤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취업분야는 자동차정비·기계·용접·전기·태양광 등 기술이다. 학생 상당수가 소외계층인 만큼 이들이 사회에 제대로 안착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는 특수용접과 패션디자인, 디지털디자인 등 NCS 8개 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또 최근 들어선 4년제 국립대 졸업생을 비롯해 우수 학력자들이 재취업을 위해 문을 두드린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직업 현장에 바로 연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우리 학교는 늦게나마 자신의 적성을 찾아 일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이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처럼 좋은 대학 나왔다고 고액연봉과 전문직이 보장되지 않는다. 눈을 낮춰야 한다. 분명히 말하건데, 이건 자존심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대기업 취직에만 목을 매지 말고, 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채용이 끝이 아니다. 채용 후엔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돼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 이건 취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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