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이렇게 멋진 영화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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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06   |  발행일 2015-11-06 제43면   |  수정 2015-11-06
[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이렇게 멋진 영화제라니

여기,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반길 영화제가 있다. 개막작 ‘춘희막이’를 놓고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의 진행으로 박혁지 감독이 직접 관객들을 만난다. 2013년 ‘프로젝트 만권당’을 위해 대구예술발전소를 찾기도 했던 신수원 감독이 만든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마돈나’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보도연맹사건을 다룬, 기자 출신 구자환 감독의 ‘레드 툼’과 세월호 참사를 다룬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 고민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진열 감독의 ‘나쁜 나라’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 ‘업사이드 다운’은 개인적으로도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었다.

한국과 아시아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난 5월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도 극장서 놓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폐막작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2010년 전국을 뒤흔든 구제역 살처분 이후 대규모 공장식 축산농가와 대안적인 산골농장을 오가며 육식과 채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가족의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상영 후 황윤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다.

덧붙여 ‘찾아가는 영상제작교실’과 ‘주민 영상제작교실’ 섹션도 백미라 할 만하다. 이달 초 제9회 도시의 날 기념 도시영화제 공모전에서 2013년 이 과정을 수료한 주민영화감독 안미영씨가 ‘우리는 마을에 산다’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안씨는 현재 이 영화제에서 교육팀장으로 일한다.

‘지역, 여성, 그리고 영화’를 주제로 정책포럼도 함께 열린다. 지난 5월부터 이어져온 네 차례의 포럼은 이 영화제의 성과와 과제를 다루기도 하고, 대구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다른 영화제(대구단편영화제,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대구퀴어영화제 등) 실무자들을 모아 영화제에 대한 방향과 네트워크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하고, 대구시의원과 함께 대구지역 영화제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모색하기도 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해왔다.

이 멋진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영화제는 다름 아닌 대구여성영화제다. 바로 어제(5일) 개막해 7일까지 3일 동안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점에서 무료로 열린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매료된 까닭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만든다는 점이었다. 여럿이 함께 만든 땀내 나는 영화제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영화제가 처음 생겨날 때부터 지켜봐온 사람으로 단언컨대 이 영화제가 그런 영화제다. 관객들이 극장을 가득 채워준다면, 그 땀내들에 대한 더 큰 격려는 없을 것이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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