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ℓ당 1400원도 비싼 시대//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떨어지면서 대구에도 1천300원대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8일 대구에서 최저가로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기름을 넣고 나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하는 등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유가하락은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이윤 상승 효과를 가져와 경제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둔화’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투자가 위축된다. 무역수지도 점차 악화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의 저유가 흐름이 지역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가 초저유가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계속 낮아지는 데는 산유국 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셰일오일 혁명으로 국제 석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원유증산 카드를 꺼내들며 치킨게임에 나섰다. 공급 과잉으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동 석유 산유국들은 최근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지금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산유국들은 자국의 원유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 상태로 가면 국제유가가 내년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에 대해 지역 경제계와 산업계는 ‘호재’가 아닌 ‘위험’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제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며 “유가가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하면 수출감소와 단가하락 등으로 무역규모가 줄고, 내수도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 셰일오일(shale oil)= 원유가 생성된 뒤 지표면 부근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셰일층 안에 갇혀있는 원유. 과거에는 굴착 기술 수준이 낮고, 생산비용이 비싸 셰일오일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수압을 이용한 굴착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원가가 낮아져 상업적 채굴이 가능하게 됐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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