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NS시대 바가지라니 소비자 우습게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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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8   |  발행일 2015-12-28 제31면   |  수정 2015-12-28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기쁘고 즐거워야 할 시간에 기분을 잡친 이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부 인기 있는 음식점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자 고객들에게 자릿값 형식의 웃돈을 요구하거나 바가지를 씌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 공급의 불일치로 초래되는 일시적 가격 기습인상 등을 비롯한 바가지 상혼은 시기적으로 크리스마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개 연말연시 해맞이와 여름 휴가철 등을 틈탄 꼼수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할 후진적 유산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신뢰와 신의·성실이란 계약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좀먹는 사회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눈앞의 이익만 노리는 얄팍한 상혼, 바가지는 건전한 서비스업 발전의 최대 적이다. 개인 업소의 이미지 추락은 동종 업소의 신뢰에도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대구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바가지 상혼은 업소의 생명력을 소진시키는 암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음식점을 비롯한 자영업 비율이 너무 높아 줄도산을 우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업종 간 쏠림과 불균형도 자율적 구조조정 없이는 제 살 뜯어먹기식 출혈경쟁마저 불가피한 살벌한 상황에서 이 같은 특정 업소의 바가지는 유사한 업종에 대한 자해 행위로, 그에 상응한 보상과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마땅하다.

바가지 상술은 또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SNS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자 무모한 액션이다. SNS의 과잉에 따른 부작용도 문제지만 SNS의 위력 앞에 오불관언인 태도는 더 위험하고 소비자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소비자의 불만 폭주에 뒤늦게 환불을 수용하는, 서비스 정신이 실종된 업주가 어떻게 업을 오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상상을 어렵게 한다. 시기별로 혹은 관광지 등 공간별로 고개를 쳐드는 바가지 상술은 법이나 조례 등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 과거엔 행정지도를 하기는 했으나 이마저 시대와 유행에 맞지 않는 수단이긴 마찬가지다.

상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선언과 실천이 최우선이다. 바가지와 절연하겠다는 캠페인이면 더 바람직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소비자들이 나서서 거품과 횡포를 걷어내고 근절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최근 들어 부쩍 침체된 소비자 주권운동 등으로 소비자의 힘을 보여 줄 때다. SNS의 긍정적인 효과를 활용하면 특정 악덕 업소의 눈속임 정도는 명명백백하게 가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업계의 자정노력까지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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