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의 뮤지컬 & 시어터] 전쟁의 아픔과 호국의 교훈 ‘뮤지컬 5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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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44면   |  수정 2016-01-01
[김성태의 뮤지컬 & 시어터] 전쟁의 아픔과 호국의 교훈 ‘뮤지컬 55일’

찰턴 헤스턴과 에바 가드너가 주연한 ‘북경의 55일(55 Days at Pecking)’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중국 청조 말 의화단 사건이다. 1900년 민생이 파탄난 중국에서는 외세 배척을 주창하는 농민반란, 즉 의화단원의 무력 사용으로 3만명 넘는 중국 기독교인과 서양인 선교사가 살해됐다. 베이징 외국인지구에 거주하던 서양인도 소수의 연합군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으나 서태후가 의화단을 등에 업고 모든 서양제국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면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이 전쟁은 6월21일부터 시작해 2만명의 다국적 연합군대가 베이징으로 진격한 8월14일까지 55일간 진행됐고 서태후가 시안으로 도망을 가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청 왕조의 몰락을 재촉한 이 전쟁은 1963년 노엘 거슨에 의해 소설로, 니콜라스 레이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1950년 한반도 낙동강에서는 이보다 더욱 치열한 55일간의 전투가 있었다.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벌어진 이른바 칠곡 다부동 369고지 전투가 그것이다. 다부동전투는 강제규가 감독하고 장동건과 원빈이 주연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많은 국군과 학도병이 인민군과 함께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국군 1사단 소속 최승갑 일병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인민군의 남침이 저지됐다. 일본에서 대구로 시집을 온 이케다 미에코씨도 이 전쟁의 숭고한 의미에 대해 글로 남긴 적이 있다. 다시 50년이 지난 2000년 국군전사자유해발굴단은 다부동 전투현장에서 최씨의 유해와 유물을 발굴했다.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 정화연씨와 유복녀 최정연씨를 발굴 현장에 데려다 주었다. 사랑하던 남편과 아버지의 유골과 유품을 발견한 가족은 통곡을 터뜨렸다. 이 장면은 TV에도 방영돼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칠곡군은 이 뜻깊은 전투를 소재로 2013년부터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을 개최하고 있다. 2015년 10월15~18일 개최된 제3회 행사 개막 이튿날에는 다부동 전투 55일을 소재로 한 ‘뮤지컬 55일’이 공연됐다.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이 주관해 칠곡보 생태공원 평화의 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이 뮤지컬은 다시 12월16~1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울림 소극장 실내에서 공연됐다. 정철원이 연출하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칠곡의 딸 이민주가 주연했다. 대본과 작곡은 지역의 대표 뮤지컬 작곡가 윤정인이 맡았는데 대사의 일부는 낙동강 호국문화원에 전시된 편지 등도 활용했다.

극의 첫 장면부터 가슴이 뭉클하다. 아내가 50년 만에 남편의 유골을 확인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실제 장면이 영상으로 방영됐다. 그리고 유해의 발굴 장면부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극이 진행됐다. 부부의 연애 모습에서부터 전쟁으로 인한 안타까운 이별 그리고 치열한 전투장면 등이 적절히 묘사됐다. 윤정인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안정적이다. 무대는 매우 간결하나 효과 음악과 조명으로 극의 흐름을 받쳐주었다. 여주인공 외에는 대부분 신참배우라 가창력 등에서 두드러진 배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열연했다. 내용이 워낙 감동적이라 남녀노소 모두, 특히 학생이 많이 보았으면 싶다. 물론 정철원이 연출한 다른 뮤지컬 ‘왕의 나라’처럼 하루 속히 서울에서 막을 올리고 전국순회공연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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