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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곡 독창회를 가진 바리톤 구본광은 이번 공연을 통해 연가곡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지난해 12월26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슈베르트의 대표적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곡을 부르는 독창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대구 출신의 바리톤 구본광이다. ‘겨울 나그네’ 전곡을 부르는 무대는 지역에서는 특히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연말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공연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콘서트’ 시리즈 마지막 무대였다. 관객도 많았고 반응도 좋았다.
연가곡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조를 가진 가곡 모음을 말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총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눈길 끄는 ‘겨울 나그네’ 전곡 독창회를 한 바리톤 구본광을 만나봤다.
◇내가 느끼는 겨울 나그네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비극적인 노래
가장 성공적인 시·음악의 결합 예
◇공연 마친 소감과 계획은…
가사내용·정서 이해하는 데 공들여
표현 부족했지만 칭찬과 호응에 감사
가능하다면 매년 무대에 올리고 싶어
-‘겨울 나그네’는 어떤 곡인가.
“독일의 후기낭만파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연가곡인데, 시와 음악이 가장 성공적으로 결합한 예라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완성해 발표하고 한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 노래로,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던 슈베르트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작곡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한 뒤 눈과 얼음이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고 그 후 겪게 되는 과정과 상념들을 담고 있다. 겨울에 많이 불리는 가곡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번 독창회를 갖게 되었는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 무대를 선보이기로 한 뒤 저를 적임자로 보고 제의하면서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 다른 스케줄이 많아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한 번도 전곡을 불러본 적이 없어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예회관 담당자 등이 할 수 있다고 해보라고 용기를 주어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공연 한달반 전이었다. 그래서 이미 잡혀있던 팸플릿이 나오지 않은 5개의 공연 스케줄을 모두 취소한 뒤 칩거에 들어가 악보를 보며 준비에만 몰두했다.”
-준비가 쉽지는 않았을 것같다.
“일단 가사를 전부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가사인 시의 내용과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도 공이 많이 들어갔다. 여러 가지 번역본을 구해 대조해가며 정확한 의미를 알려고 노력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잘 진행됐는가.
“아쉬운 점이 많다. 작품 내용을 보다 깊이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데 부족함을 절감했다. 관객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가사를 실수하기도 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칭찬하고 격려해준 분이 많아 고마울 뿐이다.”
-이번 독창회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고생했지만 정말 의미가 큰 무대였다. 이번 공연을 통해 연가곡의 매력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악가로서 연가곡 연주에 대한 책임감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가능하면 ‘겨울 나그네’를 매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대구 성악가가 ‘겨울 나그네’ 전곡을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2015년에 우연히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이 ‘겨울 나그네’ 전곡 무대를 가졌는데 앞으로 이런 무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저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다.”
바리톤 구본광(41)은 영남대 재학 중 군대를 마치고 이탈리아로 유학해 오르페오 아카데미아 오페라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오페라극장 전속 주역 가수로 활동하는 등 10년 정도 유럽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오페라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김봉규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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