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자
복수심에 불타는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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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한 모피 회사의 사냥꾼이자 길잡이로 고용된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동료들과 함께 적대적인 인디언과 야생 동물이 수시로 출몰하는 숲속 변방 깊숙한 곳에서 사냥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냥꾼들은 인디언의 습격으로 목숨과도 같은 모피를 일부 남겨둔 채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다. 살아남은 자들은 휴의 말에 따라 배를 버리고 산행을 택한다. 하지만 휴는 그 과정에서 야생 회색곰의 습격으로 치명상을 입는다. 이에 리더인 앤드류 헨리 대위(돔놀 글리슨)는 지원자를 뽑아 “죽기 전까지 그를 돌보고 장례식을 제대로 치러주라”는 임무를 남기고 떠난다. 지원자는 동료 사냥꾼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와 브리저(윌 폴터) 그리고 휴 글래스의 혼혈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다. 하지만 존이 아직 살아있는 휴를 죽이려 하자 이에 저항하는 아들 호크를 살해한다. 그리고 휴마저 땅에 묻고 떠난다.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복수를 다짐한다.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가 모티브
영화‘버드맨’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디카프리오 영하 40℃ 강추위 열연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는 ‘21그램’ ‘비우티풀’ ‘바벨’ ‘버드맨’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와 내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19세기 미개척지 시대로 시선을 돌려 광대한 자연 앞에 던져진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투쟁에 주목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서부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실제로 휴 글래스는 동료들의 배신에 격분해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깊은 상처의 고통과 추위, 두려움과 배고픔을 이겨내며 4천㎞ 넘는 험난한 여정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이 영화의 동력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복수심이다. 회색곰에 의해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져 미동도 할 수 없는 그가 영하 40℃ 넘는 혹한에서 살아 남는다는 건 기적에 가깝지만 “숨이 붙어 있는 한 싸워야만 해. 그러니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고 늘상 아들에게 말한 것처럼 그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죽음과 맞서 싸운다. 그 점에서 아들과의 관계는 실화에 근거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첨가된 새로운 설정이지만 처절한 복수심을 발현시키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사실 ‘레버넌트’가 주목한 건 복수심보다 대자연 속에서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동시에 부상으로 죽어가지만 선뜻 죽음을 택하지 않고 자연과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인간 정신력의 위대함이다. 동료에 의해 버려진 휴는 이후 별다른 대사 없이 오직 거친 숨소리와 표정, 몸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해 나간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기운과 스스로의 꿈속 영적 메시지를 통해 차츰 강인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5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영화는 거의 대부분을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조명을 배제한 채 완벽한 자연광만으로 이뤄진 하루 2시간 정도의 빠듯한 촬영이다. ‘버드맨’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그 과정에서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원테이크 롱샷으로 극의 흐름을 완벽히 장악했다. 인상적인 연출과 촬영에 더해진 완벽한 방점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다. 그는 영하 40℃의 강추위를 무릅쓰고 눈에 파묻히거나 벌거벗은 채로 강에 뛰어드는 등 극중 캐릭터의 극한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덕분에 한 인간의 지독하고 처절한 생존 실화는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살아났다.(장르: 모험 등급: 15세 관람가)
★ 구스범스
마을 쑥대밭 만든 몬스터를 책 속에 다시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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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작은 동네로 이사 오게 된 잭(딜런 미네트)은 옆집 소녀 헤나(오데야 러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헤나의 아버지 스타인(잭 블랙)은 자신뿐만 아니라 딸 헤나가 밖으로 나가는 것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잭은 불친절하고 무언가를 꽁꽁 숨기고 있는 듯한 그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어느 날 헤나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잭은 절친 챔프(라이언 리)를 불러 그녀의 집에 잠입하고, 그곳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는 책들을 발견한다. 사실 스타인은 전 세계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킨 구스범스 시리즈의 작가다. 호기심이 발동한 잭은 그중 ‘공포의 설인’에 채워진 책의 자물쇠를 풀게 된다.
‘구스범스’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92년 첫 출간된 뒤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32개국 4억2천만 독자들을 사로잡은 R. L. 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즈다. 영화는 200편이 넘는 각 시리즈 속 몬스터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작가 R.L. 스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원작을 재해석하고 영화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구축했다. 무한 상상력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재기 발랄함을 뽐냈던 ‘몬스터 vs 에이리언’ ‘걸리버 여행기’의 롭 레터맨 감독의 손에서다.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가는 판매량
동명의 소설 구스범스 시리즈 바탕
가족용 판타지 어드벤처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그 순간에 집중했다”는 롭 레터맨은 ‘구스범스’ 또한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스크린 위에 유려하게 펼쳐놓는다. 긴장감과 유머의 적절한 배치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원작 시리즈의 장점까지 모두 살리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역시나 관전 포인트는 책 안에 갇혀 있던 상상 속 몬스터들의 무시무시한 활약상(?)에 있다.
몬스터들의 인간세계 습격은 ‘박물관이 살아 있다’ 시리즈나 ‘쥬만지’ 등에서 이미 접한 설정이지만 ‘구스범스’는 보다 다채로운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책 속에서 가장 먼저 풀려나는 설인을 시작으로 늑대인간, 복화술 인형 슬래피, 거대한 사마귀, 투명인간,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블롭 등은 독특한 개성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비주얼과 스케일을 자랑한다.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도 실제처럼 보이는 몬스터들의 움직임이다. 이는 물리학적 접근을 통해 각각 몬스터들의 차별된 동작들을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플롯 역시 온 가족을 겨냥한 판타지 어드벤처답게 무겁지 않은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그 과정에서 잭 블랙은 특유의 코믹 연기는 물론 슬래피와 투명인간의 목소리 연기까지 1인3역을 소화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알렸다. ‘소름 끼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구스범스’의 대중적 인기는 특히 대단한 편인데, 현재까지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책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원작 팬들과 가족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듯하다.(장르: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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