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입 가는 길 ‘요약노트’ (하)

  • 백경열
  • |
  • 입력 2016-02-01 07:58  |  수정 2016-02-01 07:58  |  발행일 2016-02-01 제15면
재수생·자연계생이 불리하다고?…논술 축소·국어범위 확대 ‘착시’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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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입시에 있어 ‘영원한(?) 맞수’가 있다. 바로 재학생과 재수생 그리고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험생이다. 매년 본격적인 대학 입시철을 앞두고 입시 요강을 분석한 뒤 유불리를 전망하는 자료가 속속 발표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의 변화상 그리고 이 점이 맞수 간 경쟁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도록 하자.

재학생 vs 재수생

◆ 논술전형 축소

흔히 재수생은 정시에 강하고 재학생은 수시에 강하다 혹은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는 재수생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수시 전형은 논술위주 전형밖에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논술위주 전형의 선발인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재수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원 자격을 재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는 전형은 극히 일부분이다. 결국 재수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논술위주 전형만이 아니다.


상위권大 논술 여전히 20% 수준
대학별 전형따라 유불리 달라져
한국사 9등급 평가로 부담 줄어
재학생들 학습량도 충분치 않아


각 대학의 ‘2017학년도 전형계획안’을 기준으로 논술위주 전형의 선발 인원의 비율은 전체 선발 인원 대비 4.2%. 무척 낮은 비율인 건 사실이다. 실제로 2016학년도 전형계획안에 따른 논술위주전형 선발 인원 비율 역시 4.2%였다. 따라서 특별히 2017학년도에 논술위주전형 선발 인원이 줄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지역 상위 15개 대학 중 14개 대학은 여전히 논술위주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즉 서울대를 제외한 14개 대학에서 논술을 실시하며 이를 다시 서울대를 제외한 10개 대학으로 제한하여 살펴보면 논술위주전형의 선발 인원은 전체 선발 인원 대비 20.44%에 달한다.

결국 논술전형에서는 재수생이냐 재학생이냐보다는 각 대학 전형 방법에 따라 수능, 논술, 교과 성적으로 유불리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시 선발인원 감소

정시 선발 인원의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감소했다. 그러나 해마다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정시 선발 인원은 계획 인원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재학생을 포함한 모든 수험생이 수시 전형에 지원할 때 그 대학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전형에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개별 학생을 기준으로 해석하면 결코 수시 선발 인원이 정시 선발 인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7학년도 연세대의 수시·정시 전형별 선발인원 및 비율을 보면 수시 모집 인원은 전체 모집 인원 대비 73.17%이다. 그러나 한 학생이 연세대 종합(일반) 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면 모집 인원은 30.55%이다. 정시 모집 인원 비율인 26.8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은 아닌 것이다.

◆ 한국사 필수

올해 수능부터 수험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한국사 과목을 필수로 응시하여야 한다. 시험 과목이 늘어나 당연히 학습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사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 9등급제’로 결정되면서 학습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한 중상위권 이상 대학이 한국사를 반영하는 방식을 수시 전형에서 일정한 등급 기준 이상(인문계열 3등급, 자연계열 4등급) 충족, 정시 전형 역시 일정 등급(수시 전형과 동일) 이상의 점수차를 두지 않는 전형 계획안을 밝힌 바 있어 수험생의 학습 부담은 역시 감소하였다.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은 재학생에 비해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재수생이 불리한 상황이 되려면 재학생의 한국사 과목에 대한 학습량이 이미 충분해야만 하는데 실제 재학생도 한국사 과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재수생이 갖는 상대적 불리함은 없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탐구 영역에 대한 학습량이 재수생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한국사 과목의 추가가 탐구 영역 학습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켜 탐구 영역 학습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재수생에게 불리한 환경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문계 vs 자연계

2017학년도 대입 수능부터 지난해까지 수준별로 나뉘어 치러졌던 국어영역 A형과 B형이 통합된다. 이에 인문계열 수험생에게는 유리하게, 자연계열 수험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자연계열 수험생보다 인문계열 수험생이 국어를 더 잘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하나는 A형과 B형 통합으로 출제 범위가 기존의 A형보다 넓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입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국어 통합해 자연계 범위 늘지만
이미 교육과정에 반영돼 진행 중
수준별 도입 前 2013년도 수능선
자연계 국어 1등급비율 47% 달해


◆수준별 수능 전 2013학년도 수능, 1등급대에서는 자연계열이 선전

한 입시업체에 2013학년도 수능 성적을 입력한 모의 지원자 18만명 가운데 언어영역 3등급 이내에 해당하는 학생은 약 8만명이다. 이 중 인문계열은 4만6천여명이고 자연계열은 3만3천여명이었다.

2013학년도 수능 당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로 인문계열 수험생과 자연계열 수험생 비를 추정해보면 약 60:40이었다. 이를 토대로 봤을 때 2등급 및 3등급에서는 인문계열 대 자연계열의 비가 60:40 정도로 응시비율과 비슷했지만 1등급에서는 인문계열 대 자연계열의 비가 53:47로 자연계 수험생들이 상당히 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문계 수험생과 비교해서 자연계열 수험생의 국어 성적이 결코 뒤처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어의 출제범위 증가는 졸업생 수능 응시자에게만 해당

자연계열 수험생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국어 영역의 출제 범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6학년도 수능의 국어 A형 출제 범위는 ‘화법과작문I, 독서와문법I, 문학I’이었고, B형은 ‘화법과작문II, 독서와문법II, 문학II’이다. 2017학년도는 국어 출제 범위는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와 문학으로 I, II 구분 없이 통합됐다. 자연계열을 기준으로 출제 범위가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출제 범위의 변화는 교육과정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재학생은 이미 통합된 출제 범위로 교육과정이 진행됐다. 따라서 재학생을 기준으로는 출제 범위가 늘어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출제 범위 증가는 화법과 작문I, 독서와 문법I, 문학I로 공부한 자연계열 졸업생에게만 해당된다.

진학사가 지난 3년간 내신 성적을 모두 입력한 모의지원자 49만명의 내신 성적을 분석한 결과 1학년 성적이 1등급대인 학생 중 55.8%가 자연계열을 선택하고 성적이 낮아질수록 자연계열을 선택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전체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자연계열을 선택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는 의미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단순히 국어 A/B형 통합에 따라 인문계열이 유리하다거나 자연계열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계열에 상관없이 수능 국어의 변화에 따른 철저한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도움말=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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