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대한민국의 역사와 과학기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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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2   |  발행일 2016-02-02 제30면   |  수정 2016-02-02
20160202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산업화·민주화 이룩한 한국
세계사 유례 없는 역사 창조
좋은 교육으로 인재를 배출
시대가 요구하는 성장 인력
선배들의 정신 이어받아야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 지배를 겪고 독립한 나라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국가다. 우리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6·25전쟁 직후 세계에서 둘째로 가난한 국가로 출발한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측면에서 1969년에 필리핀을, 1980년에 터키를 그리고 1988년에 아르헨티나를 넘어섰다. 현재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제 6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10년도 대한민국을 완전민주국가로 분류하였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앞선 세계 20위의 민주국가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역사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러워하는 것이며 그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롤모델로 삼게 만들었다.

국토 면적이 대단히 작고 부존자원도 거의 없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와 같은 위대한 역사를 이루었을까. 이러한 성취의 근간은 훌륭한 인력이며 따라서 이들을 키워낸 대한민국의 교육이 효율적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넓은 국토 면적보다 풍부한 자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한 것이다. 실제로 석유, 실리콘, 우라늄 등이 언제부터 중요한 자원이 되었을까. 자원이란 과학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또 산업화에 성공하여 시장을 형성했을 때 가치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식인과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에 의존하며, 어느 국가라도 훌륭한 교육만 있다면 이를 통하여 성장할 수 있다.

주로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실제로 1950년대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절박한 교육 목표는 문맹퇴치였다. 국민의 80% 이상이 문맹인 상태였기에 그 당시 정부는 전체 국가예산의 약 40%가 미국으로부터의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초등교육을 의무로 삼았다. 중화학공업의 기치를 내건 1970년대는 원리를 모르는 채 기계를 들여와 중화학공업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시기였다. 이 때는 무엇보다도 가공, 열처리, 금형 등의 산업 기능인력이 절실한 시기였다. 정부에서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계공업고등학교를 설립해 기능 인력을 대거 배출했다. 당시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능인력들이 시가 행진을 하고 9시 뉴스 톱기사로 나오며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원리를 모르는 채 들여오는 기술이전만으로는 발전에 한계를 맞게 됐다. 따라서 이 시기부터는 R&D를 기반으로 한 기술의 국산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공계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R&D를 담당할 수 있는 석박사 인력들이 배출되면서 자동차 엔진의 국산화, 그리고 조선, 석유화학, 원자력, 반도체 등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2000년에 들어서는 지식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IT 시장이 급속하게 확장되었고 이 당시에 배출된 석박사 인력은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여 네이버, NC소프트 등과 같은 현재의 IT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훌륭하게 배출했다. 그러면 또다시 15년이 흐른 현재 이 시대에 지향해야 할 교육목표는 무엇일까. 이제 대한민국의 산업은 추종자에서 선도자로의 변환기를 요구받고 있다. 대기업 주도의 추종자 시기에는 연구의 성공확률이 100%인 데 반해 선도자 시기에는 3%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 상황에 가장 효율적인 기존기업과 협력이 가능한 기술벤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시기이며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이 융합되어 기술벤처생태계 형성이라는 새로운 교육가치창출이 요청되는 시기다. 지난 시대에 직면했던 사명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낸 선배들의 도전정신과 교육정신을 이어받은 우리가 반드시 창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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