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류공원 입구의 미스터리한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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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5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두류공원은 대구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두류산과 성당못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에다 도서관, 문화예술회관, 수영장, 야외음악당, 2·28기념탑, 인물동산, 이월드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잘 갖추어진 까닭이다. 두류공원은 사방으로 출입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두류도서관을 끼고 있는 쪽이 주 출입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주 출입구 한쪽에 정체가 모호한 비석이 하나 서 있다. 그 위치가 두류도서관과 2·28기념탑 사이 인도 옆인 까닭에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비석을 보았을 것이다. 비석의 높이가 어른 키보다 높고 주변에 난간석까지 둘러져 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 비석은 본래 반고개 정상 북편에 있던 것을 1977년 달구벌대로 확장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이다. 현재 이 비석의 관리는 두류공원관리사무소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뭔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비석에는 알 수 없는 몇 가지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

비석의 전면에는 큰 글자로 ‘偉人達城徐 俊彰德碑(위인달성서강준창덕비)’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은 ‘위대한 인물 달성서씨 서강준의 덕을 밝히는 비’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송덕비로 보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비 한쪽 모서리 면에 세로로 새겨진 두 줄의 글을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첫줄은 ‘昭和十五年二月十一日創氏曰大城名曰俊夫(소화십오년이월십일일창씨왈대성명왈준부)’라고 적혀 있다. 이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소화 15년(1940년) 2월11일 성씨는 대성으로 이름은 준부로 창씨개명을 했다’는 뜻이다. 참고로 소화는 일본 히로히토 일왕시대에 사용된 연호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소화 15년(1940년) 2월11일’이라는 날짜다. 왜냐하면 일제가 우리민족에게 공식적으로 창씨개명을 강요하기 시작한 날이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비석의 글대로라면 서강준이라는 인물은 일제의 창씨개명 선포일 당일 창씨개명을 한 것이 된다.

둘째 줄에는 ‘昭和十八年三月 日組合員一同立(소화십팔년삼월 일조합원일동입)’으로 새겨져 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1943년 3월 일조합원일동이 비를 세웠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도 역시 소화라는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는 비 뒷면의 비문을 한 번 보자. 총 354자의 한자로 되어 있는 이 비문의 요지는 한마디로 이러하다. ‘1939년 대구에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부족했다. 당시 미곡상조합장이었던 서강준이 사재를 털어 타지방에서 쌀을 구해 대구부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이 비문은 왜관사람으로 성균관 박사를 지낸 장시원 선생이 짓고 또 쓴 것이다. 참고로 그는 구한말 영남의 대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으며, 파리장서 회당본 작성자인 회당 장석영 선생의 조카이기도 하다. 여하튼 비문에 나타나는 이러한 사실로만 보면 이 비는 분명 향토문화사적으로 상당히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위인달성서강준창덕비’에 나타나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이 비의 정체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두 가지 가설을 한 번 세워보았다. 첫째 가설은 일제가 창씨개명을 독려하는 한 방편으로 이 창덕비를 세워 적극 활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훌륭한 인물을 내세우고, 큰 선비의 글을 빌려 이러한 인물도 창씨개명을 했노라 하는 식 말이다. 둘째 가설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필자가 이 비석의 정체에 대해 대구시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 처음 문제 제기를 한 것이 2014년 1월이었다. 당시 필자가 관계기관에 요청한 내용은 간단한 것이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두류공원 주출입구에 서 있는 이 비석의 정체를 속 시원하게 좀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위인달성서강준창덕비’의 정체 확인에 관계당국은 적극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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