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혁신사업, 뜻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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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5 08:15  |  수정 2016-02-25 08:16  |  발행일 2016-02-25 제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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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사회혁신가 사업’ 선정 3人// 2016 ‘대구경북너머’ 사회혁신가로 선정된 김인호 미담장학회 대표,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이사장, 박성익 아울러 대표(왼쪽부터)가 활짝 웃고 있다.

김인호 미담장학회 대표
경북대 강의실서 공부방 열어
전국 11개大 소외층 학습지원

조기현 다울건설조합 이사장
은퇴 노동자들에 일자리 제공
사회와 교감할 수 있도록 지원

박성익 아울러 대표
‘사람책’의 역경 극복 들으며
자신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도와

대구·경북이 마주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 ‘청년(靑年)’을 만났다.


연령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지만 일을 대하는 열정과 아이디어만큼은 푸르게 빛나는 ‘청년’들이었다.

지난 23일 대구시민센터에서 김인호 미담장학회 대표(27), 박성익 아울러 대표(31),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이사장(50)을 대면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대구시민센터에서 실시하는 2016 ‘대구경북너머’ 사회혁신가사업에 선정됐다. 지난해 초부터 실시된 이 사업은 대구·경북의 문제를 창의·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사회혁신가로 선정되면 활동비, 지역 전문가 네트워크, 교육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는다.

이날 만난 세 사람은 인터뷰 직전까지 다른 일정이 있었음에도 목소리에 힘이 가득했다. 각 단체 소개를 부탁하자 청산유수처럼 말이 터져나왔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담장학회는 ‘아름다운 이야기(美談)를 전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교육공동체다. 경북대 강의실에 공부방을 열어 소외계층에게 학과목을 가르친 게 계기가 됐다. 현재 각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학습 지원, 진로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설립한 뒤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는 전국 11개 대학교에 미담장학회 분점(?)을 갖춘 대규모 사회혁신 사업이 됐다.

다울건설협동조합은 ‘다우리’ 즉 ‘모두가 하나’라는 뜻을 가진 건설공동체다. 노동을 새롭게 바라보자는 전제가 깔려있다. 은퇴 노동자들이 도시재생, 주거재생사업 등 노동현장에 직접 뛰어들 기회를 제공한다. 조 이사장이 건설노조 위원장을 지내며 자연스레 협동조합을 꾸리게 됐다. 그는 “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다. 은퇴 건설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와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의 주요 사업은 ‘사람도서관’이다. ‘사람책’이 직접 겪은 역경과 극복 과정을 들으면서 청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도 ‘당신의 마음에 무기를 만들어 드립니다’이다. 사업은 우연히 시작됐다. 원래 꿈이 ‘수도자’였다는 박 대표는 “2012년 자기 이야기를 안 하던 한 친구가 비슷한 처지의 타인과 말을 나누다가 자기 고백을 하는 걸 보면서 사람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키웠다”고 전했다.

사회혁신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음 속에 ‘갈등의 소용돌이’가 칠 때도 있었다.

조 이사장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외로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이 일을 하는 동안 응원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취업한 친구들로부터 취업 안 하고 뭐하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푸념했다.

이랬던 이들에게 대구시민센터의 사회혁신사업 선정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박 대표는 “일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받기가 힘들었는데 사회혁신사업에 선정되면서 나를 지지하는 큰 아버지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회혁신사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해봐야 한다. 해보면 얻는 건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문제에 대해 본인이 절실해야 한다. 자기 문제로 받아들여야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고 했다.

각자 사업의 최종 목표에 대한 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조직이 없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다시 말해 ‘미담장학회’와 ‘아울러’라는 테두리가 사라져도 그 순기능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게 이상적인 목표라는 것.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반면 조 이사장은 “우리에게 최종 목표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망하는 순간 우리는 다 죽는다. 노동이 곧 생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구시민센터는 지속적으로 사회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할 예정이다.

전환길 대구시민센터 팀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적,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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