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과 여’ 공유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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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9 08:05  |  수정 2016-02-29 08:05  |  발행일 2016-02-29 제24면
“섹시한 전도연 선배와 호흡…배우로서 소망 하나 이룬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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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과 여’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공유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며 “나에게 정통 멜로는 새로운 시도이고, 여백의 미를 살려내는 이 영화의 화법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30대 후반인 지금 내 나이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용의자’(2013) 이후 3년 만에 정통 멜로인 ‘남과 여’로 돌아온 공유의 생각은 그랬다. 언제부턴가 희귀한 장르가 되어버린 정통 멜로. 그래서 만나기도,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장르가 됐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공유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좀 그런 게 있다. 남들이 별다른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장르와 작품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라고나 할까. 특히 전형적이지 않거나 나 스스로에 대한 시도라고 생각되면 관심이 간다.” 이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로 작용한 건 이미 출연이 확정된 전도연이었다. “오래전부터 전도연 선배님과 꼭 한번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멜로 장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과 여’는 두 가지 요건이 다 충족되는 영화였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남과 여’는 멜로 장르에 대한 남다른 미학을 자랑하는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외로움을 잊고 살아가던 기홍과 상민(전도연)이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다시 시작된 사랑과 그 안의 내밀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캐릭터의 감정을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전달하는 전도연, 소년의 순수함과 듬직한 남자의 깊이를 동시에 지닌 공유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무엇보다 공유의 한결 깊어진 눈매와 표정을 만나는 이 순간을 결코 놓치지 말길 바랄 뿐이다.

“가정이 있는 두사람의 만남
단순 불륜 치부하는건 편협
덤덤하게 내뱉는 대사 좋아

새로운 시도 두렵지만 뿌듯
차기작은 좀비영화 ‘부산행’”

-‘남과 여’를 선택한 이유로 전도연과의 만남을 꼽았는데.

“평소 동경하던 배우이고 누구보다 섹시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도연 선배와 멜로 장르에서 호흡을 맞췄으니 배우로서의 소망 하나는 이룬 셈이다.”

-기홍은 마치 첫사랑에 빠진 귀여운 소년의 느낌이었다.

“아내와 딸이 있지만 기홍한테 상민은 첫사랑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뭔가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느낌을 상민을 통해 처음 느낀 거다. 그런 기홍과 나는 많이 닮아 있다. 실제의 내 모습은 화면에서 비쳐지는 것과 달리 건조한 편인데 기홍도 뭔가 어설프고 무디고 표현에 능숙하지 못하다. 그가 귀엽다고 느껴지는 건 상민을 만나는 순간 남자가 되고 싶고, 상황을 리드하고 싶은 마음과 행동들에서 어설픔이 비쳐졌기 때문일 거다. 나는 그런 모습들이 의도적으로 보여지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사람한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여지길 바랐다.”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의 만남은 불륜이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냐 못 이루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사랑을 향한 이들의 진실되고 섬세한 감정들이다. 가정이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고 해서 단순히 불륜으로 치부하는 건 그래서 너무나 단편적이고 편협한 생각이다. 사랑의 유형은 다양하고 각자의 방식들이 있지만 결과적인 맥락에선 똑같다고 본다. 그 점에서 과거에 했던 사랑, 혹은 현재 하고 있는 사랑, 그리고 앞으로 할 사랑에 대한 생각과 모습들을 각자 상황에 맞게 대입해 볼 수 있는 어떤 기준이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폭이 큰 인물이라 연기적 접근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까 커다란 감정의 폭과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홍이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굉장히 두렵고 불안했다. 그러다보니 도연 선배에게도 영감을 전달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현실적(연기적)인 걱정도 들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내가 영화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니까 몸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핀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불안하고 두려웠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행히 핀란드가 첫 촬영이라 이후부터 편안하게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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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것은 아닌지.

“그런 것 같다. 상투적이긴 한데 핀란드가 되게 좋았다. 보통 해외 로케이션을 나가면 배우 입장에선 힘들다. 문화와 언어가 낯설고 음식도 안 맞아서 고생을 하는 편인데 핀란드는 그런 부분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삶은 우리 영화와도 많이 닮아 있다. 어떤 기운이나 날씨, 심지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까지 희한하게 닮았다. 덕분에 모든 게 친숙하게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이야기에 젖어들 수 있었다. 도연 선배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에 접근했나.

“‘멋진 하루’는 이윤기 감독님 작품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분명히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게 연기로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자연스러움이 배어난다는 얘기인데 나도 연기적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기홍을 극화된 모습이 아닌 정말 옆에 있는, 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다. 이미 기홍과 공감대 형성이 돼있던 터라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 그래서 연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접근했다.”

-작품 선택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이를 ‘남과 여’에 대입해 본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도전하는 재미가 있고 비록 성공하지 않더라도 시도했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 위안을 삼기 때문에 가급적 전형적이지 않은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 ‘남과 여’ 역시 다른 멜로 영화와 차별되는 이윤기 감독님만의 쿨함이 있다. 여백의 미를 살려내는 화법이 특히 너무 좋다. 시종 덤덤하고 건조하게 툭툭 던지는 것 같은데 그 안에서 오는 울림이 굉장하다. 나에게는 첫 정통 멜로이고 이 또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올해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게 됐다. 당신에겐 낯선 행보인데.

“‘그동안 왜 계속 놀고 있었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았다. 올해는 ‘남과 여’를 시작으로 한 작품 한 작품씩 굉장히 다른 장르와 캐릭터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일단 차기작 ‘부산행’은 할리우드에서 수없이 만들어진 좀비영화지만 국내 장편 상업영화로는 처음 제작된다. 그래서 흥미로웠고 ‘밀정’은 왜 나에게 제의가 왔는지 의아했지만 송강호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오케이 했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사건이 기차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나 역시도 이렇게 작품을 많이 해서 한꺼번에 선보이는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고 설렌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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