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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고려대법학대학원 교수가 인문학 시민강좌 모임인 ‘두목회’에 초청돼 ‘공자와 논어의 법철학적 재해석’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공자는 체제 순응적이라기보다 체제 저항적인 인물입니다.”
김기창 고려대법학대학원 교수가 최근 대구지역 인문학 시민강좌 모임인 ‘두목회’에 초청돼 ‘공자와 논어의 법철학적 재해석’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논어가 지금으로 치면 ‘불온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사상서’이며 공자는 ‘불온한 선동가’였다고 했다.
김 교수는 논어에 가장 먼저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언급하며 주자(朱子) 이래 내려온 학(學), 시(時), 습(習)의 해석에 대한 색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먼저 ‘배움(學)’에 대해 “공자는 ‘부모께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말을 삼가되 성실하게 행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 이것을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학문을 배우라’고 했다”며 “문헌의 글귀를 달달 외우고 책만 본다고 해서 배움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時)’에 대해선 ‘때때로’ 또는 ‘자주’라는 뜻이기보다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들어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말을 할 때와 침묵할 때를 가려서 하는 것도 ‘時’라고 했다.
‘습(習)’은 복습(復習)이나 중습(重習)이 아니라 ‘실천’의 의미가 강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결국 학이시습은 ‘삶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윤리적 정당성이 있다면 과감히 실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유학시절 영어로 논어를 접한 뒤 논어 해석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고 ‘법철학 공부’의 한 방법으로 15년간 논어를 연구하는 가운데 10년 전부터 고려대에서 공자와 논어에 대한 법철학 강좌를 개설했다.
김 교수는 대구 출신으로 대구고, 서울대법대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연수원 19기)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중세 영국법에서 외국인의 지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케임브리지대에서 8년간 교수를 역임하다 2003년 귀국해 고려대 법대에 재직하며 지금까지 민법을 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국 유학 시절 리눅스 운영체제를 쓰다 한국이 ‘마이크로 소프트’ 한 회사에만 종속돼 있다는 걸 인식하고 인터넷 사용환경을 바꾸고자 ‘<사>오픈웹’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원폭피해자들이 미국 정부와 핵마피아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데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김기석 영남대 화공학부 교수가 큰형, 김기정 제주지검 검사가 둘째 형이다. 최봉태 변호사의 대구고, 서울법대 동기이기도 하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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