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장승깎기 외길 한평생 김종흥 명인

  • 이두영,황인무
  • |
  • 입력 2016-03-26 07:29  |  수정 2016-03-26 07:29  |  발행일 2016-03-26 제10면
“美 대통령도 반한 한국적인 얼굴 세계에 알려야죠”
[이 사람이 사는 세계]
국내외 장승공원 조성에 박차
안동 시민상 등 수상경력 화려
英 여왕에게 탈춤공연도 시연
“하회마을에 박물관 건립이 꿈”
[토요인물 - 이 세계] 장승깎기 외길 한평생 김종흥 명인


“어릴 때부터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예술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장승 깎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장승의 변화무쌍한 표정은 ‘경이(驚異)’ 그 자체였습니다.” 김종흥 명인(62·안동하회별신굿놀이·목조각 이수자)은 한평생을 장승 깎기에 바쳐온 인물이다. 그와 장승의 첫 만남은 강렬한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무를 심고 밭농사를 지으면서 장승을 한두 기씩 세우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에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지금의 ‘목석원’을 만들어 장승 제작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김 명인이 그간 녹록지 않았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주위에서 비난이 많았어요. 장승을 하나하나 깎아나갈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가족도 처음엔 장승을 만드는 것이 미신을 숭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제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죠.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얼굴을 담고 있는 장승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목석원 장승공원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 시기를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예술에 대한 집념’이었다. 이제 김 명인은 매년 다수의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에 장승공원을 설치하고, 장승 퍼포먼스 공연 등을 통해 전통문화 보존·계승에 앞장서고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아집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돈도 안 되는 것 왜 자꾸 만드느냐’고 했던 사람들도 요즘엔 야단을 덜 치네요. 이게 요즘 우리 집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라며 웃는다.

장승 깎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명성만큼이나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대한민국 장승 명인, 휴먼네트 지정 신지식인, 장승 만들기 대회 문화부 장관상 수상, 자랑스러운 안동시민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지난 3·1절 한국문화예술인총연맹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평화대상 및 명인인증식’에서는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 명인은 대한독립만세 장승 깎기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토요인물 - 이 세계] 장승깎기 외길 한평생 김종흥 명인
예순둘의 김종흥 명인. 조각하는 그의 힘찬 손놀림 하나하나가 장승에 혼을 불어넣는 듯하다.

황인무기자him7942@yeongnam.com



또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와 장승을 알렸다. 외국에서 유명인사가 안동을 방문할 때마다 김 명인은 장승을 만들어 선물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4월21일 생일을 맞아 한국과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여왕 앞에서 탈춤공연을 선보인 뒤 하회탈 장승 2기를 선물했습니다. 또 2005년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2009년엔 아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했는데, 그때도 탈춤공연과 함께 직접 제작한 하회탈 장승을 선물했습니다. 제게는 정말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등지에 장승공원을 조성한 것도 국위를 선양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명인은 경북도청의 안동·예천 이전이 매우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2010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은 경북도청 새 청사 인근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 세계인에게 더욱 주목받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회마을에 장승박물관을 건립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교육하고 전승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장승쟁이는 잡념을 버리고 장승에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고,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습니다.”

안동=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두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