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오늘의 조선족’사진집 낸 강위원 前 경일대 교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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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8 08:33  |  수정 2016-04-18 10:04  |  발행일 2016-04-18 제29면
“조선족동포 26년간 촬영…한국인의 원형 봤다”
20160418
강위원 전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가 17일, 26년간 조선족동포를 촬영하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미소를 짓고 있다.

강위원 전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가 최근 ‘오늘의 조선족’(민속원 출간·총 257쪽)이란 방대한 사진집을 펴냈다.


농경 문화·땀과 열정의 삶…
어릴적 우리의 풍경과 닮아
세월 지나며 모습 변했지만
정체성 잊지않은 삶에 찬사
작품 전시후 동포 위해 기증


이 사진집에는 조선족동포와 관련된 270여점의 작품이 실려 있어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다.

사진의 주제는 조선족동포의 ‘만주 이주와 정착’에서부터 ‘정겨웠던 사람들’ ‘농경문화와 삶의 현장’ ‘축제와 세시풍습’ ‘교육’ ‘내가 만난 사람들’ ‘노인협회’ ‘통과의례’ 등 8가지로 분류했다. 각 장마다 짧은 글로 사진의 내용들을 설명하는 등 역사적 서술도 덧붙였다. 한글 이외 중국어와 영어로도 캡션을 달았다.

강 전 교수는 1990~2015년 26년간 중국 동북3성에 살고 있는 조선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의 땀과 열정, 조선족동포에 대한 애정이 사진집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그는 이 밖에도 만주와 백두산 일대, 조선족동포를 주제로 20여회 전시를 갖고 10여권의 책과 사진집을 발간한 바 있다.

강 전 교수는 1999년 8월에서 2000년 7월까지 1년간 연변대학 초빙교수로 연길에 거주하면서 조선족동포의 삶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마다 3~6차례 중국 동북3성을 방문하면서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촬영해왔다. 2007년엔 베이징 중앙민족대 객원교수를 하면서 사진뿐만 아니라 조선족 정체성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다.

“1990년 처음 연변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조선족동포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인의 원형을 보았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풍경들과 부모님의 서랍 속에 간직된 흑백사진의 주인공들이 갑자기 현대사회에 등장한 것 같았어요. 티 없이 맑으면서도 애틋한 표정에 감화돼 지금까지 그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강 전 교수는 26년간 수많은 조선족 마을을 방문했다. 대부분은 농촌에 있는 조선족 집단거주지역이다. 그는 사전에 미리 연락을 하고 마을의 공산당 지부 서기를 먼저 만났다. 이후 촌장과 부녀주임, 노인회 회장을 포함한 마을 간부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다음날 지부 서기나 촌장의 안내로 마을을 돌아봤다. 광복 전 한반도에서 태어나 만주로 이주한 이주1세대 가정을 방문해 살고 있는 가옥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마지막에는 노인회를 둘러보고 그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명절엔 사전 약속을 하고 방문을 했다.

“정월대보름날 길림성에 있는 ‘아라디 마을’을 방문할 때였습니다. 노인과 마을 간부들이 도열을 하고 영화의 한 장면같이 저를 맞이했지요. 약간의 반주와 함께 같이 식사를 하고 여흥을 즐기면서 그야말로 구름에 뜬 기분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이러한 분위기로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정말 황홀했습니다. 동포들은 고향의 후배를 만나서 망향가를 불렀지요. 저는 그들을 방문한 한국의 사진가가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보고파 하던 고향의 동생이거나 조카였으며 같은 마을에 살았던 친구나 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마을 자체가 사라진 곳도 많았다. 마을의 흔적은 있지만 풍경은 많이 변했고 사람이 떠나면서 인정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사진집 속 사진을 조선족동포들이 본다면 아마도 역사적 유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온 그들의 노고와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요.”

강 전 교수는 오는 5월24~29일 대백프라자 대백갤러리에서 사진집 속 작품 중 75점을 골라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는 2016년 대구문화재단이 주최한 개인예술가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열게 됐다. 작품집 출판기념회도 겸한다. 그는 이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조선족예술관에서 이작품들을 전시한 후 90점을 영구기증하기로 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을수록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는 빛이 납니다. 지금은 연변대에서 가르쳤던 동포 후학들이 스스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진집이 조선족동포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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