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 이후 경북 지역의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뒤숭숭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경북의 경우 13석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지만, 그 안에서도 일부 지역은 새로운 인물로 물갈이가 됐으며, 선거구 통합 및 조정으로 인해 정세가 변했기 때문이다. 공천과정에서부터 당선자를 지지한 지방의원 등은 선거 후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낙천·낙선자를 지지한 쪽은 침울한 모습이다. 낙천·낙선 후보를 지지한 지방의원들은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번 총선 결과가 향후 단체장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선거구별 갈등 양상을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차기공천 따놓았다 소문 무성
낙천·낙선자 지지자들은 침울
지역행사 모임에 얼굴 안비춰
경북 북부지역 선거구 중 자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현역의원은 김광림(안동), 김종태(상주-군위-의성-청송),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 등 3명이다. 최교일 당선자(영주-문경-예천)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경북 북부 일부 지역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실상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기초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당선자를 지지한 쪽은 총선 이후 ‘호시절’이 보장된 듯하다.
영주지역의 경우 전 영주시의원과 일부 경북도의원이 최교일 당선자 측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역 새누리당 소속 영주시의원 대부분이 최 당선자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 당선자는 영주에서 74.5%의 몰표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영주에선 최 의원 선거운동을 도운 지방의원들이 잠재적인 차기 영주시장 후보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고, 현 장욱현 영주시장과 새누리당 공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직 단체장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구도다.
예천지역은 경선에 나선 이한성 의원이 결선 여론조사에서 패하면서, 앞으로는 예천 출신 국회의원은 배출되지 못할 것이라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시작됐다. 새누리당 소속의 예천군 지방의원들은 결선 여론조사가 끝나자 최교일 후보를 지지하며 앞다퉈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최 당선자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정면에 나서 운동하지 않았지만, 이 군수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예천에선 과거 각종 선거에서 이한성 의원과 척을 둔 지역 인사들이 대거 최교일 당선자를 도우면서, 차기를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일고 있다.
청송·영양군에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공공연한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비아냥이 군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청송에서는 이번 총선 당선자를 지지한 무소속 도·군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군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 지지를 두고 현직 도·군의원과 무소속 도·군의원 간 지지후보가 나뉘었다. 선거 과정에서 김종태 당선자의 지역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한 지방의원은 총선 이후 차기 군수 공천자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군위와 의성에서도 김종태 의원 캠프에 합류한 지방의원들이 차기 지방선거 공천을 이미 따놓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부 지방의원들은 ‘당선자의 최측근’임을 과하게 강조하고 다녀 지역 주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청송에선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지지한 군의원들의 경우 향후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악성 루머가 나돌고 있다. 이들 의원은 총선 전후 지역행사 및 모임에도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으며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의 경우 강석호 당선자와 전광삼 전 춘추관장 간 경선 과정에서 지역 정계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선 이후 전광삼 전 춘추관장 지지자들은 마치 총선에서 패한 것처럼 모든 일정을 접은 반면에 강석호 당선자를 지지한 쪽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예천에서는 최교일 당선자의 대항마로 출마한 예천 출신 김수철 후보를 지지한 지방의원도 있었지만, 대구에 비해 무소속 바람이 약한 탓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이 났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위와 의성에선 김재원 의원의 선거운동에 주력한 인사들이 차기 선거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풍문이 퍼져 있는 등 총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신도청권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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