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은행가와 그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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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0   |  발행일 2016-04-20 제30면   |  수정 2016-04-20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은행가와 그의 아내
‘은행가와 그의 아내’-1514년, 나무에 유채, 74*68,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은행가와 그의 아내

은행은 상업이 발달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과거나 현재나 은행에서 큰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담보물이 있어야만 한다.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마시스의 ‘은행가와 그의 아내’다.

남자는 신중한 자세로 저울을 들고 동전의 무게를 달아 금의 함량을 재고 있고 기도서를 읽고 있던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화면 왼쪽에 황금받침대와 뚜껑이 달려 있는 수정잔과 검은 벨벳 헝겊 조각 위에 진주가 놓여 있다. 진주는 담보물을 나타내며 남자가 은행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자가 들고 있는 저울은 기원전 5세기부터 사용된 맞저울이다. 맞저울은 천창이라고 하는데 가운데 줏대에 지렛대를 걸쳐 놓아 양쪽에 똑같은 크기의 저울판을 달아 놓았다. 저울 한쪽에는 달 물체를, 다른 한쪽에는 추를 놓아 평행을 이루게 해 물건의 무게를 다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저울은 황금이 지닌 선과 악의 이중적인 가치를 가리키며 금화는 탐욕에 대한 상징물이다.

여자가 읽고 있는 기도서는 종교적인 신앙심을 나타내며 금의 무게를 달고 있는 남자의 행동은 현실적인 부를 의미한다.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 실내의 풍경은 허영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탁자 위에 거울이 놓여 있다. 거울 속에 한 남자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통해 책을 읽는 듯 보인다. 거울 속 십자가 형태의 창틀은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성경책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여자가 읽고 있는 성경책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즉 거울은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퀸틴 마시스(1460년경~1530년)의 이 작품은 16세기 초 상업의 발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울로 동전의 무게를 달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행동은 당시 상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던 안트베르펜의 사회 분위기를 나타낸다. 따라서 아내의 시선은 정신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저신용에 부동산이 없는 서민들은 돈이 급할 때 막상 은행에서 빌릴 수 없다보니 고금리의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화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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