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대구문화포털 ‘이놀자’ 대표 “지역선 네이버 할배가 와도 우리 상대 안될 겁니다”

  • 이은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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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2   |  발행일 2016-04-22 제35면   |  수정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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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주>상상일오삼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대구문화포털 ‘이놀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놀자를 지역포털의 성공모델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3전4기’ 2012년 토박이 포털 재오픈
공연·맛집·여행 등 놀거리 정보寶庫
지역 즐거움 공유하잔 취지로 만들어
메뉴·테마 입력하면 적합한 곳 추천

“質·신뢰도 높은 정보 위해 검증 철저
소상공인 마케팅플랫폼‘데뷰’대표적
지역 틈새까지 파고드는 로컬사이트
대한민국 대표 지역포털 되는 게 꿈”

대구문화포털사이트 이놀자(대표 김정훈, www.enolja.com)의 회사 분위기는 독특하다.

갓 입사한 회사 막내가 김정훈 대표(43)를 ‘후크’라고 부른다. 사장님, 부장님이라는 호칭은 이 회사엔 없다. 그저 후크, 폴, 찰스, 준 등의 영어 애칭으로 부른다.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 이름도 있고 자신의 세례명도 있다. “영향력은 직급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호칭은 창의성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쓸데없는 위계질서에서 놓여나면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것이 너무 편하단다.

회의실에는 생뚱맞게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회의실보다는 건물 옥상에서 더 자주 모인다.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회의를 하는 일이 잦아서 아예 캠핑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을 회의실에 비치해 뒀다. 캠핑용 의자는 생각 외로 편안했다. 적당히 뒤로 몸을 젖히면 의자에 맞게 몸이 구겨져 편안한 자세가 된다. 그렇게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놀자는 대구문화포털사이트로 ‘머무꼬’ ‘어디가꼬’ ‘머하꼬’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곳이다. 대구·경북의 맛집, 공연·전시, 여행 등과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담았다.

김 대표의 노란색 명함에는 ‘상상디렉터&도전디자이너’라고 적혀있다. 그는 스스로를 “머리로 꿈꾸는 상상을 현실화하고 도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상상디렉터&도전디자이너’는 회사 내에서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그는 “해오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상상한 것을 시도해보고, 편한 길을 걷지 않고 도전하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전해주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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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놀자는 어떤 회사인가.

“이놀자는 <주>상상일오삼이 만드는 대구문화포털사이트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의 음식점을 검색할 수 있다. 지역, 메뉴, 테마를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곳을 추천해준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데이트, 인테리어 좋은 곳, 전망 좋은 곳, 채식·웰빙 가능한 곳 등 다양한 요구사항에 맞춰 구분해두었다. 대구·경북의 맛집 4만여곳이 목록화되어 있다. 또 대구·경북지역의 15개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공연리스트, 맛집 소셜쿠폰, 대구출발 테마여행 등의 카테고리도 있다. 단순히 영화나 전시 일정만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20자 영화평’ ‘이놀자 리뷰’ 등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낀 생생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3천여명의 파워블로거가 만드는 ‘마이데일리(My daily)’다. 나의 일상이 뉴스가 된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코너다. 내게는 별것 아닌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듯 작지만 재미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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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놀자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회사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이놀자 제공>
는 정보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일상, 취미, 맛집, 여행, 공연문화, 연예, 뷰티, 시사 등 직접 보고 느낀 생생한 정보를 자유롭게 올리고 있다. TV나 잡지뿐 아니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모두 수도권 중심의 문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구지역의 문화를 공유하고 재밌게 즐겨보자는 취지로 이놀자를 만들었다.”

▶정보의 양과 함께 질도 중요하지 않은가.

“파워블로거체험단이 운영하는 ‘데뷰’ 코너가 있다. 소상공인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이다. 맛집, 뷰티, 여행, 축제, 공산품 등의 사용 후기다. 매월 파워블로거의 체험기가 150건 정도 올라온다. 온라인상의 다른 리뷰와 다른 점은 체험단이 현장에 나가기 전에 이놀자측에서 미리 취재에 나선다는 것이다. 회사 취재를 통해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며 자격 미달 업체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낸다. 현장 방문과 검색 등을 통해 걸러지는 업체도 한 달에 20여곳이 넘는다. 사전 취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주면 그것을 토대로 체험단이 직접 체험에 나서는 식이다. 체험단의 후기 작성이 끝나면 이놀자에서는 사후 마케팅 효과 분석까지 해준다. 대부분 온라인 체험후기는 설렁설렁 먹고 온 뒤 몇 줄 올리면 끝이지만 이놀자의 데뷰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 데뷰에 참가한 업체의 매출은 평균 20~30%, 많게는 500%까지 늘어난 경우도 있다.”

▶그런 정보라면 소비자의 신뢰도 높을 듯한데.

“대부분의 체험기는 억지로 먹고 맛있게 먹은 것처럼 알아서 쓰라는 식으로 이뤄진다. 무조건 눈에 많이 띄면 팔린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보 검색만 해보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맛있다, 깨끗하다, 친절하다고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기본적인 사항은 회사의 사전 취재에서 이미 검증한다. 소비자들은 결국 꽂혀야 지갑을 연다. 그런 매력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냥 치킨 먹자가 아니라 ○○치킨 먹자, 지름신은 그렇게 내린다.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것을 직접 먹고 써 본 소비자가 스토리로 전한다. 그 과정에서 광고주의 수준도 높아지고 블로거의 위상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놀자는 처음 어떻게 시작했나.

“영남대 응용미술학과를 다녔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1997년 입학허가서를 받아놓고 IMF외환위기가 터졌다. 유학 한 달을 앞두고 포기했다. 학비 벌어가며 공부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학이 무산되면서 휴학기간 동안 사회경험이나 쌓자는 생각에 1년6개월 정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다. 서울에 있으면서 접했던 무료 쿠폰북을 대구에서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으나 먼저 준비한 업체가 한발 앞서 무료 쿠폰북을 내놓으면서 시작도 못하고 접었다. 때마침 부동산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다. 아버지가 빚잔치를 하고 남은 돈 3천만원을 주셨다. 대학 4학년 때였다. 그 돈으로 피시방을 시작했다. 공부보다 집안을 먹여살리는 일이 더 급했다. 컴퓨터 26대로 시작한 사업은 6개월 만에 컴퓨터 70대로 늘어났고 25평에서 60평 초대형 피시방으로 확장됐다. 인터넷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접속환경은 글로벌한데 문 열고 나가서 직접 쓸 수 있는 정보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로 뛰는 정보를 내세우면서 대구문화포털사이트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사업은 잘 되었나.

“경기장에 매점을 낸다는 것은 권리금을 내고 들어가면 바로 수익을 보는 사업이지만 플랫폼 사업은 일종의 경기장을 만드는 셈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큰 사업의 그림을 그렸던 셈이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니 창조경제니 해서 작은 회사도 투자받기 쉽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이 몇백억원씩 투자받고도 수익을 못 내던 때였다. 2006년 회사가 무너졌다. 회사 문 닫고 4년을 고생했다. 1인 기업으로 컨설팅은 물론 백화점 전단까지 만들어가면서 견뎠다. 2010년 트위터와 페이스북 광풍이 불면서 IT 업계에도 제2의 전성기가 왔다. 실패를 경험삼아 2010년 10월 사이트를 다시 오픈했다. 이놀자에 소셜커머스 기능을 더해서 내놓았다. 지역 정보와 지역 할인이 더해지면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 호황을 틈타 티몬, 위메프, 쿠팡, 그루폰 등이 엄청난 자금을 장전하고 속속 지역으로 내려왔다. 순식간에 20여개의 소셜커머스 업체가 난립했다. 이미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돈 5천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사이트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두 번째 실패였다. 2011년 3월 투자자를 모집하고 재기에 나섰다. 3억원을 펀딩받아 이놀자에 배달앱과 교차로를 더한 지역 기반 포털을 구상했다. 음식 배달도 하고 원룸도 구하고 아르바이트도 알아볼 수 있는 포털이다. 하지만 서비스 오픈을 못했다. 개발 기간은 길어지는데 투자자 사정으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2012년 5월, 세 번째 망한 셈이다. 2012년 11월, 다시 회사 문을 열었다. 지금은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5억원에 이어 올해는 10억원까지 기대한다. 파워블로거 체험단 운영을 통한 온라인 브랜딩 마케팅 사업인 ‘데뷰’가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다. 지금은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너무 많다. 정보의 양은 넘치고 질은 약하다. 검색하고 물어볼 때 누구한테 물어보겠느냐.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겠냐. 정보의 깊이와 안목이 중요한 이유다. 로컬서비스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그 안목을 못 따라간다.”

사업 초기나 지금이나 김 대표의 화두는 ‘지역’이다. 서울에 있으면 몇십억원 펀딩은 쉽게 할 수 있다. 천만 시장과 200만 시장의 차이다. 인구규모가 다섯배면 시장 규모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그는 “너 왜 대구 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대구가 가진 지역의 틈새를 그는 보았다. 인터넷이 아무리 글로벌하더라도 로컬사이트가 가지는 특성이 있다.

“대구의 재발견이랄까. 그냥 보는 것과 밑줄 그으며 두 번 세 번 볼 때 느낌은 다르다. 지금까지는 커머스쪽에 집중했지만, 올해부터 본연의 서비스 지역 포털의 개념을 충실히 하겠다.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트래픽을 늘리겠다. 자연스럽게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역에서의 사업은 단순히 발품 판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관계하고 이해하고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한 것이다. 네이버 할배가 와도 안되는 이유다.”

아직, 지역 포털 사이트의 제대로 된 성공 사례는 없다. 처음에 한 사람은 버티지 못했고 뒤에 온 사람은 제대로 못했다. 음식업계는 여러 개가 나눠먹지만 IT업계는 1, 2등이 전부 먹는다. 후발주자가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다.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야 하는 시간 싸움이기도 하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거나 투자 여력이 충분하거나 둘 중 아니면 버틸 수 없다. 세번의 큰 실패를 통해 그는 ‘지역 포털’이라는 숨은 카테고리의 매력을 확실하게 깨닫고 있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의 제대로 된 성공적인 지역포털이 되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하지 못하는, 지역 포털사이트가 되겠다는 꿈이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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