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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홍주 작 ‘중천건(重天乾)’ |
1985년 처음 서실을 개원하면서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해온 서예가이자 문인화가 사공홍주는 끊임없이 변화의 길을 찾아 걸었다. 8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여년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던 재료나 표현기법을 써서 그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2000년 이후부터는 재료나 기법에서 벗어나 무엇을 작품으로 그릴 것인가에 몰두했다. 그래서 하나의 중심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치중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형식과 틀을 벗어던지고 지금까지의 공부를 바탕으로 5천년 동양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역’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사공홍주 작가는 “그동안 주역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많았지만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처음”이라며 “세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방식에서 자연철학으로, 다시 도덕철학으로 발전해온 동양 최고의 경전을 그림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주역은 천지만물의 운행과 역사의 변화원리를 밝혀서 인간의 임무를 다하고자 하는 성인의 도덕철학을 담은 책이다. 또 인간의 길·흉사를 예언하는 기본서로도 널리 사용됐다. 주역에서는 우주만물의 운행은 간단하고 쉬우며 항상 멈추어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늘 변하고 바뀌는데 그 변화에 대한 법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기본관점을 제시한다.
사공홍주 작가는 주역에 담긴 이 같은 우주만물의 운행과 변화를 주제로 잡아 작업했다.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주역의 64괘를 그림으로 형상화했으며,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좋은 기운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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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홍주 작가 |
그는 변화된 작품을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먼저 선보인다. 13차례의 개인전을 고향인 대구에서만 고집해왔던 그가 처음 서울로 진출하는 것이다. ‘상외지상(象外之象)’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그의 14번째 개인전은 27일부터 5월3일까지 남산도서관 남산갤러리에서 펼쳐진다. 그는 이미 4년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 출강하고 있으며 2년 전부터는 서울대 미술대에서도 강의해 서울 진출을 위한 토대를 닦아놨다. 내년에는 이들 작품을 대구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공홍주 작가는 “주역에 담긴 좋은 기운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서울의 좋은 기운이 가득한 남산에서 연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 좋은 기운을 담은 작품을 남산에서 전시함으로써 감상자들이 남산에서 더 좋은 기운을 받아가고 남산을 품은 서울 전체에 좋은 기운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단순히 서예와 문인화만 배운 것이 아니라 철학까지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계명대와 동대학 예술대학원에서 서예를 공부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까지 전공해 문학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053)755-2308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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