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5명 가르친 강형 前 대구한의대 교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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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6 08:16  |  수정 2016-04-26 08:16  |  발행일 2016-04-26 제29면
“승민이 실장할 때 반 친구 60명 생일 다 챙겨”
20160426
강형 전 대구한의대 교수가 25일 경북고 영어교사 시절을 회고하며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다섯 명의 제자를 여의도 국회로 보낸 스승이 있어 화제다.

강형 전 대구한의대 교수협의회 의장(78)은 1969~75년 경북고에서, 1976년 경북여고에서 각각 곽대훈(새누리당), 김부겸(더불어민주당), 유승민(무소속), 정종섭(새누리당), 추미애 당선자(더불어민주당)를 가르쳤다. 특히 그는 곽대훈·유승민 당선자의 담임을 맡기도 했다.


60∼70년대 경북고·경북여고 제자
곽대훈, 30년 넘게 스승의 날 챙겨줘
김부겸, 예의 바르고 활동적·리더십
유승민, 부인도 제자 ‘특별한 인연’
정종섭, 자기 관리 철저하고 차분해
추미애, 전교 손꼽을 정도 공부잘해



“1968년 문경서중에서 경북도 시범영어수업을 한 인연으로 이듬해 만 30세에 명문 경북고로 스카우트됐습니다. 경북고 전임 영어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해 퇴출되자 경북도교육청이 저를 경북고 영어담당으로 발령 낸 것이죠. 젊은 교사로선 파격이었습니다. 부임하자마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곽대훈 당선자가 저희 반 학생이었습니다.”

강 전 교수는 이후 내리 7년간 경북고에서 기라성 같은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2년 전에 펴낸 ‘명세지재(命世之材)들과 함께한 여정’이라는 자서전에서 제자들과의 인연을 소개한 바 있다.

“곽군은 1학년 때 과묵하고 성실했습니다. 고교 졸업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구시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연락을 하며 사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매년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고 스승의 날 전후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어요.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국회의원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에 ‘임기를 마치고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더니 ‘두고 보십시오. 선생님, 한번 도전하겠습니다’라고 해 걱정을 했는데 힘든 고비를 뚫고 당선돼 참으로 기쁩니다. 곽 전 구청장은 용기가 있어요. 물론 관운도 따랐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대구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강 전 교수는 김부겸 당선자의 담임을 맡은 적은 없지만 고3 때 전교학생회장에 출마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 당선자와는 국회의원 시절에도 줄곧 사제관계를 유지했고 이번 총선 때도 적극 밀었다고 살짝 고백했다.

“부겸이는 공부도 잘했지만 활동적이고 친구가 많았습니다. 또 싱겁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예의는 발랐어요. 수업 중에 반 친구들이 떠들면 큰 소리로 ‘조용히 해라’면서 주의를 주기도 하는 등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정치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한 것 같아요. 한 번 만난 사람 이름도 척척 잘 기억해요. 정치인으로선 큰 장점이지요. 이번에 대구에서 31년 만에 정통 야당인으로 당선돼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큰 정치인이 되길 기원합니다.”

강 전 교수는 유승민 당선자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가 3학년5반 담임을 맡았을 때 유 당선자가 실장이었기 때문이다. 또 유 당선자의 부인인 오선혜씨도 가르쳤는데, 강 전 교수의 집에서 유 당선자와 오씨가 처음 만났다고 했다.

“승민이 부친인 유수호 변호사가 안동고에서 잠깐 독어를 가르쳤는데 그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승민이의 형 유승정 변호사도 경북고 시절 제가 담임을 맡았었지요. 둘 다 정말 총명했습니다. 승민이가 실장을 할 때 반 친구 60명의 생일을 빠짐없이 한명 한명 다 챙겨줬어요. 집에서 몰래 양주 1병을 가져와 한 잔씩 돌아가면서 마셨다는 일화가 있어요. 가난하거나 학업이 달리는 친구를 배려해 주는 등 리더십이 탁월했습니다.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강 전 교수는 정종섭 당선자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학생으로 생각이 난다고 했다.

“종섭군은 조용하고 차분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주 안강 출신인데, 부겸이나 승민이처럼 고교시절부터 친구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재수를 해 서울법대에 입학했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헌법학자로 학문연구에 매진하다 장관이 돼 이번에 대구에 왔지요. 2년 전 제 자서전 출간기념회 때 화환을 보내주었더군요. 붓글씨를 잘 쓴다고 알고 있습니다. 같은 제자인 류성걸군과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경북고 동기들이 좀 섭섭했을 겁니다. 동기들에게 잘 이해시키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당선이 됐으니 여당의원으로서 대구와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해주기 바랍니다.”

강 전 교수는 76년 경북여고로 자리를 옮겨 1년간 교사를 하다 학원 강사를 거쳐 대구한의대 교수가 된다. 그는 50여년간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교, 재수학원, 대학생을 가르쳐 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경북여고는 교사로서의 마지막 활동무대였다. 당시 3학년 진학주임을 맡아 추미애 당선자를 만난다.

“추 당선자 부친께서 대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애양은 전교에서 손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요. 서울대에 갈 실력이 충분했는데, 서울로 유학 갈 형편이 안 됐어요. 그래서 경북대로 가겠다고 하기에 한양대 법대 전면장학생으로 가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납니다.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헌정사상 여성으로서 최초로 지역구 5선에 성공했는데 훌륭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강 전 교수는 대구한의대에서 퇴임하기 3년 전인 2001년, 노숙인을 돕기 위한 ‘사랑하나 공동체’란 봉사단체를 설립해 지금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또 2010년에는 대구·경북발전포럼을 창립해 대표를 맡으며 공교육 정상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정치권 말고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제자가 많다고 했다. 성공을 했든 못했든 모두 사랑스럽고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이번 총선에 당선된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 시대를 바로잡아 구할 만한 뛰어난 인재를 가르친 걸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앞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가서도 제자들이 정도를 걸으며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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