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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生食死”…바다를 듬뿍 담은 가장 부산다운 음식으로 전국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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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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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로드 부산편-하

부산 언론계 대표 식객인 부산일보 박종호 기자.
갤러리형 선술집 같은 영도 ‘달뜨네’의 위승진 사장이 개발한 고등어초회.
갤러리형 선술집 같은 영도 ‘달뜨네’의 위승진 사장이 개발한 고등어초회.

음식으로 세상과 통하는 박종호 기자
24년차 내공…토종 먹거리·맛집 탐사
어묵 레시피 등 스토리텔링 작업 열심

손맛 좋은 숙수 ‘달뜨네’ 위승진 사장
60년대 선술집 같은 갤러리버전 일식당
곰피진액·꼬치고기·숙성된장 ‘맛 비법’

◆부산 대표 음식전문기자 박종호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전문기자 박종호(49).

현재 부산일보 라이프부 부장이다. 식생식사(食生食死), 음식에 살고 음식에 죽는다. 편집보다는 식탁에서 글을 구상하길 더 즐긴다. 좀 엉뚱한 구석이 엿보이는 표정. 음식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강렬해진다.

그는 대구에서 찾아간 기자를 살갑게 대해주었다. 식객열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대구와 부산 사이에 푸드정보를 공유하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최원준 시인과는 음식을 촉매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 시인은 식재료의 유래, 박 부장은 식당의 족보를 캐고 있다. 둘이 모이면 ‘부산음식지리지’가 완성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책광이었다. 외할머니는 이런 손자를 보고는 “어떻게 된 애가 방구석에만 있느냐”고 신기해 했단다. 1992년 부산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다.

2008~2012년 작정하고 지역 먹거리 탐사에 나선다. 음식에 빙의가 됐다. 부산·경남지방의 음식을 소개하는 일을 5년간 했다. 어느 날 그 흔적을 책으로 내고 싶어 일을 저질렀다. 2011년 ‘부산을 맛보다’(산지니)라는 책을 출판했다. 부산의 언론인이 낸 첫 ‘부산음식 해부서’라고 보면 된다. 2013년에는 이 책의 일본어판 ‘釜山を食べよう’를 일본에서 발행했다. 활동의 외연이 확장됐다.

2013년에는 후배인 김종열 기자와 함께 ‘규슈 백년의 맛’을 출간했다. 일본에서는 대를 이어서 100년 넘게 이어가는 맛집(老鋪·시니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됐다. 우리나라는 한식의 전통이 급격히 사라지며 오래된 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문을 닫고 있었다.

“음식점이나 커피집까지 프랜차이즈화되고 있다. 개성은 사라지고 맛은 획일화되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간판에 똑같은 맛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이런 면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규슈 백년의 맛은 규슈의 음식과 오래된 맛집에 주목했다. 규슈는 일본에서도 향토 요리가 다양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규슈만큼 가까우면서 배우기 좋은 곳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규슈의 100년 명가를 취재하며 벽장 속에 꼭꼭 숨겨놓은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었다. 100년 넘게 이어온 비전의 노하우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에게는 금과옥조의 교훈이다.

2014년 말 맛, 여행, 레저 등 먹고 노는 일을 주로 다루는 라이프부 부장이 된다. 가끔 맛집 기사를 쓰면서 주로 데스크를 보고 있다. 또 ‘박종호의 음식만사’라는, 음식으로 세상사를 논하는 기명 칼럼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쓰고 있다. 또한 네이버 푸드블로거(빈라면)로도 활동한다.

부장이 되니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어서 좋단다. 2015년에는 부산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인 부산어묵, 고등어, 명란 레시피 공모전을 열어 당선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웹툰을 연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음식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갈수록 수산물 먹기를 꺼리는 아이들의 입맛을 수산물에 친근하게 만들고 싶어서 웹툰을 이용했다. 올해에도 삼진어묵 레시피 공모전을 열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는 칼럼을 쓴 영향으로 문을 닫은 집까지 생겨났다. 본분을 다한 일이었지만 지금껏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남을 비판하는 일은 쉽지 않고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자기 식당을 신문에 내달라는 민원도 적잖게 들어온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취재하고 싶은 집은 거절당하기 일쑤다. 이런 집을 어떻게 설득시켜서 취재에 응하게 하느냐가 그의 최근 화두다.

그는 “음식은 나누는 것”이라고 믿는다.

“맛집 기자로 이름이 났지만 음식만이 세상에서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을 무척 사랑했던 한 선배가 했던 이야기인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요즘 음식은 물론 미술, 음악, 문학, 영화 등 이 세상의 즐거움을 가능하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품으려고 노력한다. 조만간 박 부장과 최 시인, 두 식객을 대구로 초대해 숨어 있는 식당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다.

◆ 달뜨네의 위승진 사장

부산 바다에 돋는 달빛. ‘월인(月印)’이다.

가장 운치있는 월인은 어느 해안에 파종될까. 모르긴 해도 부산항과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흰여울문화마을 앞바다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다. 간단치 않은 재주와 안목을 가진 오너셰프가 진을 치고 있는 갤러리버전의 퓨전일식당 같은 ‘달뜨네’ 때문이다. 상호 중 ‘달’자가 남다른 무게감을 보인다. 그 달 때문에 ‘달구경 식객’이 부쩍 찾는다. 물론 초대박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동네다.

이 마을은 6·25전쟁 때 부산에 가장 늦게 도착한 피란민이 몰린 곳이다. 바람이 워낙 세 판잣집이 수시로 태풍에 날려가버려 ‘대풍포(大風浦)’로도 불렸다.

아내(박정원)와 함께 달 같은 음식을 몰고 다니는 위승진씨. 위씨는 지금 식당 자리에서 보는 보름밤이 너무 좋아 상호도 달뜨네로 정했단다. 그는 “달뜨네가 가장 부산스러우면서도 가장 탈부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위씨는 미식가이자 식재료 연구가다. 미술과 실내인테리어에 심취해 있다. 감(感)과 촉(觸)이 남다를 수밖에. 그림을 너무 좋아해 식당에서 가끔 초대전도 갖는다. 달뜨네는 업자용 인테리어가 아니다. ‘수제’다. 메뉴판, 식탁, 창문, 포스트, 액세서리, 장식품 등이 중복되지 않게 배치했다. 업자들이 오히려 이 스타일을 벤치마킹한다.

외관은 60년대 선술집, 하지만 안은 서울 홍대앞 유학파 오너셰프가 직접 디자인 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居酒屋)풍. 실내 조도는 딱 간이 맞아 적당히 어둡다. 대화는 더 농밀하다. 조도를 치밀하게 다스린 때문이다. 통나무만한 장방형 통유리창 자리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제목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준다. 눈 가는 데마다 사진 촬영거리라서 입맛을 방해(?)한다. 즐거운 푸념이다.

위씨는 조리사란 말보다 조선조 수라간 남자 요리사를 일컫는 ‘숙수(熟手)’를 더 좋아한다. 행동도 숙수 같다.

이곳에는 여러 버전의 시락국(시래깃국)이 있다. 가장 부산스러울 것 같은 곰피시락국을 먹었다. 국물의 살결이 셀로판지 같다. ‘곰피’는 동절기 영도 앞바다에서 많이 채취되는 우툴두툴한 다시마의 일종이다. 스킨다이빙이 취미인 위씨가 직접 곰피를 채취한다. 그걸로 ‘곰피 진액’을 만든다. 거기에 경남 고성의 한 사찰에서 만든 3년 숙성된 된장을 풀어 ‘달표 천연된장’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 마법의 식재료가 하나 더 섞여야 된다. 처음 들어본 ‘꼬치고기’다.

“곰피 진액에 멸치 대신 꼬치고기를 우려 낸 국물을 섞는다. 생김새는 멸치와 비슷하고 크기는 노가리만 한 꼬치고기는 작은 멸치 따위를 먹이로 자란다. 이놈들은 멸치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덩달아 걸린다. 이때 잡힌 꼬치고기는 쓸모없고 거추장스럽지만 부지런한 어부들은 이 거추장스러운 걸 따로 챙겨 멸치처럼 쪄 말려 사용한다. 이를 우려내면 멸치 못지않은 풍미를 드러낸다.”

참맛이란 어떤 식재료의 물성, 그 끝을 파고들 때 본질이 드러난다. 40㎝ 이상의 고등어로만 장만하는 ‘고등어 초회’. 식초와 고등어 살점이 서로를 위해 잘 헌신한 것 같다. 꾸덕꾸덕, 졸깃졸깃, 그러면서도 담백. 이 집 맛은 아내의 요리 사부이기도 한 팔순 시어머니(양전복)의 갈치식해로부터 부분 발원하기도 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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