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샴푸·노로션 도전 늘고…부엌서 욕실까지 ‘친환경세제 3총사’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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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34면   |  수정 2016-05-27
■ 가습기 살균제 파문에…
◆ ‘화학제품 디톡스族’ 급증
20160527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 천연화합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매장에서 소비자가 친환경세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상서 화학물질 멀리하는 바람 거세
물로만 머리감기·화장품 안 쓰기까지
“트러블 없어지고 낯빛 맑아졌다” 소개도

주목받는 베이킹소다·식초·EM 활용
베이킹소다, 농약 제거·살균효과 탁월
세탁 마지막 유연제 대신 구연산·식초

2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이마트. 저녁 장을 보려는 고객들로 붐비는 매장 안, 세제나 탈취제 등 생활화학용품 코너는 유독 썰렁했다. 이따금 세제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제품을 이리저리 꼼꼼히 살피며 설명서를 읽어보고 있었다.

주부 이현주씨(43·대구 수성구 만촌동)는 “요즘 들어서는 물건을 살 때 원재료 및 함량, 성분 등을 꼼꼼히 읽는다. 하지만 어렵고 처음 보는 용어들이 가득해 읽어도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제품들이 수두룩하다”고 답답해 했다. 이씨는 이날 평소 사용하던 세제 대신 과탄산소다·베이킹소다·구연산 등 친환경 3종 세트로 통하는 제품을 골랐다. “탈취제 등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더욱 불안해졌다”면서 “생활 속에 화학 제품이 많다 보니 전부 바꿀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부분은 천연 재료로 대체하는 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멀리하는 ‘화학물질 디톡스’ 바람이 거세다.

우선 몸에 닿는 제품들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노푸’(No Shampoo의 줄임말)가 대표적이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노푸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로만 감기도 하고, 베이킹파우더나 사과식초, 밀가루·옥수수가루, 올리브·아르간 오일, 계란 흰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보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치약이나 보디워시를 사용하지 않거나, 화장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노로션’까지 등장했다. 사람마다 효과에 대한 편차는 큰 편이다. 노푸와 노로션 예찬론자들은 적응기간이 지나고 나면 머리카락과 피부가 훨씬 더 윤기가 돌고 트러블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성명숙씨(53·대구 남구 대명동)는 몇년 째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비누를 대신한다. 계란 흰자에다 레드와인을 섞고 거품을 내 팩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가끔은 맹물로만 세안을 한다. “원래 화장을 하지 않지만 맹물 세수를 한 이후 사람들로부터 얼굴 빛이 훨씬 맑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성씨는 머리도 샴푸 없이 감는다.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샴푸를 사용할 때의 가려움이나 각질이 사라졌다고 한다. 성씨는 “샴푸와 비누를 쓰면서 끊임없이 트러블이 생겨 고육지책으로 시작했는데 예전보다 더 깨끗해진 느낌”이라면서 자신만의 노푸와 노로션 노하우를 소개한 카페를 조만간 인터넷에 오픈할 예정이다.

시중 화장품의 화학 성분과 유해 성분을 분석해주는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200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화해’에는 현재 3천200개가 넘는 시판 화장품 브랜드의 성분과 위험성이 등록돼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친환경 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빵을 만들 때 쓰는 베이킹소다다.

과일에 묻은 농약을 지우는 데 효과적이다. 가습기 물통 안에 베이킹소다와 물을 넣은 뒤 타월 등으로 닦으면 간편하게 곰팡이 등을 제거할 수 있다. 행주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2~3방울 정도 넣고 삶아 주면 세균 퇴치에 효과가 있다. 도마를 살균할 때는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15분간 끓인 후 설거지 하듯 닦으면 된다. 그을음이 생긴 냄비에는 베이킹소다를 직접 뿌린 후 젖은 스펀지로 닦으면 잘 지워진다.

욕실에서도 베이킹소다의 위력은 크다. 빨래를 헹구는 단계에서 구연산과 식초를 넣어주면 섬유유연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처음부터 구연산을 넣게 되면 탈색·변색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섬유유연제 투입 단계에 따로 넣어줘야 한다. 양변기는 베이킹소다 반 컵을 뿌린 후 물을 흘려 보내면 된다.

식초도 친환경 세제로 흔히 쓰인다. 청소할 때 물때를 빼주고 세균번식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싱크대 청소를 하면서 식초를 사용하면 소독은 물론 윤기까지 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도마나 행주를 식초물로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살균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워버린 스테인리스 냄비는 식초물을 담아 팔팔 끓여준 후 설거지를 하면 타버린 자국이 말끔히 씻겨나간다.

세탁할 때는 표백제 대용으로 쓰인다. 잘 빠지지 않는 와이셔츠 소매와 목 깃의 찌든 때도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어 발라둔 후 세탁하면 때가 잘 빠진다. 세탁기에 식초물을 넣고 돌려 탈수시키면 세탁조와 호스까지 청소가 된다.

EM은 집에서 손수 만드는 세제다. 유용 미생물균(Effective Micro-organisms)의 약자로, 유익한 미생물 수십종을 조합해 배양한 것이다. EM 원액에 쌀뜨물을 넣고 따뜻한 곳에 둬 발효시키면 세제가 된다. EM용액은 화장실 청소, 세탁, 설거지 등에 다양하게 쓸 수 있다. 화장실을 청소할 때 쓰면 물때 제거는 물론 곰팡이도 방지해준다. 세탁할 때 쓰면 세제 양을 줄여도 될 정도로 세척력이 좋다. 물에 희석시켜 침구류 집먼지진드기 제거 등에 사용하고, 애완동물 용품 냄새 제거제로도 쓴다. 세안과 머리 감기에 활용하거나 보디워시에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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